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2008.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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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29본문
2008.5.29
남철관
너무 바쁘구나. 일이 너무 많아서.... 매일 늦는구나.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소홀한 많은 가장들이 즐겨하는 말입니다. 저도 집에서 자주 하구요.
그리도 소홀할 수 밖에는 없을까요? 세상의 모든 근심을 짊어지고 살아가듯 하지만 정말로 시간이 없어서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일상생활의 우선순위에서 가족과 아이들이 두 번째, 세번째, 아니면 더 뒷자리에 놓여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참 반성이 됩니다.
저에게 이 친구, 평지의 홈페이지도 그랬나 봅니다. 늘 마음은 들러야지, 오랜만에 들른 흔 적을 남겨야지 하면서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부끄럽게도 거의 1년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일 뿐입니다.
제 마음에 같은 이유로 걸리는 사람들이 여러명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진태아빠(가명), 제가 전에 일하던 가족쉼터에 6살 먹은 아들을 데리고 왔던 착해 빠진 아빠였습니다. 그와 오래 만났고 싸우기도 참 지긋지긋할 정도였습니다. 그와의 인연이 참으로 질겨서 어느덧 중학생이 된 진태는 보육시설에 가고 그는 아침을여는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런 그가 벌써 두 달 쯤 전에 쉼터를 나가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몇 번 전화를 받았더랬습니다. 어디 있어요. 빨리 오세요. 미안하긴 뭐가요. 어여 들어와요.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란 의례적인 대화만을 나누고, 곧 그를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와 마지막으로 통화한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어쩌면 그는 한걸음에 달려와서 잔소리하며 손을 이끌어주는 그 관심을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처럼 그에게도 말입니다.
여럿의 얼굴이 스쳐갑니다. 정말 소중한 존재들을 뒤로 제쳐놓고 뭔가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내일은 만사를 제쳐놓고 그가 있는 그곳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중증 당뇨를 앓고 있어 어쩌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을 지도 모르는 진태아빠의 무사함을 간절히 소망하며, 예의 다 빠진 이빨로 씩 웃는 그 선하디 선한 미소가 반드시 그 자리를 빛내고 있으리라 간절히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있어 주세요 그래서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다시는 지금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말이예요.'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