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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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05본문
2015.3.30
김현아
매서운 추위가 지나고 제법 푸근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모두의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시길 바랍니다.
2014년 2월, 성북구청 희망복지지원팀의 의뢰로 월세가 많이 밀려있는 김진숙님(가명)을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수급비 31만원이 소득의 전부인데,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7만원인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어 생활이 점점 힘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월세 부담이 많이 되실텐데 입주하신 상황을 묻자, 이혼 이후 급하게 집을 구해야해서 월세가 높은데도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들에게 도움은 커녕 연락도 잘 하지 못하시지만 간주부양비가 적용되어 수급비를 12만원 정도 적게 받고 계셨습니다.
소득 대비 월세 부담이 과도하게 높아 이주를 권했고, 집을 알아보았지만 적정한 주택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건강도 점점 안좋아져 의료비까지 발생되어 본인의 부담과 압박감은 점점 높아져만 갔습니다.
7월 검사 결과 갑상선 수술이 필요해 입원을 하게 되었고, 수술비는 구청 긴급의료비 지원과 성바오로 병원 사회사업실을 통해 마련이 되었습니다.
조건부 수급으로 취업성공패키지 교육에 참여중이셨는데, 하루라도 교육을 빠지면 수급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들어서 바로 교육을 나가시면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이후 건강상 일자리 참여가 어려워 수급 중지될 우려가 있어 주민센터에 건강상태를 자세히 말하고 일반수급으로 전환을 계획하시도록 안내하였습니다.
2014년 10월 경.. 환청과 환시가 심해져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게 되었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지 3개월이 되어 근로능력평가서와 진료기록을 제출하고 11월 일반수급으로 변경이 되셨습니다.
임대료 지원을 통해 체납금액을 줄여보려 노력했지만 자원에 한계가 있다보니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한 체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까움도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몇 개월간 계속되는 임대료 체납과 건강 악화, 근로 불가능한 상황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점점 심해지시고, 자살위험도도 많이 높아지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12월, 생명의전화복지관과 연계를 통해 통합사례회의를 진행하고 지원 가능한 자원들을 연계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관협회 위기가정지원사업, 서울시복지재단 광역기금, 주거복지센터의 지원을 통해 임대료 체납분 200만원 정도를 납부하고,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진행되는 자조모임에도 참여하시면서 혼자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이 조금씩 완화되자 점점 더 기운을 내시게 되었습니다. LH공사 전세임대주택 신청을 통해 주거상향에 대한 계획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2015년 3월!!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즈음~몹시 반가운 소식이 함께 들려왔습니다. 12월에 신청하셨던 전세임대주택에 선정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1년 여를 상황이 점점 안좋아지시고..건강도 안좋아지시고..차츰 더 어려워지시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한단계씩 극복해나가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니 제 일 마냥 뛸 듯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얼마나 고생하셨는지를 세세히 알고 있으니 뭉클하기도 했고요..
'가난은 본인의 책임이다', '복지혜택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게을러지게 된다' 는 말들을 종종 듣게 됩니다. 물론 아주 극소수의 분들은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만나뵌 대부분의 많은 분들은 어떻게든 본인의 노력으로 일어서려 하시고, 도움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을 많이 느끼고 계셨습니다.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노력하고 더 안좋은 상황으로 내려가지 않기 위해 온갖 애를 쓰시는 분들에게 '당신이 게을러서, 당신의 책임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안전망이 없어 벼랑 밑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분들에게 '조심 좀 하지 그랬어..'라는 식의..아직도 가혹한 시선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추운 겨울이 찾아오듯, 누구에게나 힘든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상황을 만나더라도 다만 지지체계가 없거나, 건강까지 안좋아지거나,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등(또는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해당될 수도 있겠지요..)의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인생의 겨울을 조금이라도 덜 춥게 보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가는 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이 지나면 당연히 봄이 오듯..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봄바람이 다시 불어오길...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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