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오늘은 부엌만 고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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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4:14본문
“할매! 오늘은 부엌만 고쳐요”
언성을 높였다. 할매는 집안 곳곳 수리해야 할 목록을 끊임없이 되뇌인다.
“할매, 먼지 많이 나요. 밖에 나가 계셔”
먼지 풀풀나도 사람이 고팠나보다. 엉덩이를 뗄 생각이 아예 없어 보인다. 한번 풀어진 잔소리 보따리는 끊일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다. 낡고 색바랜 부엌의 창문과 천장도 고치고, 번들거리는 싱크대도 설치했는데 좋다는 말은 없다. 심쿵이다. 눈만 이쪽저쪽, 들락날락 바삐 움직이는 일꾼들을 따라 움직이며 잔소리를 놓치 않으며, 간간이 무겁게 주문을 한다.
“젊은양반, 누가 안 가져갔는지 보고 와봐”
길가에 내놓은 낡은 싱크대가 계속 눈에 밟혀서 그렇다. 낡은 싱크대 상판을 팔면 쌈짓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밖에 내놓은 낡은 싱크대를 누가 가져가면 어쩌나 하는 노심초사에 좌불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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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빽’ 호통친다.집수리 하는 이들을 지켜보며 잔소리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은가 보다.
“ 누가 가져가면 우째!”
노심초사가 극에 달했나 보다.
“할매! 바뻐요. 안 가져가요”
결국 듣다 못한 돌봄지원 나온 도우미가 나갔다 온다.
“할매! 오늘은 부엌만 고쳐요. 부엌만!”
이 말을 오늘 몇번 했는지 모른다. 깜지를 쓰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할매가 퍼주는 잔소리에 세명의 일꾼은 배가 부르다.
할매는 일꾼들이 가면 저 돌계단만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