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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책임회피 [예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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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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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퇴소상담이다. 

물론 잘 되어 나간다면 보람이자 활력으로 다가오겠지만, 이를 거부하는 경우, 특히 퇴소의 사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는 나 자신은 물론 그 분께도 크나큰 상처로 남게 된다. 

몇 시간이고 설득하고 납득시켜도 불만을 토로할 때 보면 답답한 마음에 줄담배만 피게 된다. 

내 머리에 새치도 이 때문에 생겼을 거다. 

저렇게 거부하는데 사회복지사가, 복지를 한다는 놈이 그걸 포용 못한다는 자책도 든다. 

 

오늘도 너무 힘이 드는 일이 있었다. 

 

지상렬(가명)씨는 10월 15일 병원 퇴원 후 입소하게 되었다. 

입원 전 다발성 신경변증으로 수급인 상태로 치료받다가 퇴원 후 거처할 곳이 없어 입소하게 되었는데, 입소상담에서부터 뭔가를 감추는 듯했다. 

대개 이러한 분에게는 단체생활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가 있어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받아들이기로 하고 생활을 시작했다. 

결국 입소 다음날부터 술을 먹기 시작했다. 

어르고 달래고, 혹은 협박도 했지만 그때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

그러다 이번 주 월요일 출근해서 보니 코를 찌르는 술냄새와 함께 눈 위에 찢어진 채 주무시고 있었다. 

일단 깨워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도 묵묵부답. 

그래서 병원에서 상처라도 꿰매고자 해도 지금은 피곤하다며 1~2시간만 자고 가겠다고 해 30분 입씨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일을 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거실로 비틀거리며 나와서 보니 눈은 풀려 있고 몸도 가누지 못한채 누워있었다. 부축해서 보니 입가엔 녹색의 가루가 묻어있고 의식은 없었다. 

음주한 상태에서 약물(신경변증 약)과다복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최대한 빨리 응급실에 모시고 가서 약물을 빼내고 치료를 해서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곤 다음날 퇴원을 해서 약물관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지금처럼 하면 힘이 들어 재활쉼터(의사가 상주함)로 전원하고자 하였으나 또 피곤하다며 하룻밤만 자고 내일 퇴소하겠다고 해서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대신 약은 절대 먹지 않기로 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보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을 또 먹었는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전보다는 조금 먹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고 퇴소상담을 시작하였다. 

30분, 1시간...

시간이 갈수록 한번만 봐달라는 말만 반복할 뿐으로 상담은 되지 않고...

결국 2시간만에 재활쉼터로 전원에 동의하여 짐을 싸서 나가는데...

이런 분을 내보내도 되는 건가...

이런 분을 위해 있는 것이 쉼터가 아닌가...

이렇게 하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골치덩어리를 치우는 이기적인 생각 아닌가...

그렇게 그 분이 떠나신 후 3시간이 지났을까? 

전원시킨 시설에서 잘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순간 안도감이 들며 아래와 같이 생각하는 걸 보면 나는 못된 인간인가 보다. 

"내 책임은 여기서 끝나는 거겠지"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