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뻗고 마음 편히 쉬는게 소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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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5:34본문
2013.7.10
김현아
유난히 추웠던 올해 1월, 센터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지인 집에서 생활 중인데 이사를 가야해서 보증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하셨습니다. 우선 상담 일정을 잡아서 다음날 댁을 방문했습니다.
미국에서 생활 중 비자연장이 되지 않아 불법체류를 하다가 강제 추방되어 아이들은 미국에 남고 생이별을 하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강제 추방되면 옷가지나 짐을 챙길 수도 없어 말 그대로 몸만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옷과 신발 등을 마련하고 조건부수급 선정이 되어 지인 집에서 한 달에 10만원씩 내고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주인 가족이 눈치를 많이 주고 보일러도 켜주지 않아 방안이 몹시 추웠고 심지어 물병의 물이 꽁꽁 얼어있었습니다. 제대로 씻기는커녕 식사도 집에서 할 수가 없고 집주인의 압박때문에 불안해서 발 뻗고 쉴 수도 없다며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더 열심히 일하고 저축도 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센터 지원금액으로는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 서울시복지재단의 광역위기긴급지원을 신청해보기로 했습니다.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습니다. 한달 뒤, 선정이 되어 보증금을 지원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드리고 이주할 주택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어머님도 적극적으로 집을 알아보셔서 계약을 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지원금을 수령하기까지 기간이 필요해서 집주인에게 동의를 구한 뒤 입주를 먼저 하고 보증금은 지원금이 계좌로 입금됨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어머님의 사정을 듣고 집주인도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이사한 뒤 마음 편히 쉴 수 있어서 너무 좋고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일도 열심히 하시고 모든게 너무 즐겁다고 하십니다. 표정도 많이 편안하고 밝아지셨습니다. 자립하겠다는 의지도 매우 강하셔서 적은 소득 중에서 일부를 꾸준히 저축도 하고 계십니다. 조그만 미용실을 차리고 싶으시다는 바람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아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됩니다. 예상치 못하게 위기가 닥칠 수도 있지만 노력하고 극복해내는 힘을 보여주셔서 저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늘 지금처럼 밝게 힘차게 지내실 수 있도록 저도 항상 응원하면서 함께해드리겠습니다.
새삼 '집' 이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지금의 현실이 아닌.. '발 뻗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소망이 아니라 누구나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는 날을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