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주거‘복지’ [2007.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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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3:32본문
2007.8.12
남철관
며칠 전 평소 긴밀한 협력관계 하에 있던 성북구내 한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몇 달 정도 임대료와 관리비가 연체된 가정에 대한 긴급한 도움의 요청이었다. 간단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그 가정에 상담 차 방문을 했다. 가장인 진수씨가 문을 열어주어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울한 기운이 먼저 다가섰다. 10시쯤 된 시간인데도 안쪽 큰 방에 네 명의 아이와 부인이 누워 있었고, 진수씨는 말목에 붕대를 동여매고, 불편한 모습이었다.
작은 방에 들어가 진수씨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수씨는 발을 접질리면 발목뼈에 금이가거나 뼛조각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선천적으로 약한 발목을 타고나서 살면서 참 고생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건설일용직으로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일을 하지 못해 늘 가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올 해 들어서도 3월에 심하게 발을 접질린 이후에는 일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계속 쉬었고, 파출부로 일하는 부인이 번 돈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다보니 임대료가 연체되기에 이른 것이었다. 진수씨는 굉장히 위축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400만원 정도인 아파트 보증금중 1000만원이 처형으로부터 빌린 돈인데, 임대료가 연체되고 있으니 잘못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거리로 나 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본능적으로 휩싸여 있었다.
진수씨는 복지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도 없었고, 너무 형편이 어려워 용기를 내서 동사무소에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전부라고 한다. 갔을 때 전담공무원이 젊은 부부로 이루어진 가정에 늘 그러하듯이, 수급권자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니 돌아가라는 말에 크게 낙담하여 다시는 발걸음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예측되는 문제에 대해 오히려 상담자로서 내가 물어보고 상황을 체크하게 되었다.
예상대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아픈 발목은 수술을 하면 완치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수술비용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고,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첫째와 둘째는 학교에서 급식비를 면제받지도 못하고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엄마는 일을 다니고, 아빠는 정서적으로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등학생이 셋째와 막내는 학교를 파한 후에 학원이나 방과후 교실을 친구들을 바라보면 쓸쓸하게 동네를 헤매고 다니고 있다. 그 외에도 참 많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 가정이지만 실질적인 도움이나 유용한 정보를 주는 그 어떤 도움의 손길도 닿고 있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아이들과 부인이 잠에서 깨어나고, 부인이 차를 타서 수줍은 미소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남편에 대한 원망과 애정이 뒤범벅 되어있는 감정이었고, 경제적인 어려움과 문제가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하면 부부관계의 위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겠다고 느껴졌다.
주거복지센터의 문을 열고 앞만 보고 달려 온 지 7개월째 접어든 요즘, 이런 가정과 만나서 그 굽이굽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고민이 몰려오고 한다. ‘우린 ‘주거’복지를 하자고 이 일을 시작했고, 사회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도 기존의 사회‘복지’ 자원이 해결하지 못하는 집과 거주의 문제를 다루어 달라는 것인데 어찌해야 하나?’ 방치되고 있는 자녀의 교육과 보육 문제, 아픈 몸과 마음에 대한 치료와 치유의 과제, 스스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하는 고용의 문제, 임금체불, 가정폭력, 명의도용 등 가난한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각종 법률적 과제 등 산적한 난제 앞에서 그들도, 나도, 센터도 좌절감을 느낀다. 현명하게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혜와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과 협력이 가능한 수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아직 모든 면에서 부족하기만 하다.
‘주거’복지를 해야 하지만 주거‘복지’도 소홀히 다룰 수 없어, 어려운 이웃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가도록 도와야 하는지, 또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지 고민 속에 밤이 깊어간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