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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최 부잣집 300년 富의 비밀 [200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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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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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17

경주 최 부잣집 300년 富의 비밀

이주원

 

한국과 유럽, 미국 등의 선진국과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아닐까? 가난한 이웃들의 벗으로 살다보니 나눔에 대해 예민해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선진 자본주의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자본주의 특권계층의 나눔 문화는 아직까지 수준미달이다. 

 

2004년에 발간된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한국 자본의 대탈출이 시작됐다’라는 기사를 실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인줄 알았는데 엑소더스(탈출)라니 충격적이다. 물론 뉴스위크의 과장이 섞인 보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항상 2% 더 과장하는 법이니까. 그렇더라도 좋은 뉴스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신문지상에서 자본의 엑소더스를 보는 순간, 난 상상에 잠겼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도는 한국인 관련 금융자산 60억 달러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가난한 이웃들의 빈곤탈출기금으로 쓰인다면 하는 상상을 했다. 

 

부(富),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꾼다. 인간이 욕망을 역류(逆流)한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부(富)의 유혹은 강하면서도 도발적이다. 매혹 가득한 부를 이룬 사람들은 이 부를 지키기 위해 항상 노심초사(勞心焦思)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정치적 격동기를 사는 한국의 부자들 중에서 일부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유로 부를 지키기 안전한 땅(미국 LA, 중국 상하이 등)으로 자본 탈출을 시도하는 것 같다. 

 

부자가 자신이 일군(부를 일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따지지 않는다면) 부를 지키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결코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자본의 엑소더스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부자들이 부를 지키고 싶다면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300백년의 부를 지켜온 경주 최 부잣집의 사례를 모범으로 삼으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시대의 부자들은 최진립(1568~1636)에서 시작되어 최준(1884~1970)에 이르기까지 10대 300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된 그 부의 비밀을 연구해야한다. 경주 최 부잣집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부자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간락하게나마 경주 최 부잣집의 경제윤리관을 살펴보자 그러면 부자의 경제윤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이는 정경유착의 유혹에 대한 경계의 가르침이다. 분명 정치권과 유착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 많은 부를 축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만큼 리스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정경유착의 득과 실을 그들은 명쾌하게 꿰뚫어 본 것이다. 

 

둘째,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이는 과도한 부를 쌓다보면 오히려 주변의 원성을 듣게 되니 주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부를 쌓으라는 가르침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사상이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셋째, 과객은 후하게 대접하라. 

그 시대 과객은 곧 여론이자 언론이었다. 그들은 후한 인심을 잘 포장하여 언론플레이에도 능했던 것이다. 

 

넷째,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정말 쉽게 지킬 수 없는 가훈인 것 같다. 돈 벌기 제일 쉬울 때가 바로 타인이나 공동체에 불행이 닥쳤을 때이다. 그러나 경주 최 부잣집은 남의 불행을 부를 축척하는 기회로 삼지 않았다. 이웃과 함께 가지 않는 삶(또는 富)은(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몸 속 깊이 체득하고 있었다. 

 

다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족(蛇足)이 필요 없는 근검절약의 가르침이다. 이 한 가지 구체적인 가르침이 바로 300년 부의 기초가 됐다. 그러나 경주 최 부잣집은 써야 할 곳에는 아낌없이 썼다. 자린고비와 근검절약은 다른 법. 

 

여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쓸 곳에는 아낌없이 베풀었던 경주 최 부잣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압축하는 가훈이다. 내 이웃들이 굶어 죽는데 부를 300년이나 지킬 수 없을 것이다. 나눔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 바로 이 지혜로움이 부를 지켜내기 위한 경제 외적 노하우가 아니었을까? 

 

악착같이 통장과 패물, 부동산 증서를 움켜지고 있다고 부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3대 100년 동안이라도 부를 유지하려면 이들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우선 경주 최 부잣집은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부를 구현했다. 그들은 부를 단순한 경제 내적 문제로만 이해하지 않았다. 그들은 부의 유지를 위해 경제 외적 요소(이웃의 빈곤, 정경유착, 여론 및 언론 등)를 중요하게 여겼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가문의 생존과 발전에 대한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전략을 경주 최 부잣집의 가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선각자 경주 최 부자 가문이 칭송받는 이유는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기쁘게 버릴 줄 아는 가문이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최 부자, 최준은 300백년 모은 재산으로 독립운동의 경제적 기반을 제공했고 대학 설립 자금으로 사용했다. 현 영남대학교(구 대구대학)가 바로 마지막 최 부자의 손길이 담긴 그 대학교이다. 

 

한국의 모든 부자에게 경주 최 부잣집이 남긴 마지막 교훈을 따라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에게도 이런 자랑스러운 부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