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커뮤니티

활동가의시선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는 집 걱정없는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우리 마을 보금자리 지킴이 입니다.

보도자료_국민일보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07-14 14:17 

본문

561f7edeeea9fc03bc2c7b277604013c_1592803073_7288.jpg
 

7월의 마지막 날 오후, 서울 길음동의 한 아파트 단지. ‘마을택배’라고 적힌 탑차에서 택배 박스들이 내려지자 형광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배달을 시작했다. 머리는 까맣게 염색했지만,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이들이 노인임을 드러냈다.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윗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어도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이날 아파트 출입구에서 택배 물건을 정리하던 김모(69)씨는 한때 잘 나가던 ‘광고업체 사장님’이었다. 1998년 IMF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부도를 맞았다. 일용노동과 복지시설 관리직 등을 오가며 생활했지만 일자리는 일정치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6월 18일부터 ㈜살기좋은마을의 직원으로 택배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팀장이다.

고정적인 소득이 생겼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 몫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 그에겐 더 소중하다. 김씨는 “나이가 들면서 사회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점점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데,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람은 누가 나를 대신해 만들어 줄 수 없다”면서 택배박스가 담긴 수레를 밀며 아파트로 들어섰다.

김씨처럼 생활이 어려운 60∼70대 노인 17명과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 2명이 살기좋은마을의 ‘택배기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13년간 노숙인 사역을 해온 오범석 평지교회 목사가 세웠다. 설립 5개월 만에 서울시혁신형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오 목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한국교회의 사역도 이제는 시혜적 차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일자리를 만들어 나누고, 영적 갈급함을 함께 채워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기좋은마을은 길음뉴타운 내 5개 단지에 들어오는 한 택배사의 물건을 받아 19명이 조를 나누어 배달한다. 하루 4시간 정도 일하는 노인들에게는 월 30만∼40만원을 지급하고, 노숙인들에게는 월 100만원 정도를 급여로 지급한다. 개당 800원 정도인 수수료만으로는 인건비를 대기도 어렵지만,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의 지원을 받아 손익분기점은 겨우 넘기고 있다.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오 목사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1차 목표는 효율성 향상을 통해 어르신들께 월 50만원 이상의 급여를 드리는 것이다. 마을택배 사업이 안정화되면 공동육아나 방과후교육 등 지역 내 소외계층 주민이 필요로 하는 복지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새로운 사업은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 목사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결된 영적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그는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도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어려운 이웃 속에서 살아가며 예수의 사랑을 전해야 진정한 신앙공동체가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며 일하는 장모(54)씨는 “전에는 일자리에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고맙다’ ‘수고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돼 행복하다”며 “이 일을 통해 반드시 자활에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