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마을택배입니다~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07-14 14:40본문
마을택배가 시작된지 벌써 2년 9개월이 됐다. 택배를 하면서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택배기사는 성실하지 못하면 할 수 없고, 민첩하지 못하면 할 수 없고, 근면하지 못하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중에 하나라도 모자라면 택배기사는 오래할 수 없으며, 한다고 해도 충분한 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명절을 목전에 앞둔 지금은 택배기사들이 가장 버거워 하는 시즌이다. 마을 택배만 하더라도 평소 배달 물량의 2배 이상인 하루 1,700개의 택배를 배달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침 7시부터 터미널에서 상차가 시작되어 오전 11시에는 배달이 시작되는데 끝나는 시간이 밤 10시~11시이다. 그 일이 마무리 되어야만 퇴근을 한다. 물론 우리 회사의 경우에 어르신들은 일이 빨리 끝난다. 위 상황은 기사분들과 사무실 직원들, 그리고 홈리스 배송원에 국한되는 상황이다. 만약 하루라도 배달을 하지 못하면 소위 택배대란이 작은 회사에서도 일어나는 샘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택배기사들에게 주워지는 휴가는 남들 다 쉬는 명절인 설명절과 추석 연휴뿐이다.
우리 회사의 자랑이라면 이런 끊임 없이 반복되는 배달 일을 비가 오난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겨울에 온 몸이 꽁공 얼어붙는 상황에서도 너무나 성실하게 날마다 배달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데 있다. 바로 배송단의 꽃이라 불리는 어르신들과 홈리스들이다. 일반 택배기사들의 경우에 강도 높은 근로에 적은 임금으로 이직률이 높아서 수많은 영업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한 번 들어 오시면 특별한 이유없이 퇴직하시는 분들이 없다. 배송단이 동네 어르신들이기 때문이고, 또 자활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일하시는 홈리스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도 많다. 보통은 자기 권역에서 한 명의 기사가 배달을 하면 되는 경우와 달리, 우리 회사는 4명의 기사가 하면 되는 일을 24명의 배송단이 하고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수시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의 보이지 않는 시력을 감안해서 터미널에서 컨베이어 밸트에서 쏟아내는 택배를 1톤 탑차에 상차할 때에 기사들이 친절하게 매직으로 주소를 크게 써 놓는데, 한 차에 400여개를 실으면서 매직으로 주소 동호수를 쓰고 또 스켄까지 하려면 가끔은 주소를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여지 없이 다른 집으로 배달되기 쉽상이다. 거의 대부분은 고객들의 항의 전화를 받으면서 해결을 하지만, 가끔은 분실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책임은 마을택배 회사에서 배상한다. 일반적으로 분실에 대해서는 해당기사가 책임지는 것에 비해 우리 회사는 회사가 지불하는 빈도가 훨씬 많다. 그 외에도 소위 진상고객(Black Consumer)과의 실랑이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경비실도 없는 일반 주택의 경우에 집 앞에 두고 가라고 해서 놓았을 뿐인데, 물건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전화통은 불이나고 고객의 불호령에 결국 분실처리 후에 다시 물건을 업체에 신청 한 후에 재배송을 해야 하는데 자기 직장으로 오토바이 퀵으로 배달을 해 달란다. 물론 물건 값 20만원, 퀵서비스 배달 값 2만원을 고스란히 마을택배에서 배상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업체에서 택배 송장에 주소를 잘못 적어서 보낸 물건을 배송하게 된다. 당연히 어르신이 다른 집에 배달을 하는 사단이 난다. 원래 물건을 받아야 하는 고객이 그 물건이 왜! 오지 않느냐면서 경찰에 신고하여 절도 죄로 회사를 신고하겠다고 하면서 전화는 뚝 끊긴다. 이런 일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발생하지만 이제는 관리자들에게도 그러려니 하는 여유도 생긴 듯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나도 직접 배달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때는 음료수도 주시고 고생한다며 간식도 챙겨 주시는 주부들이 계신다. 그럴 때는 기분이 날아갈 듯 기쁘다. '이 맛에 택배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하시는 고객들이시다.
사회적기업으로 '마을택배'라는 이름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는 것은 결국 이 회사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이 소일꺼리를 통해 월 39만원~100만원의 임금을 받으신다는 점이다. 이로써 어르신들의 삶에 활력이 생긴다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보람이 느껴진다. 또한 홈리스들이다. 처음에는 좌충우돌, 트라우마 폭발, 아이들 삐치는 것과 같이 퇴행적 모습을 모였던 분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몰라보게 회사원 티가 나는 것을 보게 된다. 기능적으로도 평소 운전도 못하고 컴퓨터도 못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난감했지만, 이제는 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꾼들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가 긍정적인 교감을 나누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홈리스의 경우에는 월급여 130만원~180만원으로 자립의 꿈을 소중하게 키워가시는 분들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
2013년 12월 회사가 가장 어려울 때 서울역 노숙인 쉼터에서 갑자기 파송되어 오신 홈리스 형제는 지금까지 우리 회사의 마스코트처럼 일을 하시는데, 얼마나 성실하게 일을 했는지 주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쉼터를 나와서 고시원에서 자활의 준비를 하고 있고, 곧 임대주택의 입주를 위해 본인의 불량스런 재정현황을 조금씩 정리중에 있다. 택배 회사들이 너무나 효율성 중심 발전해 온 나머지 강노동 구조의 관성을 타파하고 회사는 나름대로 체계를 바꾸었다. 직원들에게 주5일 근무를 도입한 것이다. 사람이 쉬면서 일해도 힘든데 주6일의 하루 평균 12시간의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는 살인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주4일 1일 평균 3시간의 근로만으로도 월 평균 50만원의 급여를 수령 받으시는 구조로 탈바꿈하고 있다. 처음부터 꿈꾸었던 그런 괜찮은 회사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회사를 마을단위에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2012년에 서울시의 혁신형사회적기업 육성정책으로 첫번째 위기를 극복했고, 두번째 재정의 어려움은 고용노동부의 작은 인원이지만 3명의 인건비 지원이라는 엄청난 재정지원으로 위기를 넘겼으며, 세번째 회사가 마을의 네트워크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게 한 것은 서울시복지재단의 임대아파트 주민의 참여주도형 시범사업 선정과 지원의 결과였다.
그 결과 연매출 2억4천만원으로도 일자리창출 인원이 2014년 12월 기준으로 30명에 이르렀다. 물론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의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말은 결정적으로 사회적 자원의 투입과 사회복지와 사회적경제의 협력 모델이 마을단위에서 괜찮은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 동력을 힘입어 2015년은 매출계획이 연간 8억원에 이르고 있다. 물론 일자리 창출도 몇 배가 늘어날지 내 자신도 기대가 크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는데 큰 돈이 들지 않으면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주)살기좋은마을(마을택배)의 자본금은 1,500만원이었고, 지금도 1천만원의 운영자금이 없어서 현금흐름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신규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은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헌신하시는 어르신들과 홈리스형제들, 그리고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고, 창의적인 기업인들과 연대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1년이 넘도록 부단히 노력했던 결과라고 생각된다. 회사에 이제는 특허도 한 개 등록이 되었고, 올해도 또 다른 특허를 준비하여 2년 후에는 등록을 마칠 셈이다. 그리고 2015년은 성북구는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양천구, 구로구, 동작구 등으로 마을택배의 지사들을 넓혀 갈 예정이다. 더불어 신규사업을 또 펼칠 계획인데, 그 힘의 원천은 "띵동~택배왔습니다."라고 부지런히 마을에서 휘젓고 다니시는 우리동네 어르신들과 홈리스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라고 본다.
사람들 중에는 목사가 무슨 그런 일까지 하냐고 묻는다. 그런데 힘이 되는 것은 우리 교회 교우들은 그런 목사여서 좋단다. 그래서 힘이 난다.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도 이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없는 돈 털어가며 지속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사회에 이런 단체가 있다는 것은 성북구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밝히지만, 나눔과미래가 허덕이는 살림살이 계획서를 가지고도 꾸준하게 지원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아름다운 회사, 살기좋은마을은 벌써 폐업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말 그대로 우리 모두의 회사이고,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상법상 주식회사이지만,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만들어 온 공동의 자산이 되는 회사인 것이다. 이것이 공동체가 아닌가. 공동의 가치를 나누고 키워서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사회적기업의 설립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을택배는 누구든지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력서 요구 없이 채용하는 그런 회사가 되기 위해 더 달려 나갈 것이다. 설 명절 앞두고 고생하시는 택배기사님들이 "띵동~ 택배입니다"라고 문을 노크할 때에 활짝 웃어주는 센스와 "감사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건강해 질 수 있는지 상상해 보자.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