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되는 주거급여, 저소득층 주거지원의 사각지대를 포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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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7:28본문
1. 주거복지1)의 사각지대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요, 구청에 가서 물어보니 안된다네요. 저는 신용불량자에요. 집도 정리하고 아내하고도 이혼상태입니다. 빚 때문에 당장 거처할 집이 없어서 급히 여관을 잡았는데 딸아이가 어려서 숙박업소에는 데리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택배회사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해서 110만원 정도 벌고 있는데 60만원은 아내이름으로 빌린 돈과 제가 장사하면서 빌린 돈을 갚고 있어요. 그것 빼고 아이를 맡아준 고모에게도 돈을 보내야 하다보니 30만원하는 집세가 밀리게 되었어요. 동사무소랑 구청에 찾아가서 사정을 말했더니 이곳을 알려주시더라구요.”
구청의 응답을 그랬단다. 긴급복지지원은 법적으로 봤을 때 딱히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단다. 기초생활보장수급 신청은 소득을 고려했을 때 더더욱 안 된다고 했단다. 이 가구의 경우 혹 증빙되는 채무만이라도 챙겨 차상위라도 인증되면 도움이 될까싶지만 그것도 서울형 주택바우처 4만원정도가 전부이다. 국가에서는 위기상황에 129번, 또는 120번으로 전화를 하라고 홍보하지만, 정작 이런 저런 기준을 대고나면 실제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게 그다지 없어 보인다. 답답하기만 하다.
주거복지지원센터에는 이런 사례 외에도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과정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도 없게 되었고 당장 새로운 주인은 집을 비워달라는데 갈 곳은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는 사례, 어제 교도소에서 출소했는데 어느 누구도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뭔가 신청해보려고 구청과 동주민센터에 갔더니 주소지를 마련해 오라는 데 당장 월세도 없고 어쩌면 좋으냐는 사례, 지붕과 벽체가 허술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감히 이사할 형편이 되지못해 위험상황을 감수하고라도 살아야하는데 공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사례, 아이가 아파서 병원비 때문에 월세가 체납되었고 전기와 도시개스가 끊길 위기여도 수급가구라고 아무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데 어쩌면 좋으냐는 사례 등을 만나게 된다.
이런 위급상황에서도 공공부조의 손사래는 다반사다. 그래서 주거복지지원센터로 구청이나 주민센터, 보건소 등 공공기관의 의뢰가 몰리기 일쑤다. 현재 서울시에는 총 10개소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주된 업무는 공공임대주택을 안내하거나 주거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을 수행한다. 특히 월세가 체납되어 퇴거위기에 놓인 가구의 주거상실 위기를 극복하도록 돕거나, 광열수도비의 체납으로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이어가는 가구를 지원하고, 거처가 열악해 주거이동이 필요한 경우 소액보증금을 지원해 주거상향을 도모하거나, 열악하고 위험한 거처내의 설비를 개선해 안전거주환경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들 센터의 지원 실적을 살펴보면, 우리사회의 주거보장제도, 특히 주거비지원제도의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센터가 지원한 가구는 수급가구와 차상위가구 등 소득1,2분위에 해당하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들 가구 중 수급가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상 주거급여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왜, 월세가 몇 개월씩 체납되고 연료비가 체납되어 혹한기에도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우리는 안다. 바로 주거급여의 보장수준이 미흡해서 라는 것을 말이다.
2. 주거급여의 변천
주거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도입되면서 이전 생활보호법에 없던 급여가 신설된 것으로서 종전 제도와는 달리 급여종류의 다양화를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2007년까지 정액급여로 1,2인가구는 3만원선, 3,4인가구는 4만원선, 5,6인가구는 5만원선으로 최저생계비 내에서 계측되는 최저주거비도 보장되지 않는 선에서 지급되다가, 2008년부터 최저생계비 중 최저주거비의 비율을 감안해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주거비가 보장되지 않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현행 주거급여의 가장 큰 문제는 우선 비현실적으로 낮은 급여수준이다. 수급가구중 약 30%에 해당 하는 가구가 보증부월세 혹은 무보증월세의 임차가구임에도 불구하고(영구임대주택 거주민은 제외한 비율이다), 1인가구만 하더라도 2014년 기준 10만원정도의 주거급여는 실제 가난한 사람들이 지불하는 월임대료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고시원이나 쪽방, 여인숙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20여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거급여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정한 급여를 행하였는가’의 문제이다. 이는 주거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적정한 사람들을 선정하고 지급하고 있는가 대한 대상효율성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급여자격기준에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기준’을 모든 급여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보다는 소득대비 주거비지출비율 등의 기준이 도입되어야 하는 등 목표중심의 대상자 선정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개별욕구 실현에 있어서도 주거급여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면서 주거급여 기준선이 되는 최저주거비는 중소도시에 위치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4인가구를 표준가구로 설정해 도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최저주거비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거쳐 지역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동일한 주거비를 적용해 일괄하여 발표를 하고 있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급여수준을 정할 때 수급자의 연령, 가구규모, 거주지역 기타 생활여건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기초법 제4조 2항). 이러한 개별성 원칙에 충실하려면 가구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준으로 급여의 형태가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주거급여는 가구원수만 고려할 뿐 지역(급지)은 고려되지 않았다. 개별가구의 욕구수준은 거주지역, 가구원특성, 소득수준 등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이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개별화의 원칙을 고수하고 각각에 적합한 급여수준과 지급방식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어 왔다.
3. 개편되는 주거급여를 훑어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거보장의 사각지대, 특히 주거비부문에서의 사각지대의 발생원인은 단언컨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낮은 급여수준에 있었다. 또한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급여자격기준에 있어서 부양의무자기준과 소득인정액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데에서도 발생했으며, 소득대비 주거비지출 비율이나 지역별 편차를 감안하지 않고 ‘표준가구’를 일괄 설정하여 전국적으로 동일한 급여를 적용하는 데에서도 비롯되었다. 이는 정책의 목표효율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주거복지의 사각지대 문제를 극복하려면 장기적으로 기존 통합급여체계에서 독립체계를 지닌 개별급여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라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왔던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맞춤형’복지의 일환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7개급여를 분리하고 급여별 기준을 설정해 시행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지난 해 말 <주거급여법>2)을 통과시켜 주거급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국토교통부로 이관되어 별도의 제도로 독립되었다. 2014년 7월 시범사업3)을 거쳐 2014년10월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그리고 2014년 5월 현재 수급가구를 중심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그러면 앞으로 시행될 주거급여는 어떠할까? 다음에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급여지급내용과 시행의 근거가 되는 <주거급여법>을 통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조항은 동법5조 수급권자의 범위에 부양의무자기준과 소득인정액기준이다. 내용인 즉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부양의무자로 정하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소득인정액이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그 자격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바와 같이 가구평균 11만원 주거급여액이 향상될는지는 몰라도, 부양의무자 기준과 소득인정액기준을 행정의 재량으로 두는 한, 얼마나 수급자들에게 실제로 급여가 지급될지 사실 의문이 든다.
동법은 이와 관련해 주거급여의 신청 및 지급결정의 절차 등 일반사항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종전 수급신청절차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통상 구청이나 읍면동사무소에서는 부양의무자소득조사를 위해 수급권자에게 금융정보제공동의서 등 구비서류를 준비하도록 요구하곤 했다. 더군다나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실제로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인 가족관계단절에 대해 수급자 혹은 수급권자 스스로 증명하도록 해 오히려 신청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온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래저래 증빙을 하지 못하면, 실제로 부양비를 받지 못하지만 부양의무자소득을 근간으로 간주부양비를 제외하고 지급할 수도 있고 신청탈락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또한 ‘재산의 소득환산액과 소득평가액으로 이루어지는 소득인정액’도 문제이다. 만일 금융재산, 부동산, 자동차 등 각 재산의 소득환산률에 대한 기준이 현행과 같이 엄격하다면 주거급여의 보장수준이 얼마나 확보될는지 의문이다. 근로능력자에 대한 추정소득부과도 마찬가지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시행하겠다고 하는 주거급여의 지급기준으로 설정한 소득수준은 중위소득 43%로 명시되었다. 이는 최저생계비 120%인 차상위 보다 낮은 소득수준이다. 그 대상의 확대범위가 사실상 크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임차료 산정방식, 즉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기준(중위소득 30%) 이상일 경우 자기부담분을 설정한 방식 역시 주거급여 보장 선에 의문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동법7조 4항은 수급자가 ‘국가나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지방공기업이 임대하는 주택’을 임차한 경우 수급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대인 명의의 계좌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민간임대주택의 임차인과 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에 대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데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에거주하는 임차인간 형평성의 문제가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항은 특히 제도의 운영 면에서 볼 때 주거급여의 목적을 주거조건을 안정화하려는 의도인지, 소득보조적인 면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아직까지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반증으로도 파악된다. 결국 주거급여의 근본적인 목표와 내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바는 과연, “권리구제”가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동법 14조에는 급여신청의 각하와 급여의 중지에 관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의신청절차는 별도로 두지 않고 있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게 되어있다. 현행 기초법상 행정의 결정에 불복하는 수급권자 혹은 수급자는 두 번의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한번은 시도에, 다른 한번은 복건복지부장관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주거급여에 대한 조사는 국토교통부에서 이루어지는데, 과연 ‘부처 간 업무협조가 얼마나 잘 이루어져서’ 주거비가 체납되어 퇴거위기에 놓인 수급권자의 주거보장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을는지 우려가 된다.
4. 응답하라, 주거급여!
그간의 주거급여가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비부담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더러 제도가 목표하는 바 주거안정과 주거상향에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그래서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를 야기했다는 비판은 주거급여의 분리 주장이 확대되는데 분명히 기여했다. 그래서 담당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국토해양부로 이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거급여, 즉 주거비지원에 대한 본질적인 정책목표와 제도시행에 대한 설계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현장의 목소리, 당사자인 수급권자 및 수급자의 현실과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 주거복지의 핵심은 부처의 이관이나 제도의 독립 등 행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간의 주거급여의 한계를 보완하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발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개편되는 주거급여는 우려되는 바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 적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의 정책목표는 (시장)임대료의 충격으로부터 이들을 지원하여 주거불안정을 극복하고 나아가 주거안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업을 도모하는 총괄적 시각이 필요함과 동시에 민간임대주택시장 환경을 정비하기 위한 제도의 도입 등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물론 그 전제는 주거급여 당사자의 주거생활실태 파악과 제대로 된 의견의 수렴이다. 제도시행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시범사업의 과정과 결과가 주거급여의 발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김선미(성북주거복지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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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거복지, 주거지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 자가소유와 임대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주거비지원방식, 주택과 임대서비스가 시장에서 원활하게 공급하도록 유인을 부여하는 각종 세제혜택등 다양한 방식이 혼용된다.
2) <주거급여법>은 지난 해 12월31일 국토교통위원장의 대안발의로 통과되었고 2014년 1월24일 제정되었다.
3)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30일 주거급여 개편제도에 대한 시범사업 지역으로 1급지인 서울시의 경우 성북구, 서대문구, 노원구를, 2급지는 인천시 남동구, 남구, 부평구와 경기도 부천시, 양평군, 의왕시, 시흥시, 과천시, 구리시를, 3급지는 광주의 서구, 광산구, 울산의 중구와 동구, 세종시, 부산시의 금정구를 그리고 4급지로는 강원도 춘천시, 충북 괴산군, 전북 정읍시, 전남 순천시와 담양군 등 총 23개의 시군구를 선정, 약4만 가구에 대해 주거급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