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의 주거복지, 집이 짐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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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5 15:27본문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개의치 마시고, 국밥 한그릇이라도...”
봄이 시작될 무렵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월세와 공과금을 두고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부터 늦가을 본인의 시신을 거둘 사람에게 국밥 한 그릇하라는 글을 남기며 거처상실의 두려움을 안고 죽음을 택한 어르신까지... 2014년을 돌아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적 죽음’은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직후 언론에서는 다각도로 해당문제를 보도했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강력하게 ‘제대로 된’ 빈곤정책을 마련을 촉구했으며 정부 또한 긴급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국회는 소위 세모녀법으로 통칭되는 주거급여 등 기초보장제도 각 급여의 개별적 시행과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한 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등의 개정안을 최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서울시 역시 복지취약계층 발굴, 복지인력 충원, 복지혜택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위기가정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를 위해 서울형기초보장제도와 희망온돌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 모든 대책들이 괜찮았는가? 혹은 괜찮을 것 같은가? 현장에서 지원의 경험을 토대로 대답부터 하자면, 사실, 잘 모르겠다.
서울시의 대책은 기초수급에서 제외된 가구를 서울형기초보장제도, 긴급복지, 희망온돌사업 등과 연계해 어떤 형태로든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례발굴과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을 보강하여 이전보다 사례발굴과 자원연계가 활성화된 것은 분명하다. 구청 희망복지지원팀이나 방문간호사를 통해 주거복지센터로 의뢰되는 수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막상 가구를 방문해 상담을 하다보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찾아낸다고 해도, 사실상 공공부조제도의 운영자체가 워낙 “엄격”해 제외되었거나 급여가 삭감되어 생활고에 처해있음을 알게된다. 즉 ①긴급복지지원법에 명시된 대상자1)에‘꼭’ 들어맞지 않아서 이용가능한 복지제도가 없거나, ②서울형기초보장제도로는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2)(물론 이건 공공에서 판정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준한다)3개월만 지원받게 되므로 다시 생계가 막막해지거나, ③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명시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적용되는 간주부양비3)로 인해 기초수급비가 삭감되어 급여가 채 30만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월세가 체납되어 쫓겨날 위기에 놓여있거나, ④앞의 이유로 기초보장 급여액이 적게 지급되어 서울시 희망온돌이라도 연결해볼라치면 주거비는 중복급여라 대상이 안된다고 거절당하거나, ④서울형주택바우처4)라도 신청하려고 했더니 서울시에 전입신고 한 기간이 안되거나, 재원이 이미 소진되었다며 신청을 거절당하는 가구들을, 주거복지센터가 만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이른바 송파세모녀법을 통과시켰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비롯해 긴급복지지원법 등이 그것이다. 주요 골자는 기초보장법의 개별급여운영,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이다. 허나 개정된 제도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크게 개선할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신청단계부터 ‘부양의무자의 금융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행정(주민센터 신청)의 거대한 진입장벽을 만나게 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 개별급여로 시행한다고 해도, 사실상 현행 소득기준보다 나아지는 급여는 교육급여 뿐이다. 주거급여 선정기준인 중위소득 43%는 현재 기초법상의 최저생계비의 120%인 차상위계층보다 낮은 선이며, 여기 부양의무자 기준까지 적용된다. 재산의소득기준 역시 변동없이 적용된다. 게다가 중위소득30%로 설정된 생계급여선보다 소득이 더 있으면 주거급여에 자기부담금을 50% 두겠다고 한다. 각 부처로 급여 주관부서가 변경되면서 신청기간이나 이의신청절차가 더 길어지고 복잡해졌다. 이런 저런 상황을 따지고 보니,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서울연구원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잔여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임대료 과부담가구는 서울시 전체가구의 8.8%, 31만 가구이며, 이 중 78%가 소득분위 1~2분위의 최저소득층이다. 생활이 곤궁한 사람들은 주거비로 더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주거복지 증진을 통한 서민 주거안정 도모를 천명하면서 다양한 전월세 대책과 함께 주거급여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한 자가소유 촉진 정책에 치우쳐 있고, 월세 세액 공제 역시 위 보고서에서 말하는 저소득층에게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특히 주거복지의 목표는 사실 간단하다. ‘집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거나 빈곤의 극단에 몰려 끔찍한 죽음을 택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의 시행방식이 가난한 사람들 스스로 미안해거나 수치스럽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야 한다.
1) <긴급복지지원법> 2조5항에는 ‘화재 등으로 인하여 거주하는 주택 또는 건물에서 생활하기 곤란하게 된 경우’도 긴급지원 대상자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공무원은 옆방에서 온 불이나 연기와 그을음으로 인해 본인방이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 도움을 요청하면 이를 긴급지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해당가구에 불이난 게 아니란 이유다.
2) 서울형기초보장제도는 근로능력자에게는 (구직과 무관하게) 3개월 한시적 생계비만 지원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근로능력자에 대한 한시적 지원을 없애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결국 종전대로 돌아갔다.
3) 부양의무자가 실제로 부양비를 지급하는가와 무관하게, 부양의무자 소득을 조사한 이후 일정기준을 넘게되면 일정비율을 적용해 수급가구의 급여를 먼저 삭감한 후 나머지 금액을 기초수급비로 지급한다.
4) 가구소득에서 주택임차료와 보증금마련대출 원리금상환액을 합한 금액을 제외한 소득이다.
글 | 김선미(성북주거복지지원센터 센터장)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