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200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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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4:22본문
2007.10.6
남철관
그저깨 밤 늦은 시간의 일이다. 11시쯤 되었을까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갈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정류장에 사람은 거의 없었고, 전 그저 길 건너편을 응시하며 조용히 서 있었다.
갑자가 "잠시만요.."란 목소리가 들렸고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바로 뒤에 한 사내가 서있는 것이 아닌가?. 몹시 남루한 옷차림에 얼굴과 손은 한 달은 안 씻은 듯한 모습이었다. 한 쪽 눈은 실명이 분명하다고 직감적으로 판단될 만큼 검은 자위가 스러져 있었다.
"천 원만 주세요." 나는 순간적으로, 아니 어쩌면 습관적으로 "없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다시금 버스가 달리는 길가를 응시했다. 그러길 몇 초... 나의 마음 속에 무엇인가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미안함', 그래 '미안함' 이었다.
한 번 외면한 상대에게 다시 눈길을 주고 오히려 내쪽에서 말을 붙이기는 쉽지 않지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혹시 주무실 곳이 없어서 그러시는 건가요?"
그의 얼굴에 얼핏 스쳐지나가는 반가움, 너무 옅어서 정확하게 구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 그건 분명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상대에 대한 고마움 있었으리라.
"네. 갈 곳이 없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는데요? "
"오늘 대전에서 무작정 올라왔습니다."
"오늘 주무실 곳은 있으세요?"
"아니요."
지갑을 꺼내들고 명함 한 장을 꺼내들었다. 찜질방에서 하루 묵을 수 있는 현금이 하필이면 그 때, 지갑에는 없었다.
"내일 아침에 꼭 전화하세요. 제가 돈을 내지 않고도 먹고 잘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드릴께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밤 조심하시구요."
이런식으로 난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서 거리의 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왜 그를 처음에 외면했을까? 그래도 이렇게 긴 시간 삶의 자리를 박탁당한 노숙인과 직, 간접적으로 만나 온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란 자책감이 밀려들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나의 애정과 실천이 참된 것인가란 의문도 가져보았다. 그 순간 너무 지쳐서 그냥 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란 반추도 해보았다.
어떤 자문에도 속시원한 해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뜩 그 분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분은 연락을 하지 않았구나. 내게... '
'난 그 아저씨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하루, 이틀을 보내고 있구나.'
'거리에서 주무시는 것은 아닐까?. 그 때 내가 힘들어도 모시고 드롭인센터에라도 갔어야 했나?. 아니면 설사 술값으로 사용되는 한 이 있더라도 현금서비스라도 받아서 찜질방 비용을 드렸어야 하나?'
순간 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부덕함과 부박한 애정에 실망한다.
'갈길이 참 멀구나.'
'참으로 멀구나.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