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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주거복지센터] 26살 한부모가정의 첫자립부터 임대주택으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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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9-11-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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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9년 11월 28일 한부모연합 주관의 <한부모주거환경개선사업> 사업보고회에서 발표한 여성한부모 당사자의 글입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독립된 주거의 중요성, 그것을 위해 지불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의 확대가 필요함을 알 수 있으며,

공공부조신청 시 권리보장의 미흡함, 시설생활의 어려움, 차별적인 시선 또한 엿볼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게재를 허락해주신 당사자분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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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6의 나이로 4살 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 한부모입니다.

저는 올 7월 LH신혼부부매입임대로의 이주까지 과정을 이야기 하고자합니다.

저는 2018년 모자원으로 아이와 첫 자립을 시작했습니다.

돈도, 가족도, 집 도 없는 나와 같은 이웃들과 그렇게 함께 출발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현관을 지나 모자원 표시판을 붙인 종이를 따라갔습니다.

아이 혼자는 올라가기 힘든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갑니다.

6평 단칸방에, 화장실은 혼자 서서 씻기도 힘들 정도의 공간과 오래된 나무창틀은 겨울나기가 걱정됐습니다.

베란다 전구로 위 층 물이 새는 세대까지, 그래도 에어컨이 설치 된지 얼마 안됐다는 이야기에 여름나기는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모자원 중, 제일 넓다는 이야기는 놀라웠지만

벽면에 빛바랜 로봇스티커들 마저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서울역에 나앉지 않아 최악의 선택은 피했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입소와 동시에 규칙을 듣습니다.

아이는 절대 돌봐주지 않으며, 규칙을 어기면 점수가 차감되고 기준의 점수 이상 차감되면 퇴소할 수 있다는 동의에 서명합니다.

주민센터에서 모자원에 전입신고를 하니 담당공무원이 “취업해야 되는 거 아시죠?”라고 묻습니다.

잘 곳이 마련되었지만 안도감이 즐겁지 않아지는 순간들이였습니다.

 

어느 날은 놀이터에 놀러갔더니,

우리아이와 잘 노는 친구의 엄마가 “어디 단지 사세요? 저는 몇 동 살아요.” 라고 친절히 소개를 합니다.

주위에 빌라가 잘 없는 곳에 위치해있어, 얼버무리며 괜스레 급한일 이 있는 듯 떠났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새로운 출발을 잊지 않으려했지만

시설과 같은 마당에 있는 어린이집은 모자원에 있어서 안 보낸다는

동네 엄마들 얘기에 마냥 설레어야 할 일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모자원, 그들은 이곳이 자립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매 달 지출내역서와 함께 통장내역서제출로

500원 짜리 팬티를 사 입었는지, 만 원짜리 팬티를 사 입었는지까지 공유합니다.

모두의 안전이란 이유로 그들은, 매일 24시간 CCTV를 돌려보며 일지를 적습니다.

나의 모든 건 입소자란 이유로 공유하는데, 시설이 나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공유하거나 지원 하는 건 없습니다.

 

입소자의 조건은 그들이 정한 건강과 실적이 증명되고 기준이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마음이 아프거나, 아이가 너무 어려 취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들의 기준에서 배제됩니다.

친정엄마 또한 그들의 기준에서 외부인이기에, 아이 돌봄을 이유로 자고 가거나 자주 드나들 수 없습니다.

가족은 안 된다고 하지만 아이 돌보미 선생님은 괜찮다고 말합니다.

 

모자원이라고 버젓이 적혀 있는 공간과

세면대도 없는 화장실에, 놓을 곳 없는 짐들에, 보여주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8개월 이상 거주했을 경우에만 자립금 지원대상자로 500만원이 나오는데,

임대주택에 선정이 되어 퇴소 하는 경우에도 자립지원금도 0원, 보증금을 마련 할 방법도 제로입니다.

주민센터에 찾아가 안내책자를 살펴보아도, 직접 물어도, 보증금 사업은 모른다고 시설에 이야기해보라고 합니다.

시설에 임대주택 1차 당첨 사실을 알리자 놀랍니다.

남은 기간 동안 보증금마련 이야기를 하자 18개월 채우고 자립금 받는 것 외에는 없고, 다들 알아서 잘 되어 임대주택에 간다고 말합니다.

 

입소 전, 분명 시설 홈페이지에 임대주택 정보제공이라고 명시 되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설 문 앞에 있는 공지 게시 글에 청약을 넣고 주민센터에 가서 lh, sh에 신청해놓으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임대가 무엇인지의 정보제공도, 개인에 맞는 주거상담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제가 신청한 매입임대가 무엇인지 되레 물어봅니다.

 

제가 신청한 임대는 10가구만 뽑고, 70명 정도가 지원했습니다.

1자녀에, 주거 취약계층 추가 점수도 없었고, 서울 연속거주도 3년 미만이었지만 6세 이하 자녀로 신청했습니다.

점수가 높지 않았고, 대학교 근처라서 그런지 1순위가 14명이었음에도, 예비 5번으로 당첨사실을 나의 이웃들에게 말했습니다.

 

마치 벌써 떠나는 사람이 된 것처럼, 우리 집을 보여준 것처럼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실은 서울에서 500/50 만원의 신축 집을 내어주겠다고 기간을 주어도 갈 수 없습니다.

당장의 노숙을 피해 시설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 하루살이의 삶인 한부모들이,

입주 기간 안에 보증금 사업을 발견하고, 선정되고, 지급되어야 하는 조건과, 그 안에서의 경쟁을 이겨내야만 가능합니다.

 

보증금 사업에 신청했던 기관들마저 대부분 비싼 임대료에 치여 오래 살지 못 하고

가스, 전기도 끊긴 긴급한 집들이 많다고 걱정했고, 신중하게 선택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월세50만원, 수 없이 결론 내렸지만 갈등됐습니다.

 

그런데 시설에서 살 수 있는 기간은 3년입니다.

3년이 지나면, 제가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당연하게 생길까요?

자립지원금을 받는 500만원으로 집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럼 3년의 기간 안에 집을 얻을 수 있는 돈 몇 천을 모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시설에서 살지 않은 한부모는, 이미 자립한 한부모는 좀 다를까요?

한부모 카페에 물어봤습니다. 60명이 넘게 대답했습니다.

보증금이 없어 월 40~60만원, 월세 대신 대출이자를 선택한 사람, 그리고 대부분 주거급여를 받아서 20-3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거급여 소득 안에 맞추려 알바를 하는 것도 걱정이었습니다.

시설에서 살든, 안 살았든, 나중에 자립을 하든, 당장 자립을 하든, 다를 바 없어보였습니다.

 

주거급여의 끈을 잡고, 운이 좋아 마련된 500만원으로 서둘러 이사를 했습니다.

일상으로 잘 돌아가라는 이웃과 눈물겨운 포옹과 함께 아른거리는 그녀의 표정을 등지고 자리를 빨리 떠나버렸습니다.

 

새집으로 아이와 함께 들어서던 날,

아이와 서로 집 구석 구석을 자랑하며 너무 기뻐 같이 발을 동동 구르던 우리의 장면은 잊을 수 없습니다.

아이가 함박웃음 짓는 얼굴로 동시에 전에 살던 집으로 다시는 안갈 거라고 하는 아이의 말은 모든 걸 같이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때와 같은 늦은 밤 이었지만,

아이가 자고 있는 옆자리가 아닌 거실에 혼자 앉아 집을 보고 있자니 아이가 세면대에서 직접 손을 씻는 모습이,

이제는 좁지 않아 쭈구리고 앉아 샤워하지 않았던 모습이,

아이가 한 두 걸음 걸으면 벽이 아니라, 집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전에 살던 집, 부엌 한 켠에 앉아 라면을 먹는데 마주보는 곰팡이 낀 벽지 사이로

'아이가 폐렴으로 입원했던 날들이 집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집다운 집에서 사려면 라면마저 사치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언제든 마음대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밤이면 숨죽여야 했던 도둑이 아닌 집 주인답게 사는 건 달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내가 나의 집을 우리 집이라고 말할 수 있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또 기뻤습니다.

그렇게 이사 첫날 밤,

더 이상 나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갈까봐 걱정하지 않고 큰소리로 펑펑 울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문득 설국열차의 꼬리 칸이 떠올랐습니다.

살기위해 가까스로 열차에 올라타 살아남긴 했지만,

가난했고 방법이 없었기에 바퀴벌레로 만들어진 단백질 블록을 먹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처한 환경의 조건들 때문에 앞 칸을 넘보는 건 감히 시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폭동이 일어나면서 앞 칸으로 나아갈수록 좋은 환경들에 좌절하고, 놀라게 됩니다.

 

과한 비유일수도 있겠지만

중요한건 내 삶의 조건이 차별이 되고, 사는 곳이 비인권적이어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저 살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야할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겁니다.

 

중학생의 두 자녀가 있는 이웃집은 말했습니다.

“우린 애들이 커서 신청도 못해보겠네. 애들 방 만들어줄 날이나 올까싶다. 우리도 똑같은 한부모집인데, 우린 어디로 가나?”

세 남매의 이웃집은 말했습니다.

“우린 6세 1년 남았어요. 형편에 영구임대로 가야하는데 평수가 너무 작고 막내 말고 큰 애들은 초등 고학년인데, 우린 식구가 4명이에요.”

두 형제의 이웃집은 말합니다.

“전임은 다들 안 해주려고 하고, 집값도 비싼데. 매입도, 영임도, 전임도, 경쟁이 치열하고,

국임은 꿈의 집이고. 하루살이로 결국 시설에 왔는데 곰팡이 집 마주치면 끝장이야. 잘 봐야해” 라고 말했습니다.

 

모자원에 있는 내 이웃들이,

함께하고 있는 한 부모의 이웃들이. 우리 모두가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집에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그렇게 함께 더불어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김선미 센터장

 

* 위 글에 삽입된 이미지는 원본을 일부 수정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mj0147won/221400456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