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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에게 너무나 높은 병원의 문 [2008.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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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24 

본문

2008.9.23

이제원

 

'무전유죄 유전무죄'로 대표되는 가지지 못한 자의 서러움과 고통. 

 

돈 없는 이, 특히 노숙인이 병원에 가려면 시립병원 혹은 기타 복지병원에 가야 하는데 문제는 의뢰서 환자의 경우 일단 원무과 직원의 싸늘한 시선은 기본적으로 감내해야만 통과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무료로 진료를 받는 주제에 너무 배부른 소릴 한다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대놓고 사람을 무시하는 병원은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돈’과 연관이 되면 병원은 철저하게 환자보다는 이익에 눈이 먼 한낱 장사치로 돌변하게 된다. 노숙인쉼터 실무자로서 최근에 겪었던 병원의 잘못된 관행을 고발하고자 한다. 

 

1. 첫 번째 사례(7월 14일자 ‘활동가의 한마디’의 같은 사례임.)

지난 7월 A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동훈(가명)씨가 안경이 깨지면서 크게 다쳐서 응급실에 있으니 어서 데리고 가라는 내용이었다. 병원에서 환자를 데리고 가라는 것은 보통 진료비를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러한 이유였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동훈씨가 아닌 원무과 직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영  다시 보니 나도 화나요..ㅡㅡ^ 문제는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꺼라는 거.. 

08·09·23 23:51 수정 삭제

 

 

 

그러면서 대뜸 하는 말이 진료비를 내지 않아서 치료를 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의 진료비를 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치료비 내역을 보여주는데 항생제 투여나 간단한 조치만을 취해놓고서 총액을 보니 20만원 정도였다. 당일 치료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비싼 가격이었고, 더욱이 CT 등의 추가검사는 하지도 않았다. 따지고는 싶었으나 동훈씨가 걱정이 돼서 그냥 알겠다고만 했다. 

 

동훈씨는 왼쪽 눈밑이 찢어졌는데 제대로 지혈이 되지 않아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리는 상태였다. 그러니 당연히 피로 샤워를 한 듯이 온 몸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병원에서 행한 치료가 과연 20만원이라는 돈의 가치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행한 것이라고는 골방같은 곳에 아무도 없이 혼자 방치한 상태로 보호자가 오기만을 기다린 것이 전부였다. 의학적인 조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피라도 닦아줘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와 같은 의료진은 보지도 못하고, 지혈을 부탁하면 원무과 직원이 와서 반창고 하나 붙이고 나서 얼른 돈이나 내고 다른 데로 가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결국 병원비를 내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갈려고 하는데, 온몸이 피로 물들어 택시를 잡기 힘들 것 같아서 몸은 내가 닦을 테니 환의라도 빌려달라고 하니 그것도 안된다고 했다. 병원의 자산인 환의를 외부에 반출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라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고선, 떠밀리듯이 병원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2. 두 번째 사례. 

지난 8월 용은(가명)씨는 만취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고 쓰러져 있는 것을 지역 주민이 흔쾌히 진료비를 내주셔서 B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아침을여는집으로 입소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퇴원 후 계속 된 음주와 신경이상 등의 증세가 있어 국립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는데 그날 밤 몰래 링거줄을 뽑고, 퇴원하여 어딘가에서 또 만취가 돼서 돌아왔다. 

 

그래서 먼저 알코올 해독을 한 후에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시립병원(이하 C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그런데 다음날 C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X-레이 결과 빈혈증상이 있으며, 갈비뼈 3대가 부러져 있으니 이에 대한 치료가 있은 후에 입원을 받아줄테니 지금은 퇴원시키겠다고 했다. C병원에서 외과 및 내과가 있으니 퇴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하니 자기 병원에서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른 데를 알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용은씨가 전에 병원에서 몰래 퇴원해서 술 마신 사실을 알려주며, 퇴원시킬 경우 다시 술을 마시니 우리가 갈 때까지 퇴원시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선 용은씨를 받아 줄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보는데 쉽게 찾을 수가 없어서 C병원에 전화를 걸어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니 벌써 퇴원시켰다고 했다. 이미 병원에서도 그 심각성을 알고 있었고, 술을 더 마실 경우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들 골치 아프니까 퇴원시킨 것이었다.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의무가 없으니, 우리가 데리러 갈 때까지도 기다리지 못하고 퇴원시켜 버린 병원의 행태는 절대로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결국 용은씨는 다음날 만취 상태로 돌아왔으며, 상태는 혼자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다. 다시금 용은씨를 C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하여 다른 병원에 가서 빈혈과 갈비뼈 등을 검사하니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빈혈과 갈비뼈는 알코올 치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서를 발급받고 다시 C병원에 가서 입원접수를 하니 담당의사가 다른 병원 의사의 소견으로는 부족하며, 자기 병원 의사의 소견이 중요한데, 자기 병원 의사가 입원이 힘들 거 같다는 판정을 내렸으니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어떻게 말을 그렇게 쉽게 뒤집을 수 있는지, 만약 처음부터 입원이 안된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진단서를 끊어달라고 했는지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알코올과 외과적 치료를 같이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았으면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동안 C병원하고 싸우고 했던 것이 전혀 의미가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다른 병원 의사의 소견을 부정하고, 입원을 받을 수 없다는 C병원의 행태는 진료 거부에 해당하며, 그 담당의는 의사로서의 자질을 문제삼고 싶은 마음이다. 

 

3. 세 번째 사례.

지난 8월 퇴소한 유철(가명)씨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사고차량이 택시였고, 택시기사가 D병원에 모시고 가서 보험처리를 잘 끝낸 덕분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유철씨가 노숙인이라는 사실을 D병원이 알게 되어 전화로 진료비 중 자부담분에 대한 선납이 있어야 입원이 가능하다며, 지금은 응급실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응급실에서 진료는 받고 있으니 분명히 진료거부는 아니다. 다만 응급실의 특성 상 응급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으며, 그러다보면 유철씨 같은 비응급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으며, 또한 입원이 된 후에야 여러 검사가 가능한데 응급실에서는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노숙인 및 가지지 못한 사람에 대한 병원의 모습이 어떠한 지 잘 보여준다. 의술은 인술이라고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은 어떤 일보다 고귀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이 시대에 진정한 인술을 하는 병원은 엄청난 자기 희생이 따를 것이다. 병원을 사업으로, 장사로 생각하다 보니, 병원의 시설을 최신식으로 꾸미고, 최신식 의료기계를 구입하는 데에만 열을 올린다. 이러한 과열경쟁을 통해 병원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게 되었고, 병원조직은 회사와 같게 변하게 되었다. 최근 병원을 영리조직으로 한다는 움직임도 이와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미 길게는 4개월 이상 지난 일인데, 글을 쓰다 보니 다시금 그 때의 분노가 올라와 약간은 과한 표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의료계 전반에 대해 쓸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으며, 내가 겪었던 사례에 대해 쓰다보니 이 글은 일부 병원의 일부 의료진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아무런 대가없이 흔쾌히 어려운 이웃을 치료해 주시는 병원은 많이 있다. 이 글이 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히포크라테스의 선언문을 올리고자 한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PS. 다행히 동훈씨는 치료받은 후 건강하게 생활하시고 있고, 용은씨와 유철씨는 아직도 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