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람 되겠습니까?" [2008.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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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30본문
2008.8.27
고성현
알콜릭 홈리스 임근수 씨(가명, 43세).
얼마 전 공터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불량배 5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머리가 깨지고 갈비뼈 3개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다. 천사처럼 등장한 한 주민의 도움으로 응급치료를 받은 그는 처참한 몰골로 우리 쉼터를 찾았다. 상담 후 곧바로 알콜릭 재활쉼터로 전원하였으나, 결국 하루 만에 음주문제를 일으켜 1주일간 퇴소조치되고 말았다. 다시 찾은 그를 뿌리칠 수 없었던 우리는 1주일간 가입소를 결정하였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낮에는 사라졌다가 늦은 밤이나 새벽이 되면 만취가 되어 들어왔고, 매일같이 실내방뇨와 고성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상처가 아물 틈도 없이 마셔대는 술로 인해 폐인이 되어가는 그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문제였다.
우선 국립의료원을 찾았다. 임씨는 링거를 뽑고 무단퇴원한 후 또다시 술에 취해 쉼터를 찾아왔다. 옆 침대 사람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단다. 기가 막혔다.
다음날 알콜릭 치료가 급선무라 생각하여 시립은평병원에 데려갔다. 이번엔 병원에서 퇴짜를 놓았다. 자기 병원에서는 외과(신경/흉부) 및 내과 진료를 할 수 없으니, 우선 치료를 받은 후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정신과 폐쇄병동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료원을 찾았다. 이번에도 퇴짜였다. 폐쇄병동에 빈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외과 및 내과 소견상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서를 들고 다시 시립은평병원을 찾았다. 또 퇴짜였다. 자기 병원의 소견과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동네 축구공처럼 여기서 채이고 저기서 채이는 그를 우리마저 포기할 순 없었다.
다음날 수소문 끝에 이번에는 시립은평의마을로 입소의뢰하였다. 술 끊고 열심히 생활하겠노라고 철썩같이 약속하고 떠났지만, 그날 저녁 임씨는 술에 취한 채 또다시 쉼터에 돌아왔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자정에 다다른 시간, 서울의료원에 전화를 걸어 야간당직 정신과 의사를 수차례 설득한 끝에, 우리 법인이 치료비 부담을 책임지기로 하고 입원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입원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검사 결과 몸이 더 안 좋아져서 정신과가 아닌 내과입원이 필요한 상황인지라, 아침에 내과 과장의 허락까지 받아야만 입원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꼴딱 밤을 지새운 것도 모자라 보호자 확인 문제로 오후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입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정말 힘겨운 입원여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과연 임씨는 알콜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임씨 스스로가 농 반 자조 반 섞어 사람들에게 묻는다 "제가 사람되겠습니까?"
임씨를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만난 119구급대원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서울역, 종묘 등지에서 약 2년간 일해 온 그는, 노숙인이라면 지겹다 못해 징그럽기까지 하단다. 만취 노숙인을 수송하느라 응급환자 수송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였으며, 심지어 노숙인에게 맞거나 구급차 집기 등이 파손되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는 등 한참 노숙인을 성토하던 그가 갑자기 물었다.
“그런데 왜 이런 일 하세요? 희망이 있어요?”
“죄송하지만 반문을 드리죠. 만약 모든 사람이 다 희망없다고 돌아서면 어떡하나요? 그런 사회에 희망이 있나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만 상대하시다보니 그런 생각을 가지신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자활의 꿈을 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땀 흘리는 노숙인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십시오.”
모르겠다. 아니 원래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임씨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다.
다만 믿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게 "네, 당신을 믿습니다"라고 얘기해주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믿어줄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 안에 계신 그분은 아실까…. 모르겠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