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커뮤니티

활동가의시선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는 집 걱정없는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우리 마을 보금자리 지킴이 입니다.

1997년 가을과 2008년 가을, ‘펀더멘탈(Fundamental)'을 생각하며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07-14 17:06 

본문

2009.3.18

1997년 가을과 2008년 가을, ‘펀더멘탈(Fundamental)'을 생각하며

송경용

 

이 글은 사색의향기(http://www.culppy.org) 홈페이지에 나눔과미래 이사장이신 송경용신부님이 쓰신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

 

 

송경용 칼럼 <11> 1997년 가을과 2008년 가을, ‘펀더멘탈(Fundamental)'을 생각하며

 

 

 

국제적인 금융 위기가 계속 되고 환율이 널뛰기를 하면서 제 2의 아이엠에프 사태가 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 산업을 기반으로 가장 부국 중의 하나로 인정받던 아이슬란드는 이미 아이엠에프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많은 나라들이 파산직전의 위기에 처해있으며 조만간 구제금융 신청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기름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고 환율도 오르락내리락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혼란스럽다. 석유가격이 올라서 올린다던 물가는 석유가격이 떨어져도 내려가지 않고 집값은 계속 하락한다고 한다. 주식시장도 연일 ‘사상최대’를 기록하며 폭락한다고 하고.......

사업하는 분들-주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 역시 이렇게 힘든 시기는 없었다며 폐업과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째 불안하다. 1997년 11월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아니 이미 시작된 것은 아닌지.

경제문제를 책임지는 정부 내의 인적구성도, 그들이 하는 말도 1997년, 그 악몽 같던 시절에 듣던 말들과 비슷하다. 중소기업가들과 영세 자영업자들, 서민들은 자금줄이 막히고 장사가 안 되고 빚에 쪼들리고 일거리가 없어서 죽을 맛인데 정부에서는 한결같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고 했었다. 지금도 그렇다. 

 

 

 

산업자본의 시대가 끝나고 금융자본주의가 도래한 지 오래이지만 도대체 실체가 불분명한 온갖 금융제도와 상품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를 이해하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주식을 어떻게 사고파는지도 모르는 나로서는 뉴스에 나오는 갖가지 금융제도와 현재의 위기상황을  초래했다고 하는 관련 상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거래가 되기 때문에 이런 위기를 초래했다고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눈에는 ‘돈 놓고 돈 먹는’ 도박과 비슷하게 보일 뿐이다. 돈이라는 것이 인간의 직접적 노동과 관련 있고 그것을 통해서 생성 될 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재화가 되리라는 믿음을 가진 나에게는 왜 그렇게 복잡한 금융제도가 필요한지, 인간에게 유익한 물건을 생산하지도 않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노동과 삶을 바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도박’과 같은 갖가지 금융거래나 상품을 통해 거부(巨富)가 되고 세계의 수많은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목숨 줄을 쥐게 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도 않고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1997년에도 그랬지만 이 위기상황-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위기상황-을 초래한 사람들은 그저 내 집 한 채 장만하고 자식들 공부 좀 시키겠다고 열심히 일한 서민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언제나 그들이 가장 먼저 폭탄을 맞게 되어있다. 1997년 이후 몇 년 동안에도 그랬지만 권력과 정보와 돈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구제금융이니 공적자금이니 주식시장 안정책이니 하는 제도와 정책을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해간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 책임을 져야할 그들-에게는 새로운 부를 창출할 기회가 되는 셈이다. 지금도 그렇다. 

미국에서는 서민들이 파산하는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한 구제 금융 안을 ‘부자들을 위한 복지’라며 반대하는 통에 국회에서 부결되기도 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어떻게 되어갈지.......

 

다시는 1997년 가을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텐데, 서울역에 서소문에 수천 명의 노숙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수백만 명이 직장을 잃어버리고, 빚에 쪼들린 가장이 아들의 손가락을 잘랐던 비극이 되풀이 되지는 말아야 할 텐데.......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고 준비도 잘 되어있다는 정부 책임자들의 말을 믿고 싶다. Fundamental이 튼튼하다는 그들의 말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믿고 싶고 그들이 잘 헤쳐 나가도록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을 만들고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그들이 차제에 근본적인, 참된 ‘Fundamental’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이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가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모든 인간의 기본적 인권보장과 행복할 권리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창조주의 의지이자 핵심적인 창조질서이지만 자유와 평등, 박애의 기치를 내건 시민혁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의 값으로 얻어진 권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면서 ‘자유’는 힘을 가진 자의 자유가 되고 ‘평등’은 불온한 이념이 되어버렸다. 모든 인간은 창조주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거룩한 존재이며 서로가 서로를 돌봐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녔다는 의미에서 사랑과 나눔의 연대가 되어야 할 ‘박애’는 동정으로 치부되거나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의 수준으로 떨어져버렸다.        

자꾸만 반복되는 위기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런 사고방식, 이런 문화, 여기에 기반해 있는 제도와 정책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성찰해야할 Fundamental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이키기에는, 근본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위기를 생각하고 대처해나가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너무나 많은 복잡한 제도가 있고 너무나 많은 강자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가 너무나 절박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좌절하고 또다시 임시 처방으로, 마치 점점 강도가 높은 마약주사를 맞듯이 그렇게 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때는 언제나 늦지 않은 때이며 시작하는 시점이 언제나 가장 적절한 때이다. 사람의 땀과 애정이 결핍된, 한 사람 한 사람을 거룩하게 여기는 따뜻한 사랑의 심장이 거세된, 복잡하고 거대한 현대의 ‘금융자본주의, 부동산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나오는 대책이란 미국의 보통 시민들이 주장했듯이 ‘부자들을 위한 복지’, 그 이상 무엇일 수 있겠는가? 

평생을 땀 흘리며 소박하게 살아가던 보통 사람들의 삶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나버렸던 10년 전의 일을 생각하면, 서울역 앞에서 전국 방방 골골에서 길거리에 나 앉았던 사람들, 가족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너무나 거대한 흐름으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에너지, 식량, 금융의 위기, 그로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십 수년 만에 모처럼 찾아온 가을다운 날씨로 아름답게 물든 영국의 단풍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질 않고 있다. 호젓한 길을 걷다가도 십 년 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미약하지만 근본을 성찰하면서 돈 놓고 돈 먹는 천박한 ‘금융, 부동산 자본주의’를 거부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조그만, 그러나 무엇보다 정의롭고 강한 사랑과 나눔의 힘들이 모여 참된 자유와, 평등, 박애가 우리 사회와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켜주는 강력한 Fundamental이 되기를 바란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