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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동포들에게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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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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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9

'방랑하는 동포들에게 축복을'

송경용

 

이 글은 사색의향기(http://www.culppy.org) 홈페이지에 나눔과미래 이사장이신 송경용신부님이 쓰신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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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용 칼럼 <04> 방랑하는 동포들에게 축복을

 

 

 

 

한국에서 영국에 오는 길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당시 韓.英 양국이 협정을 맺어 협정 관광목적으로도 6개월 유효기간의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는데 요즈음은 3개월로 줄여서 주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되어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심지어는 학교에 입학허가를 받고 등록금을 지불했음에도 학생비자를 받기가 무척 힘든 실정이다. 이미 영국에 체류하는 많은 한국인들도 비자를 연장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심리적인 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최근 아프리카나 동구권에서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영국의 출입국관리법이 강화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 슬프게도 - 북녘 동포들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탈북해서 합법적인 대한민국 사람의 신분을 획득해서 서울에 살다가 영국에 들어와서는 한국 여권을 없애고 탈북자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찢어서 없애는 사람도 있고 조선족 동포들이나 중국 사람들에게 파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영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단 난민으로 인정이 되면 합법적인 신분과 함께 주택과 생활비를 제공받고 교육기회와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난민지위를 얻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일 년에 수 십 만 명이 난민신청을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해외에서 온 난민들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영국 본토사람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들에게 지급되는 예산이 - 영국 국민들의 세금 - 너무 많아지고 이로 인해 일부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난민 정책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영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 즉 주택부족, 그리고 각종 사회범죄 급증 등의 현상을 이민자들과 불법 체류자들, 난민의 급격한 증가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해부터 서울에서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분들에게서 자주 연락이 왔다.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추적해보니 대부분 유럽의 여러 나라로 떠났다가 최종적으로는 일자리가 풍부하고 탈북자들에게 가장 관대하다고 소문난 영국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영국 내의 관련 기관 사람들과 영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탈북 동포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난 주엔 영국정부의 담당 기관과 한국 대사관이 이 문제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탈북동포들에게 거액의 돈을 받고 난민지위를 획득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안내해주는 전문 브로커들이 있다고 한다. 몇 년 전만해도 순수한 탈북 동포들이 한 두 명씩 난민지위를 획득해서 열심히 새로운 삶을 개척하곤 했다. 그런데 이들의 성공담이 알려지고 전문 브로커들이 개입하면서 순수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눈치 챈 영국 정부에서는 당연히 제동을 걸었고 그 여파로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의심하라는 지침이 만들어져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참으로 슬프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단순히 엄격해진 영국 정부의 비자 정책 때문에 불편을 겪고 손해를 보는 일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가하는 문제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영국에 와서는 대한민국 여권도 없애버렸는데 난민지위도 못 받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그들의 딱한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의 대다수는 식당이나 민박집의 주방 한 구석에서, 일부는 조그만 공장에서 최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하고 바깥출입도 제대로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또 하나의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은 탈북자들 중 일부는 잡혀가지 않기 위해, 또는 주변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온 조선족 동포라고 속이기도 하는데 일부 조선족 동포들은 그 반대로 난민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자신을 탈북 동포라고 속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국을 떠도는 동포들

 

이국의 하늘아래 우리의 동포들이 이렇듯 떠돌고 있다. '한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남과 북,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지에 흩어져 있는 우리 동포들 일부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섬나라, 영국의 하늘 아래에서 이렇듯 슬프고 비통한 모습으로 마주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살다왔느냐에 따라 입장도 천양지차다. 

 

그 놈들 때문에 우리만 손해보고 창피해 죽겠다며 분개하는 사람들, 그래도 도와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열심히 돕고 있는 사람들, 그러거나 말거나 알 바 없다는 사람들, 절대로 도와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 누가 볼 새라 숨어 지내기도 하고 마주칠라치면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당사자들, 주택 한 채에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살면서 업무를 보고 반찬값을 아끼기 위해 공원에 있는 고사리와 참나물 등을 채취하러 다니는 사람들(이런 일은 영국에서는 불법이다), 그리고 책이나 낡은 컴퓨터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하고 북한 사람들의 영국 연수를 위해 무엇이든지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와 분단의 현실이 고스란히, 아니 오히려 더욱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는 멀고 먼 이국의 하늘이 오늘 따라 더욱 잿빛이다. 

 

더 이상 글이 나아가지를 않는다. 아니 마음이 나아가지를 않는다. 

 

오늘 저녁 런던 시내에서 만났던 키도 작고 바짝 마른 몸매에 눈이 퀭한 젊은 탈북자가 여태껏 눈에 밟히고 있다. 

 

우연이었나? 오늘 성경공부 시간에는 욥의 이야기를 읽을 차례였다. 모든 고통과 고난에는 이유가 있고 고난 받던 욥은 끝내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엎드리어 더 큰 축복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민족도 하루속히 그리 되기를 빌어볼 뿐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