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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송경용 (26) 세계 사역자들의 철저한 헌신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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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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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송경용 (26) 세계 사역자들의 철저한 헌신을 배우다

1043.jpg 2000년 연수를 갔던 영국 버밍엄 크라우더 홀 칼리지 기숙사에서 만난 여성 사제 헬렌은 알고 보니 고향 우간다에서 남편과 천막을 치고 24명의 어린이를 돌봐 왔던 사람이었다. 한밤중에 대성통곡을 한 것도 그 아이들 중 두 명이 장티푸스로 죽었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들은 다 누구예요?” “저희 언니와 오빠, 시동생, 이웃들이 모두 에이즈로 죽으면서 남겨 놓은 자식들이에요. 지금 장티푸스가 창궐해서 나머지 아이들도 시름시름 앓고 있대요. 언제 몇 명이 죽을지 몰라요.” 

전쟁과 기아도 모자라 에이즈와 각종 전염병으로 한 순간도 인간답게 살아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 그 속에서 살아왔고 헌신해 온 사람이 내 앞에서 울고 있었다. 20년 이상 산동네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험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오만함이 가슴 한켠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밖에도 인도의 불가촉천민 산족(山族) 어린이 700∼800명을 돌보다 온 삐띠 신부, 파키스탄 최 빈곤층 어린이들을 위해 일해 온 임란 신부, 인종차별정책에 항의하다 한쪽 팔과 눈을 잃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제, 밤사이 반군 테러로 가족이 포위됐다는 소식에 서둘러 돌아간 콩고 신부, 팔레스타인 소년병 출신 신학생 등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 내 사역의 의미를 깊이 묵상했고 가난이란 문명이 발전한다고 쉬 소멸될 현상이 아님을, 영원히 지속될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누군가는 헌신해야 함을 절감했다. 

그들과는 지금도 간간이 연락하고 있다. 삐띠 신부는 산족 어린이들을 위한 벽돌집을 지으면 ‘나눔의 집’ 간판을 걸겠다고 했고 임란 신부는 운영하던 어린이 공동체 이름을 ‘나눔 공동체’로 바꾸기도 했다. 

한편 2000년 겨울 두어 달 머물렀던 영국 남쪽 버클란드 모나코럼 지역 ‘성 앤드류 교회’의 그레이엄 신부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 지역을 “천국에서 딱 1㎝ 떨어진 곳이야”라고 설명하곤 한다. 그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웠는데, 꼭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부님이 새벽기도 이후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는 일은 마을에서 어려운 처지의 가정, 양로원의 노인들, 작은 단위 모임을 방문하고 교회에서 성경공부 및 기도모임을 가지는 것이었다. 누구를 만나도 일일이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었다. 길 가다 만난 사람이 밑도 끝도 없는 사정을 털어놔 일정이 지체돼도 결코 손을 먼저 놓거나 미소를 잃는 법이 없었다. 집에 오면 뭔가 문제를 들고 찾아온 사람들과 일일이 면담을 했다. 바쁘게 사는 데 이골이 난 나였지만 신부님을 따라다니다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그 밖에도 교회 신자들의 관계, 가족들과의 관계 모두에서 따뜻하고 넉넉한 사랑, 두터운 신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번은 주민들에게 신부님은 어떤 분이냐고 물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 격려하고 안아주시는 분, 늘 곁에 있는 분, 자신을 한없이 낮추시는 겸손한 분!” 할머니부터 어린이까지, 전직 해군 제독, 외교관, 왕립건축학교 학장 할 것 없이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아, 나도 저런 사제가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왜 우리 성직자들이 그만한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리=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