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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바라보며... [20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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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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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7.13

추형선

 

  김석재씨는 아침을여는집에서 생활하시다가, 2011년 4월 퇴소를 하셨습니다. 그동안 밀려있던 벌금때문에 수배가 떨어졌고, 벌금을 갚을 길이 없자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 구치소였습니다.(구치소에 들어가면 벌금을 하루에 5만원씩 감해주기 때문입니다.)

 

  쉼터에서 계시면서도 공공근로 등 일을 열심히 하셨지만, 예전에 하던 사업으로 인한 벌금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셨습니다.(빚쟁이들이 쉼터 근처로 찾아오기도 하고,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처음 입소하셨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얘기도 별로 하지 않고 필요한 말만 하시고는 조용히 계셨는데, 자주 얘기를 걸고 하다 보니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셨습니다. 예전 월드컵 때 축구장에서 응원도구 사업을 하시던 얘기, 현재는 이혼을 했지만 부인 되셨던 분과 만남의 과정을 추억에 젖어서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업 하면서 빚을 지게 된 얘기와 현재의 상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을 하시더니, 결국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서울구치소에서 형을 살고 나오기로 결심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편지지에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러쓴 편지였습니다. 이메일과 문자로 쉽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대에 종이로 된 편지를 받으니 살짝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느껴졌습니다.

 

  편지는 김석재씨가 구치소에서 보내 온 것입니다.

  자신은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부탁드릴 것이 있다는, 다소 딱딱하지만 따듯한 편지였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향수라고 할까? 기분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분은 면회는 올 필요 없다고는 하셨지만 예전 군 시절에 친구들이 면회왔을 때의 기쁨을 알기에 미리 연락하지 않고 면회를 갔습니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면회장면처럼, 투명한 유리를 사이로 두고 김석재씨를 만났습니다.  해맑게 저를 반가워 해주시는 한편, 오히려 제가 마음쓸까봐 농담도 하시면서 여기서 운동도 하고, 잘 지낸다고 위로해주셨습니다. 

 

  지하철에서 한시간, 버스타고 10분, 걸어서 10분, 면회를 기다리며 다시 30분..

  그리고 기다림 끝에 주어진 10분간의 만남.

 

  허용된 10분의 면회 시간이 왜 이리 후딱 지나가는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밝게 계신 모습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2번 정도(저랑 소장님) 면회 가서 영치금을 넣어 드리기도 하고 책을 보내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지금 김석재씨는 무사히 형을 마치고 나오셨고, 다른 쉼터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마음의 짐을 모두 떨쳐버리셨으니, 이제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