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2008.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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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18본문
2008.3.26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노숙인쉼터는 특성상 사람들이 대개 까칠하다.
더욱이 나처럼 나이어린 실무자들에게는 '니가 인생을 어찌 알겠니..'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대하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아침을여는집에는 60넘은 할아버지들이 5-6분 계신다.
인생의 단맛, 쓴맛, 몹쓸맛 다 겪은 할아버지들..
나를 대하기를 손주대하듯이 하는 할아버지들..ㅎㅎ
사람이 변하는 과정은 놀랍다.
까칠까칠하시더니 얼었던 마음이 풀리면 쉼터는 머무는 공간이 아닌, 그 분들의 집이 된다.
수형이할아버지가 그렇다.
일본에서 20년을 전전하며 지내다가 강제추방당하여 한국에 들어왔다. 20년사이 변해버린 조국..
아내를 찾았지만 이미 수형할아버지를 떠난지 오래..
갈 곳 없는 이 분은 그렇게 동사무소의 도움으로 우리집(아침을여는집)을 찾았다.
가족찾아 삼만리, 먼 발치에서 가족을 보며 다가가지도 못하고 보기만 하다가 약주 한사발에 마음을 달래고 쉼터에 들어와 눈물흘리며 마음을 푸시고..
또 아들을 찾겠노라며 중국에 연락하고 또 마음 상하시고 술 한잔으로 달래기를 반복..
(쉼터에서는 술마시면 안된다..ㅠㅠ)
2시간씩 거의 매일이다시피 당직실무자들을 돌아가며 본인의 지난 옛이야기를 반복반복반복..
녹내장으로 눈이 안좋아져 병원에 모시고 그런 과정을 반복..
드디어는 마음을 여신다.
그러시더니, 1년 넘게 고장나 열려있던 바깥문을 고치시고, 창고가 너저분하시다면서 앵글을 두 개나 짜시고는 그것도 모자라 여기도 지저분하다 이거 사자, 저거 한번 해보자.. 매일매일 찾아와 아침을여는집을 살기 좋은 집으로 만들어주신다.
지금도 뚝딱뚝딱..
뒷편 창고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또 무엇을 만들고 계시는 걸까?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면 그 사람이 내 사람이 된다.
마음을 준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보다.
아침을여는집 사람들은 마음이 메말라있는 사람들..
어느 곳에선가 상처를 입고 마음문을 닫은 사람들..
얼어버린 마음을 술로, 폭력으로밖에 풀지 못하는 마음아픈 사람들..
이 분들에게 지혜를..
자신을 해하는 방법이 아닌, 슬기로운 방법으로 자신을 지켜나가기를..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시길..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