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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그들은 어떻게 먹을거리를 해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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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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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은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을 구사한다. 구걸을 하거나 주민등록증의 명의를 팔거나 쉼터 등의 복지시설에 입소하기도 한다. 또한 병이나 폐지를 모아 팔기도 하며 일용직을 나가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적응 방식은 노숙생활에 있어 필수적이다. 

노숙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모든 노숙인의 공통점은 주거가 없거나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알아야 노숙인들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 그들에게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방법은 ‘밥’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존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은 다양한 방식의 적응전략들에 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돈을 잘 주는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 무료급식은 언제 어디서 하며, 어느 단체가 질 높은 식사를 제공하는지, 쉼터는 어디가 시설이 좋은지 등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이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몇 년전 거리에서 노숙인들과 며칠동안 같이 지내보았다. 일용노동을 하지 않는 노숙인들의 일상생활은 무료급식을 받아먹기 위해 줄을 서고 꼬지(동냥질)하러 교회를 찾아다니는 게 전부였다. 특별히 자선단체에서 옷가지나 침낭 등의 물품을 나눠준다는 정보를 접하면 그 물품을 받기 위해 그 장소를 찾아가 줄을 서기도 했다. 한 노숙인의 증언을 들어보자. 

“하루 일과라는 게 없어. 그냥 밥 따라 다니는 거야. 회현역에서 새벽 4시반, 서울역에서 6시에 아침주거든. 그러면 일어나서 밥 먹고, 서소문 공원에 가서 씻고 목욕하고 그러는 거야. 좀 쉬다보면 11시에 용산에서 밥 주거든. 그런데 줄이 길러서 9시나 10시쯤에는 가야지 먹는다고. 먹고 나면 12시쯤 되거든. 그리고 또 4시에 탑골공원에서 밥 줘. 그리고 서울역에서 8시에, 쁘렝땅에서 8시 반에 밥 준다고. 그러면 밥 먹으러 또 가는 거야. 또 10시쯤 되면 큰지하도에서 김밥이랑 튀김 같은 거 나눠주는 사람들도 있거든. 난 그거까지 먹고 회현역에 가서 자고 그랬지.”

이만큼 노숙인들에게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일과이다. 더구나 이들이 다른 곳으로 노숙 장소를 옮길 때,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하는 정보도 먹을거리에 관련된 것들이다. 

“난 영등포에서 먼저 시작했는데, 나중에 서울역 쪽으로 옮겼어. 서울역에 먹을 것이 훨씬 많거든. 일단 영등포에서 있던 경험도 있고 하니까 그쪽으로 가도 괜찮을 것 같아서 갔는데, 그렇지 않더라구. 영등포 쪽에서야 어디서 밥 잘 주는지, 어디 가면 돈 주는지, 정말 다른 사람들 모르는 것도 많이 알았다고. 그런데, 이쪽으로 옮기고 보니까, 먹을 게 훨씬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얻어먹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같이 갔던 사람들하고 서울역에서 후줄그래한 아이를 하나 잡았어. 그래서 밥 주는 데가 어딘지 아예 적어달라고 했어.”

지금은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노숙인 지원서비스에 대해 많은 지원단체들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몇 년 전처럼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는데 그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방에서 올라왔거나 새로 노숙을 시작하는 노숙인들은 여전히 먹을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 부족으로 힘들어한다. 이렇게 먹을거리에 관련된 정보는 노숙 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 지식이다. 이를 익히게 되면 노숙 생활에 익숙해지게 된다.

자본주의가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동반할 것이다. 20세기와 달리 21세기 실업의 원인은 경제 위기의 순환 때문이 아니라 첨단 기술 산업의 발달로 일자리 자체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축소되어가고 있는 건설업을 제외하고는 빈민들의 유효노동력을 흡수할 산업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노숙인들은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다양한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안해 낼 것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