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동네 목수’의 박학룡 대표 인터뷰 "성곽 마을과 마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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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5:16본문
-개인적으로 마을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의 첫 관심은 마을이라기보다는 주거권에 있었다. 서울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이 없고 불안한 주거 상황에 놓여있는 현실을 보았을 때 나는 여전히 절대적 빈곤이나 먹는 것을 걱정하는 인구도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주거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특히 내가 이 문제에 빠져들게 된 2007년도의 상황은 재개발 광풍에 의한 공격적인 개발과 거주민들의 저항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 되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꿔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성에 대한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2007년도에 녹색사회연구소라는 곳에서 생태도시시민강좌를 들게 되었다. 내용은 어떻게 하면 도시라는 생태와는 거리가 떨어진 도시라는 환경에서 생태 친화적인 거주를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듣고 나니 이러한 생태 친화적 거주가 개발이 부자들이나 일반적인 주민들 뿐 아니라 어렵고 힘들게 사는 지역에도 적용된다면 새로운 개발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그에 관련된 보고서같은 것을 만들었다. 헌데 이 글이 대안적 재개발 모델중 하나로서 뽑히게 되었고 이것을 시작점으로 이러한 마을 만들기 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 이때 계획한 대안적 재개발을 진행할 곳을 여러 곳을 검토해보고 분석한 뒤 뛰어들어 시작하게 된 곳이 지금의 장수 마을이다.
- 사업을 시작하기 전과 지금을 돌아보면 스스로 ‘성곽마을’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점이 있는가?
나의 시선은 딱히 달라진 점은 없지만 성곽과 성곽마을에 관련된 사람들의 시선은 변했음을 느낀다. 이전에 주민들에게 있어서 성곽은 그거 마을의 물리적 발전을 막는 존재였을 뿐이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쪽에서도 대대적 재개발을 막는 방해물로 보는 시선은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문화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주변의 건축물들이 성곽의 미관을 해치고 보수 유지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에 불과했다. 이전에는 이러한 시선들이 서로 크게 대립을 하고 있었고 서로 이해하려는 시도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서 생각해보면 성곽으로 인한 개발에 대한 제한이 오히려 지역 주민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거주지에 머무를 수 있게 도와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성곽주변의 개발 제한으로 인해서 유지되어온 저층 주거지 공간들이 우리가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는 성곽마을만의 독특한 역사적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었다.
"서로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기 시작했다."
성곽마을사업이 진행됨에 따라서 점점 주민들도 문화재를 보호하는 사람들도 각 각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기 시작했다.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사람들도 주변 마을의 역사성, 중요성을 알아가게 되고 마을 주민들도 그 동안 방해물만 같았던 성곽이 가지는 가치를 내재화하고 있다. 얼마나 넓게 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통계나 수치로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몸으로 체감 하고 있다.
- 마을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고충이 행사나 활동에서의 다양성의 한계이다.이러한 고민에 대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해결책이 있다면.
시간이 결국 다양함을 채워준다. 무엇보다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다보면 효과가 없거나 유지하기 힘들 것들이 자연스럽게 제거되어간다. 그러한 과정이 마을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단순화되면서 그 시점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나게 된다.
장수마을의 경우는 주거안정이라는 방향성을 정확히 정한 뒤에 그를 위한 여러 가지 구체적 실행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텃밭도 해보고 ‘우리 동네 러닝맨’같은 어린이 프로그램도 해보고 다양한 행사를 고민하고 시도해보았다. 방식의 다양성은 있었지만 ‘주거안정’이라는 고정된 목표가 있었기에 지속적인 시도가 유지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몇 가지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결국 목표에 맞는 방법 또한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지금의 동네목수가 이뤄지기 까지 다양한 사회적 경제 모델을 시도하고 실패도 경험했다. 마을 식당도 해보았고 담금차도 만들기도 하는 등 어설프더라도 조금씩 한계를 확인하고 실행을 위한 노하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주 작고 조용한 움직임이라도 반복되고 계속 되다보면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 스스로 추진력을 가진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그것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구체화할 방향을 계속 시도해보는 것이 다양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마을 운동에서 앞으로 고민해봐야할 중요한 다양성이라면 계층 간의 다양성이다. 아파트 중심의 요즘의 사회에서는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한곳에 모여살기에 조그마한 차이에서도 쉽게 갈등이 싹드케 된다. 앞으로 추구해야할 마을의 모습은 다양한 계층이 함께 하고 어울려 사는 마을이다. 사실 내가 장수마을에서도 추구하고 했던 것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부자도 불편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마을.
- 굳이 성곽마을에 제한되지 않더라도 보통 도시재생 사업에서는 주민들 간 이익관계에 따라서 갈등이 드러나고 심하되게 된다. 장수마을 또한 이러한 갈들을 겪었을 텐데 해결한 방법은 어떤 것인가?
장수마을도 이러한 갈등이 매우 심했다. 하지만 굳이 이러한 갈등을 숨기려고 하거나 조용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들어내어서 각 주체간의 이익관계가 만나는 점을 찾아내려고 고민했다.
무엇보다 왜 재개발이 불가능한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설명해주었다. 오해도 많이 받았고 욕도 먹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설명해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각 이해관계자 간의 공통된 목표를 두 가지 찾아 낼 수 있었다. 하나는 마을을 사람이 살만한 동네, 누군가 이사해오고 싶어 할만한 동네를 만드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서로 다른 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주민들의 정주성을 위해서는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변화 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부분도 모두 고려한 변화를 잡아가야 한다는 합의를 이루게 되었다. 이 '주거환경개선'과 '사회적 경제'라는 부분을 이루기 위해서 동네 목수같은 것도 시작되게 된 것이다.
"찬반과 상관없이 소수의 의견이라도 고려되고 합의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또 한가지 중요했던 것은 작은 목소리라도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무조건 다수결로 방향을 정해버리는 것은 갈등을 오히려 조장한다. 작은 골목 단위에서라도 조그마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그러한 합의가 서로 모여서 하나의 큰 방향성을 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부분을 고려해서 주민협의회에 거주민이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찬반과 상관없이 소수의 의견이라도 고려되고 합의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지금 성곽마을에 살고 있거나 성곽마을 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성곽마을에 주민 분들에게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은 아니다. 현재의 삶을 지켜내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로서의 성곽과 그 주변의 성곽마을 모두를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어느 한쪽의 시선만을 선택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이들을 천천히 설득해 가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서울이 형성되어지는 과정을 기록화처럼 한 몸에 보여는 것이 바로 성곽마을이다."
사실 성곽마을이라는 곳에 내부에 살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성곽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성곽에는 그 주변에 형성된 성곽마을이라는 ‘서울’이라는 특성 한 몸에 보여주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 성벽이라는 오래된 역사와 함께 근대의 서울이 형성되어지는 과정을 기록화처럼 한 몸에 보여는 것이 바로 성곽마을이다.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거대한 건물로 이루어진 시내보다도 더욱더 서울만의 독특함을 나타내는 곳이 바로 성곽마을이다.
앞으로도 성곽마을이 가진 계층적 다양성과 함께 독특한 역사성을 계속 유지하는 ‘서울’을 나타내는 마을로서 함께 만들어갔으면 한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