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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중한 월세에 신음했던 세모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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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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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모녀 사건은 가난한 이웃들이 처한 현실을 날 것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복지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에서는 긴급대책을 쏟아놓았고, 언론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이례적으로 현재진행형이고, 생활고에 시름하던 다른 이웃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는 아픔도 이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좀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사건의 반향에 얼마나 크고 깊은지 알 수 있다. 공동체의 붕괴와 소외, 생계보호 정책에 대한 홍보의 부족, 가계부채의 심각성 등 여러 각도에서 진단이 이루어지고 대책이 수립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 한가지인 과도한 주거비 부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다. 경찰의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12년 전 사망한 박씨의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계가 급격히 기울었다고 한다. 고혈압과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은 큰 딸과 언니에 대한 간병부담에다 불규칙인 수입밖에 없었던 작은 딸은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 상태로 전락했다. 가족의 생계는 박씨가 식당일을 하며 책임졌지만 지하방의 월세 38만원은 너무 큰 지출이었을 것이다. 대략 12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면 수입의 삼분의 일 이상을 월세로 부담하면서 수도, 도시가스, 전기세 등 기타 주거비용까지 납부해야 했을 이 가족의 곤궁함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마저도 월세가 50만원으로 오른 상황에서 박씨가 한 달 전께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더욱 극심한 생활고가 밀려와 아마도 삶에 대한 희망을 끈을 놓게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이 집주인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봉투 안에는 방세 50만원, 가스비 12만9000원, 전기료, 수도료를 낼 돈 70만원이 들어있었다. 모든 수입이 끊긴 벼랑 끝에서 월세를 포함한 주거비용 70만원은 이들에게는 어찌해 볼 도리조차 없는 마지막 좌절의 이유였던 것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2014)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30%이상을 주택임차료와 보증금 마련대출 원리금 상환에 지출하는 임대료 과부담 가구는 무려 26만7천에서 31만1만가구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최저소득층인 1-2분위의 소득대비 임대료 부담은 전세가구의 경우 무려 45.5%이고 월세가구는 28.44%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중 36.8%가 임대료 과부담 가구로 분류되었다. 
세모녀와 같이 임대료 부담에 짓눌려 있는 빈곤가구의 광범위한 분포는 주거지원 정책의 시급한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금번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거비 부담은 저소득 가구에게는 교육비, 문화비, 통신비, 교통비 등 생활에 필요한 이차적인 비용의 지출 뿐 아니라 먹고 입는데 사용하는 기초생계비의 감축까지 강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세 폭등, 보증부 월세와 반전세의 급격한 확산은 중산층 세입자 가구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증가시키고 있어 이 문제가 비단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임기초부터 주거복지 증진을 통한 서민 주거안정 도모를 천명하면서 다양한 전월세 대책과 함께 주거급여 제도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빚내서 전세금을 올려주라는 식의 융자지원과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자가소유 촉진 정책의 기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발표한 2.26 대책에서 세액공제 등 월세 세입자 지원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되었지만, 연소득 2,500여만원 이하의 급여생활자나 일용직 등 불안정 고용층, 영세자영업자 등 애초부터 비과세 대상이었던 가구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더욱이 그나마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금을 전가할 것으로 예측되어 실효성있는 월세대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공임대주택도 LH공사의 막대한 부채 등을 명분으로 리츠 등 민간자본 참여를 통한 공급주체 다변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서민층이 엄두를 내기 어렵게 10년 후 시장가로 분양 전환되는 무늬만 임대주택을 대거 건설하겠다는 쪽으로 정책이 전환되고 있다.  


대안을 제시해 보자면 우선적으로 무주택 서민층의 주거안정에 가장 효과적인 장기 공공임대주택과 기존 주택제고를 활용하는 준공공임주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주거급여의 대상층 확대와 보장수준 현실화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공급과 수요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전월세 폭등이 제어되고 임대차 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최소 4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임대료의 급격한 인상을 막아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제고하는 계약갱신 청구권과 임대주택 등록제 및 전월세 상한제의 도입도 시급하다.


이렇게 흔들리는 서민의 주거현실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할 때만이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떠난 세모녀의 죽음이 집 없는 서민들의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 것이 고독과 가난 속에서 신음하던 세모녀를 무관심 속에서 떠나 보낸 우리사회가 이들에 대해 갖출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