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에 중독된 사람들 [20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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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6:07본문
2008.5.8
뉴타운에 중독된 사람들
이주원
서울이 중독되고 있다. 엄청난 전염성을 가진 ‘뉴타운중독증’이 서울시민을 중독시켰고 전국으로 퍼뜨리고 있다. 지금 뉴타운사업의 중독성은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 이상으로 주민들 사이에 만연되어 있다.
장위동에서 만난 주민들도 뉴타운 원주민 정착율이 20%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저평가되어 있던 ‘내 집값’을 올려주는 뉴타운에 대해서 외면을 할 수 없고 외면하지도 않는다. 그 이유 때문에 너도 나도 뉴타운에 환호성을 내지르는 것이다.
특히 수색증산뉴타운 지구에서 벌어진 사례를 보면 주민들 장밋빛 꿈의 실체를 잘 알 수 있다. 수색증산뉴타운의 증산2구역에 사는 주민은 대지지분4평, 건평10평짜리 주택을 2억에 매입했단다. 평당 5천만 원이라니 강남도 아닌데, 어떤 대박을 꿈꾸기에 이정도의 돈을 투자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먼저 든다.
장위뉴타운 주민들도 장밋빛 꿈을 꾸고 있기는 매 한가지이다. 특히 이번 선거기간에 한나라당 후보에게 거의 몰표를 주었다. ‘성북구을’의 투표 성향은 강한 야성과 ‘친호남성’이었다. 호남 인구층이 많을 때는 40%를 넘었다. ‘성북구을’이란 선거구가 처음 생긴 11대 국회(1981년)부터 17대까지, 한 차례(15대 국회)를 제외하곤 모두 야당 또는 호남 기반 정치인들이 뽑혔다. 개표 결과 한나라당 김효재 후보(47.3%)에게 쏠렸다. 민주당의 박찬희 후보(17.6%)와 공천 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계륜 후보(29.1%)의 표를 합쳐도 못 미친다. 한나라당 김효제 후보의 당선의 배경에는 뉴타운 대박이라는 심리적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뉴타운 광풍 속에서도 평생 일군 재산이 어찌될까봐 우려하는 장위동 주민들도 있다. 대표적인 주민들이 장위시장 상인들이다. 장위시장은 재래시장 중에서도 상권이 살아있어 활력이 넘치는 시장이다. 장위시장에서 영업을 하는 많은 상인들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되는 뉴타운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광기에 가까운 광풍 속에서 조직된 큰 목소리는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독성이 강한 뉴타운사업이 주택공급확대의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주변의 집값을 폭등시킨다는 점이다. 대규모 개발 전후에 이주수요가 인근지역으로 확산되어 전월세 가격이 폭등될 수밖에 없다. 건설되는 주택들 중에서 임대주택과 소형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주민의 부담능력과 괴리되는 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길음뉴타운의 사례에서 보듯이 원주민 10명 중 2명 정도만 재정착하고 있다. 이렇듯 뉴타운의 열풍과 중독의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가옥주와 저소득 세입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개발의 가장 부정적인 측면인 철거, 외곽으로의 이주, 삶터의 상실 등을 그들은 맞이할 수밖에 없다.
현대인은 중독사회를 살고 있다. 중독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등 ‘물질관련중독’ 뿐만 아니라 요즘은 구매중독증, 섹스중독증, 운동중독증 같은 비물질관련 중독인 ‘과정관련중독’도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과정관련중독을 질환으로 보지 않았으나 지금은 이를 치료해야할 질병으로 본다. 그러나 뉴타운중독증은 다른 경우와 달리 중독현상으로 보지 않고 있고, 그래서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홀거 하이데는 “중독의 심층적 원인은 두려움”이라고 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줄어드는 일자리와 갈수록 벌어지는 부의 양극화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주민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다. 우리사회가 뉴타운중독의 토양을 조성했기에 서울은 지금 뉴타운중독증이 만연한 도시가 된 것이 아닐까?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