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아들아, 고맙다! [20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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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09:27본문
2011.7.13
비록 가난했지만 단란했던 우리 가정은 제가 다니던 회사가 6년전 부도나면서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건설일용직을 다니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치면서 육체노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습니다. 왜 이렇게 내게 안좋은 일이 계속 되는지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생활은 아내가 어린 아이들을 돌보면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히 유지해 나갔지만 너무 힘든 하루하루가 이어졌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점점 더해지면서 결국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인 두 아들을 데리고 가족 노숙인 쉼터에 입소했습니다. 천진한 아이들과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 죽고 싶은 충동이 불쑥 불쑥 일어날 정도로 정신이 황폐했지만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쉼터에 입소하면서 아이들 방과후 공부방이 연결되고, 숙식이 해결되어 생활비 부담도 덜어져서 점차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아내는 어린이집에 취업을 하게되었고, 저도 건강이 조금 나아져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3년간의 쉼터 생활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저축도 꾸준히 하던 어느날에 쉼터 선생님이 근처에 노숙인을 위한 임대주택이 공급되니 지원해 보라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나눔과미래라는 곳이 운영하는 신림동에 있는 방2칸 짜리 주택이었습니다. 비록 반지하라고 하지만 쉼터와 가까워 아이들이 전학가지 않아도 되는 조건과 월세가 5만원 정도로 너무 저렴하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떨리는 마음에 면접심사를 보았습니다. 다행히 입주자로 선정하고 행복한 마음에 입주를 했습니다. 아이들과 아내의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재계약 심사중입니다. 장사에 투자하면서 저축액이 기대보다는 좀 적었지만 잘 통과되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저축한 돈을 일부 투자해 악세사리 가게를 했고, 기대만큼 장사가 잘되지 않아 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아내는 다시 어린이집에 취업을 했습니다. 한 고비를 넘으면 또 고비가 오고, 힘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올해 중학교 2학년이 큰 아이와 6학년이 둘째가 너무너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에 시름을 잊고 이 악물고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아이들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좀 하겠습니다. 큰 아이는 키가 175센치에 제 눈에는 장동건 보다 잘생긴데다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습니다. 작은 아이도 형 못지 않게 미남이고, 곧잘 공부를 합니다. 쉼터 생활을 하고, 불안정한 시간을 겪었지만 너무도 잘 이겨 주었습니다. 지금도 일에 바쁜 엄마아빠가 늦게 귀가해도 알아서 밥도 챙겨먹고, 다툼없이 우애있게 잘 지내는 의젓한 아들입니다. 가끔 장사가 안되고 미래가 불안해 질 때마다 아이들 얼굴을 떠올려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비록 부족한 아빠지만 믿어주고, 사랑해줘서 고맙다. 뒷받침도 잘 못해주는데 공부 열심히 해 줘서 정말 고맙다.’
* 위 글은 정경식(가명)씨의 실제 사연을 토대로 상담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