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주거복지센터] "싱크대가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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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9-04-25 17:36본문
할머니는 바느질일을 50년 가까이 하셨다고 했습니다.
바느질일을 하면서 다섯명의 자녀를 키웠다지요..
자녀들은 가난하고 그나마 장남이 대기업 과장이라며 힘주어 말씀하시는데 그 자랑스러운 과장 아들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는 못하셨습니다.
2018년 10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주거급여만 겨우 받고 계시지요.
바느질일을 하며 근근히 생계를 꾸려나가는데 할머니 연세가 많아 일 맡기는 데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광장시장 주단골목 2층에 사십니다.
4년 전 과장 아들이 지방에 집을 지었으니 같이 살자며 내려오라고 해서 갔더니
그 넓은 집 청소를 본인이 다 하셔야 했다며, 더는 힘들어서 못하겠어서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셨답니다.
할머니의 진심이 담기지 않은 푸념에, 며느리는 '고맙다'고 했고 그 길로 광장시장 인근에 방을 구해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 구한 집은 4층인데 화장실이 없어서 오르내리기도 힘들어 1년 살다가 지금 계시는 곳으로 이사를 하셨다지요.
지금 계시는 곳도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광장시장 안에 있는 할머니 집은 사실 미싱하시는 분들이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가난한 할머니는 그 곳에 둥지를 트셨습니다.
화장실은 광장시장 공중화장실을 이용합니다. 아침에 화장실 갈 때가 가장 불편하고 부끄럽다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화장실보다 더 불편한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주방이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작은 부르스타를 방바닥에 두고 식사를 챙기십니다.
들어오는 입구 옆 작은 공간이 할머니의 주방입니다. 그나마도 주인이 불을 쓰면 안된다고 해서 몰래몰래 사용하고 있다고 하셨지요.
"싱크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선정이 안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할머니와 함께 임대주택 신청서를 작성해보기로 했습니다.
신청하는 임대주택은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으로 동생집 근처로 이사하고 싶다는 할머니의 의견을 따라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2월 말 임대주택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고, 5월에 전철역에서 가깝고, 무엇보다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1층 주택으로 이사를 하십니다.
처음 해보는 전세임대주택 권리분석신청을 열심으로 해주신, 좋은 부동산 중개인과 집주인을 만나 지금은 이사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너무 고맙다며 딸기를 세 팩이나 사오신 할머니, 전철 3정거장이면 동생네 집에 갈 수 있다며 참 좋으시다는 할머니,
그 집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생활하시면 좋겠습니다.
이사하시면 휴지 사가지고 놀러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