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지역까지 디자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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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3 17:17본문
2014년 9월 23일 서울시청에서 300명에 가까운 청중들이 모였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의 아이돌보다 더 유명하다는 커뮤니티디자인 전문가 야마자키 료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야마자키 료는 건축,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더욱 더 잘 알려져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커뮤니티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그는 "디자인이 가진 힘을 사용하여,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해결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예로 고독사하는 독거 노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마을에 누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몰라 구조를 못한 사례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커뮤니티 활동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진행했던 참신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바탕으로 강연이 구성되었습니다. 재치 넘치는 표현 덕분인지 사례에 대한 것들이 기발하다고 느껴져서인지 두 시간의 강연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강연에서 나왔던 사례들 중에 제가 주목했던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이즈미사노 구릉녹지 사례 입니다.
이 구릉녹지의 공원을 재생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파크레인저가 되었습니다. 주거환경관리사업 마을학교(주민 워크숍)을 하는 것처럼 파크레인저 양성교육을 11회에 걸쳐 진행했고, 매년 20명이 넘는 파크레인저를 양성해서 물리적 정비에 집중하기보다 공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가꿀 수 있는 인적자원을 개발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파크레인저를 선발하는데 공원을 가꾸고 보존하는데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주민들을 선발하기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공원을 만들고 싶은지 400자로 써서 제출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선발된 주민들이 보낸 지원서에는 굉장히 반듯하고 예쁜 글씨로 쓰여있어서 "이 사람 정말 열정이 있어!"라는 확신을 갖고 선발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50~60대 아빠들이 쉬는 날에 집에 있는 것이 불만이었던 아내들이 지원서가 담긴 우편물을 받고는 남편들을 공원으로 보내기 위해 남편몰래 정성껏 지원서를 대신 써 주었는데, 남편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파크레인저로 선발되어 최선을 다해 양성교육과정에 임하고 공원을 관리하게 된 웃지 못할 사연이 함께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쇼도시마 커뮤니티 아트 사례입니다.
쇼도시마 지역은 주민들 대다수가 간장을 제조하는 일에 관여하고 있는 섬입니다.
예술(Art)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는 주민들에게 마을을 둘러보게 하고 섬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조사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엄청난 양의 소형 간장용기였습니다. 이 엄청난 양의 소형 간장용기에 마을 주민들이 간장의 신선도/숙성도를 판단하기 위해 빛에 간장을 비추어 본다는 점에 착안하였습니다.
8만개의 간장용기에 농도를 달리해서 예술작품을 만든 것입니다. 8만개의 용기에 간장을 주입하는 데 주민 몇 명의 힘으로는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 주민이 모두 함께 참여했습니다. 유치원마다 가서 아이들과 간장을 넣고, 작은 작업장을 구성해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주민들끼리 아주 가까워져서 주민들끼리 단체티를 맞춰입고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란 야마자키 료가, "아니, 이런 단체복은 누가 맞추자고 하고, 누가 디자인했습니까? 디자인이 좀 후지네요.."라고 묻자, 주민들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아! 료씨가 디자이너였지요! 미안합니다. 우리가 깜빡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주민들끼리 끈끈한 결속력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커뮤니티 디자이너로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세번째는 동일본대지진 때 대피소에서 행정/자원봉사자/주민이 자신의 재능을 서로 돕는데 이용하는 제킨(zeichen; 육상선수들이 등판에 크게 붙이는 사인)입니다.
대피소에 있는 모두가 절박하고 어려운 피난 상황에서 행정/자원봉사자/주민 모두 자신있는 스킬을 크게 적어 등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저는 마사지를 잘 합니다.", "저는 수화를 할 수 있습니다."와 같이 내가 가진 재능/기술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나눔과미래가 주거환경관리사업에서 주민공동이용시설(마을회관)의 용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마을에서 가장 필요로하는 용도가 무엇인지, 이에 따른 자원이 커뮤니티 안에 있는지 조사를 하는데, 사례에서 나온 것처럼 제킨을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야마자키 료씨의 강연에 나오는 재미있는 사례들을 듣고 나니, 활동하고 있는 마을 그리고 앞으로 활동할 마을에서 어떻게 할 지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나눔과미래 활동가로서 커뮤니티활동을 열심히 해서 야마자키 료씨처럼 좋은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싶어졌습니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