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여는집] 노숙인일자리 예산 삭감은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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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25-09-25 14:12본문
서울시는 매년 노숙인의 자활과 사회 복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노숙인 일자리 사업’은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 다시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사회 복귀의 출발점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서울시 의회가 2026년 예산안에서 노숙인 일자리 예산을 대폭 삭감하였다는 소식은 현장과 당사자 모두에게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노숙인일자리는 하루 임금을 지급하는 단순 사업이 아닙니다.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 공공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소득 보장은 물론, “나도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왔습니다. 실제 보건복지부 「2023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자리 참여자의 약 48%가 주거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30% 이상은 자활근로·공공근로로 진입했습니다. 서울시 조사에서도 참여자의 우울감 지수가 평균 25% 줄었고, 재노숙률은 15%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일자리가 단순 지출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위한 투자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예산 삭감은 현장의 복지기관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노숙인 일자리를 통해 당사자를 안정적으로 만나고 사례 관리를 이어가던 창구가 사라지면, 상담·치료·주거 지원으로 이어지는 복지 연계가 끊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는 사회 복귀율 저하, 거리 노숙의 재확산, 의료·치안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특히 예산이 줄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참여 기회입니다. 이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회가 축소되면, 많은 이들이 다시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나 거리 생활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거리 생활의 확산은 응급 의료비와 치안 비용의 급증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의료·치안 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입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노숙인 역시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생활권과 노동권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공공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권리의 후퇴이며,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사람 중심의 도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복지’를 표방해왔습니다. 그러나 가장 취약한 이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이 비전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단기적 예산 절감을 위해 장기적 사회 비용을 키우는 정책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직종을 다양화하고, 민관 협력을 확대하며,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포용적 복지를 지향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삭감이 아니라 확대입니다. 가장 약한 이들이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투자가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아침을여는집 실무자 김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