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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종말, 버림받은 국민 [200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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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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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7.4

국가의 종말, 버림받은 국민

이주원

 

오늘날 인류는 새로운 유목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 중심에 도시가 서 있다. 도시는 현대문명의 키워드이자 새로운 유목문명의 발상지이다. 매년 10억 이상의 인구가 좋아서든 의무 때문이든 간에 여행을 한다. 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도시 유목민들에게 매일 매일의 이동은 노동의 조건 자체이기도 하다. 

 

현대 도시유목사회의 유목은 고전적 의미의 유목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유목은 불안정한 주거와 끊임없는 이동(여행)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유목은 그 성격이 다르다. 도시문명의 성장으로 인류는 두 부류의 유목민으로 나눠졌기 때문이다.

 

도시 상층부 유목민에게 유목은 주거의 안정적 기반을 둔 도전이자 여행이다. 이들은 도시문명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예술가, 자본가, 저작권 및 특허권을 보유자 등으로 구성된 유목민(이를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하이퍼노마드라고 부른다)이다.

 

이와 다르게 홈리스 같은 빈곤한 유목민들은 먹을거리의 해결과 잠 잘 곳의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떠돌아다닌다. 현대판 경제유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도시문명의 다수의 인구를 차지하는 빈곤층인 홈리스, 비정규직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유목민(인프라노마드)이다. 

 

도시의 상층부에는 상업적 세계화의 주역들인 하이퍼노마드들이 살고 있다. 안정적 정주의 기반을 가진 이들은 역설적으로 ‘정주’에 대해 큰 애착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전 세계를 지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실제와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식민지를 찾고 있다. 유사(有史) 이래 모든 지배계층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그들을 모방하려고 애쓰면서 이 대열에 합류하려는 희망 속에서 사는 정착민들의 생활양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이퍼노마드들이 도시유목사회의 상층부를 형성하듯이 인프라노마드들이 도시유목사회의 하층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도시문명의 성장과 더불어 급증하여 인류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온갖 폭력, 온갖 신념, 온갖 희망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현 인류에게 도시는 가장 치열한 유목사회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마감되는 도시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도시문명의 성장은 다수의 빈곤층을 냉혹한 거리로 내몰고 있다. 

 

냉혹한 현실은 사는 인프라노마드는 보통명사로서 ‘국가’의 미래를 읽어야 한다. 현대 국가는 외자유치, 고급 이주노동력 유입 등 지나가는 상업적 세계화의 대상 행렬인 하이퍼노마드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는 오아시스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가는 몸이 너무 약하거나 혹은 어리거나, 늙었거나 가난하여 이동 혹은 여행을 할 수 없는 일부의 사회적약자들만 보호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과연 2MB의 정부는 이들조차 보호할까? 보호하고 싶어도 능력이 영~엉~.

 

이번 광우병 쇠고기 수입사태와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끊임없는 미련에서 보듯이 더 이상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 능력과 네트워크가 충분한 세계화의 대상 행렬인 하이퍼노마드들의 기회의 땅일 뿐이다. 

 

이제 인프라노마드들이 준비해야할 것들은 명확해진다. 그건 변화에 따른 경쟁력(상상력,창조,신뢰,연대 등)을 갖추는 것이다. 도시는 본질적으로 기회와 위험, 불쾌한 불평등과 엄청난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장소이며, 국가는 종말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