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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만의 식사 [20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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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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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9

 

"마음먹고 일을해서 힘겹게 얻은 직장에서

상사가 애정어린 마음으로 집요하게 권한 술 한잔으로

다시 음주폭음 병이 돋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어요. ……."

 

그렇게 한 번 술을 입에 대면 몇 개월은 술독에 빠져 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알콜의존증!

노숙인쉼터에서 조차 알코올 의존증 입소자는 반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우리 쉼터에서도 3개월간 정말 힘들게 술을 끊으며

몸부림치던 입소자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 분의 빈자리가 제 마음에는

큰 자리로 남아 늘 가슴 한 언저리에 남아 손짓을 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하며 지낸 날이 어느새 66일.

불현듯 그 분이 생각나서 오늘은 그 분의 소재지를 찾았지요. 전화기에서 끝내 밝히지 않으려다 알려준 곳은 다름 아닌 "서울역에서 노숙하고 있었어요" 였습니다.

배낭을 메고 서울역 광장에서 두리번 거리며 몇 차례를 오갔을까? 저 멀리 보이는 그 분을 찾았을 때, 반가움보다 미안함이 먼저 저의 발을 멈칫하게 합니다.

그렇게 만나서 손잡고, 포옹하며 애기하고 함께 밥을 먹는데, 6일이나 굶어서 밥을 못 드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연신 눈물을 훔치며 과거의 얘기를 주섬주섬 회상하듯 풀어내는 모습은 악한 곳이라고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순전한 아이와 같은 모습입니다.

그렇게 국밥은 입에도 못대면서도 조금 더 드셔보라는 멋적은 나의 권유를 미소로 대답합니다.   

그렇게 신경 써주지 못한 나를 원망도 했으련만, 그런 내색없이 온화한 미소로 오히려 저를 걱정하는 말씀을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죄가 많아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한다면서 미안해 하는 그 마음을 대면하는 순간에는 마음이 너무 여린, 아름다운 분과 함께 하고 있는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지요.

곧 쉼터로 돌아 오시겠다는 약속을 뒤로하고, 손 잡아주고 일어나 몇 걸음 못가서 뒤를 돌아 보았을 때, 이미 어두워져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서울역의 뒷골목. 

네온싸인 마저 듬성듬성 있는 그 곳 한켠에 어깨에 머리를 파묻은채 웅크리고 계시는 그 분이 모습이 보입니다. 벌써 지난 한 달여 동안 40병이상 마신 술때문이기도 했지만, 희망을 잃어버린 지친 삶의 피곤함 때문이겠지요.

순간 "병원에 입원을 시켜 드려야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칠 때쯤, 좀 전에 내가 걱정할까봐서 만화방에서 잔다고 나를 안심 시켜 보내는 그 마음 씀씀이에 한 번 더 멈짓하며 고민하면서 이내 발 길을 돌려 다시 가던 길을 가자고 결정했지요. 

모르긴 해도 또 한 영혼이 오늘도 하늘 아래 머리 누울 곳을 찾아 힘든 밤을 보낼 것입니다. 눈에 밟히는 그 모습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제 발걸음이 오늘따라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