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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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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예비사회적기업 ㈜살기좋은마을 부장

노춘월

 

2013년 12월 17일 처음으로 택배를 손수 배달하기 시작했다. 서울역 홈리스분들과 이일을 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뻔하다고 비아냥거리는지.. 그래서 참 추운 겨울이었다.

브라운스톤 아파트에서 우리를 개보듯 천대하고 쫒아내고 하기를 몇 번하는 것을 보면서 굳게 맘먹은 것이 있었다.  내가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천대받게 하지 않겠다고..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았던 세월 때문에 체력도 문제였지만 처음 하는 일이라 오배송, 분실건으로 인해 사무실에서 조차 우리를 박대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와서 일할 수 있는 회사,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 가족이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하고 홈리스 분들에게 한 달만 날 도와달라고 청했고, 그분들은 휴일도 반납하고 내 일 네 일 따지지 않고 정상화될 때까지 도와달라고 한 부탁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다.

영하 14도 되던 날이이었다. 새벽 까대기를 며 칠 안했는데도 동상에 걸려 발이 너무 아픈데 그분들은 그걸 참고 괜찮다며 커피 한잔으로 달래던 날이 엇그제 같다.

 

설 지난 어느 날 고객이 물건을 못받았다고 해서 저녁 10시에 소화전에 그대로 있는 물건을 찾아주었다. 어떤 날은 고객이 택배를 보낼 일이 있다 해서 찾아갔는데 비닐에 싸인 옷을 그대로 주면서 보내 달란다.  포장해주셔야 한다고 했더니 “포장해 주는 것 아니냐”고 해서 포장해 드릴테니 다음부터는 포장해서 달라고 하고 가져오셨다.  또 어떤 날은 무거운 생수 1.8L 6개 포장한 것 3박스를 갖다 줬더니 반품하는 고객에게도 뭐라 말도 못하고 그대로 가져오는 일도 있었다.  그 중에 어떤 고객은 경비실에 맡긴 물건을 다시 와서 자기 집에 갖다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고객을 보면 당장 일안하겠다고 할 줄 알았건만 브라운스톤에서 만큼은 우리에 대해 생각이 바뀌어지게 끝까지 해보겠다고 하면서 일요일에도 현장에 가보고 아침 일찍에도 가서 물건을 가져오는 열정을 보여 주셨다.

이분들 덕에 회사는 지금 많이 안정되었고 매출도 월 이천여만원을 달성하게 되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 그 누구도 이 분들이 홈리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질과 능력, 그리고 가능성 마저 폄하했던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서로 마음으로 믿어주고 함께 밥해먹고 잘잤느냐 물어봐주는 일상의 소통으로 이 분들이 이회사의 주인으로, 또 일등공신으로 세워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브라운스톤, 힐스테이트 아파트와 중앙하이츠 아파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힘들다는 표현 한마디 없이 묵묵히 일해주시는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살기좋은마을(마을택배)은 아마도 지금쯤은 살기 싫은마을이 되었으리라.

 

버려진 사람들과 같은 홈리스, 자기 스스로를 버렸던 사람들..

“저 사람들 좀 이상해”라고 원청회사의 직원들이 말했을 때도,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이 “당신들 때문에 문제야”라고 길거리에 세워서 면박을 주었을 때도, 우리들은 함께 다짐했었다.  “아니라고 우리도 조금만 지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사람들이 지닌 편견에 맞서서 그들의 생각을 바꿔놓자고 하면서 서로를 격려해 주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매일 점심 먹으며, 저녁을 먹으며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며 나누었던 시간들이 오늘을 있게 한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홈리스들의 자활을 지켜보면서 회사도 아무리 어려워도 월급을 타기 전까지는 밥값과 전화비는 회사에서 책임을 지자고 마음먹고, 점심만큼은 꼭 제대로 된 음식으로 드시게 했었다. 전화비도 걱정하지 말고 고객응대서비스 잘 하도록 했었다.  새벽에도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수차례씩 전화하시는 그런 고객에게도 대낮과 같이 똑같이 전화응대를 했었다.  그런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보름 만에 택배물건 분실건이 사라졌다.  고객으로부터의 항의전화로 사무실이 늘 전쟁통의 포화처럼 시끄러웠었는데 이제 그런 전화소리도 거의 없다.  날마다 울려대던 전화벨소리와 고객과의 실갱이 없이 이제 이렇게 글도 쓸 여유가 생겨서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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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홈리스와 관련없는 일반직원 사진)

 

오로지 단순배송만 하려고 했던 우리의 홈리스분들이 이제는 운전을 배우겠다고 하고, 컴퓨터도 배우겠다고 한다.  이런 변화들 속에서 이제는 홈리스 평생교육까지 생각하는 행복한 상상까지 하고 있다.  ㈜살기좋은마을(마을택배)은 ‘이제 내 회사다’라고 홈리스들은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안정화시켰다는 자부심으로 2014년 봄을 맞이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을 하고자 한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일할 수 있도록 집화업무를 본격화해서 부가가치를 올리려고 한다.  지금은 오전 6시, 오늘도 새벽 길 원청회사 물류터미널로 발길을 옮기는 직원들과 이 아침을 함께 맞이하고 있다.  더욱 활기찬 살기좋은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더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기도하면서 여왕의 달 5월을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