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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실장, 퇴원하면 다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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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9-01-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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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정팀장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노숙인 아웃리치, 즉 노숙인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하여 그들의 자활을 돕는 일을 하다가

을지로입구역에서 무리와 떨어져 있는 풍채가 좋은 정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사장으로 있던 악세사리 공장이 부도가 나서 채권자들이 가족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아내와 이혼하고 집을 나와 밤에 몰래 자신의 공장에 들어가 잠을 청하고

아침이면 누구에게 들킬까 몰래 나오는 생활을 반복하다 거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공장 부도로 인한 수억의 부채가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고 다시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성신여대 인근 고시원을 구해드리고 희망근로로 노숙인 텃밭을 소개해 드리니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셨고, 텃밭에서 직접 기른 거라며 당근 2포대를 주셨는데 워낙 양이 많아 노숙인 쉼터에서 2달 넘게 먹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 월급날 신용회복을 위해 개인회생 신청 후 정팀장님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8년, 밥을 못 먹어도 무조건 갚을 겁니다.”

나중에 나눔마을(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 입주 신청할 때 정팀장님 통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생활비가 1달에 10만원이 안 되었으니깐요. 가족에게 미안해서 돈을 쓰지 못하겠다는 말씀에 얼마나 가슴 아팠던지 모릅니다.

그렇게 정팀장님은 8년 동안 한 번도 연체 없이 신용회복에 성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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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팀장님, 나눔하우징에서 일하시던 모습>

 

정팀장님은 희망근로를 마치시고, 나눔하우징에서 일하시게 됩니다.

나눔하우징은 노숙인이 건축기술을 배워 주거약자의 집수리를 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초창기 익숙하지 않고 공사 물량도 많다 보니 밤 10시가 넘도록 일하시면서도

힘들고 위험한 일에는 항상 솔선수범하시고, 견적에 잡히지 않은 공사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시며

할머님 집이 살기 좋게 되었으니 이런 게 사회적기업이라며, 일거리가 늘어나 불평하던 동료를 다독이고,

다음날 새벽 누구보다 일찍 나와 공사 자재를 미리 챙기시며 동료들을 챙겼습니다.

 

정팀장님은 누군가 노숙인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면 크게 화를 내며 그 말에 상처받았을 동료를 감싸곤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홀몸어르신 댁에 방문하였을 때에는 어르신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어르신 앞에서는 힘든 내색하지 않는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누구보다 많은 분입니다.

 

나눔하우징의 공사물량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열심히 공사를 하시다 어깨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제게 몸은 힘들어도 어르신 집수리 열심히 하던 때가 너무 그립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몸이 조금 좋아진 작년, 나눔하우징 동료들과 다시 집수리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는데, 어제 하늘나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병마와 싸우며 이미 건강은 많이 안 좋고, 10년 전 처음 뵈었을 때 풍채 좋았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정신은 그대로입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나올 때, 제 손을 잡고 하신 말씀, 잊지 않고 그 희망의 싹을 다시 틔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실장, 퇴원하면 다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