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커뮤니티

활동가의시선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는 집 걱정없는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우리 마을 보금자리 지킴이 입니다.

자활이 뭔가요?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07-15 15:23 

본문

561f7edeeea9fc03bc2c7b277604013c_1592801128_3385.jpg
 

'자활이 뭔가요?'

일반인들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대부분 역으로 질문이 돌아올 것이다.

'자활이 뭔데요?'

그렇다면 자활쉼터 실무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아마도 이런 답이 돌아올 것이다.

'글쎄요. 자활이 뭘까요?'

얼마전 노숙인 법 및 지침 개정을 위한 자활시설 간담회에 참여하였다.

대부분의 실무자들이 공통으로 공감하는 의견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자활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잘 모르겠다. 정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였다.

 

'자활'이란 무엇일까?

포털 국어사전에 의하면 자활은 '자기 힘으로 살아감'이라 정의된다.

자활(自活)의 한자 역시 스스로 자, 살 활로 스스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스스로 살아감'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보통 경제적 관점에 의거해 스스로 살 수 있는 자와 스스로 살지 못하는 자를 구분한다.

스스로 돈을 벌고, 집을 얻고, 음식을 장만해 살아가는 자를 '자활'한 사람이라 부른다.

 

그러나 '스스로 살아감'의 의미가 경제적 관점의 삶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물론 남에게 의지하거나 신세를 지지 않고 사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삶에 대한 논의에서 돈이 있고 없음이 유일한 잣대가 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몇년 전 대학원 시절 노숙인들을 만나고 위로해 드리려 서울역에 나간 적이 있다.

그 분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드리고 간식거리를 나눠드린 때였다.

서울역 주변에 계신 노숙인들을 보며 강하게 느낀 것이 있다.

'이 곳은 사회의 축소판이구나. 사람 사는 곳이구나.'

 

국가 인구와 견주어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그 곳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계셨지만

그 안에는 국가에 나타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분, 무기력한 분, 술취해 난동을 부리는 분, 주변 사람들을 도와 주시는 분 등.

서울역 노숙인 사회 안에는 일반 시민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렇다면 이 분들은 '스스로 살아가는'분들이 아닌가?

이분들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 속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분들이다.

일반 시민들의 모습과 같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노숙인들은 오늘도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의미 아래서 본다면 생명이 있는 모든 자들은 이미 '자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활'시설이라는 명칭은 옳은 것인가?

노숙인분들의 처지와 필요를 충분히 담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잠시 대체 용어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는 것을 목표로 자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면

'자활'이란 단어 대신 '자립'이란 단어를 사용함이 좋을듯 하다.

스스로 자 설 립자를 사용하는 자립(自立)이란 단어의 정의는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이라는 의미를 내포하여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활의 개념에 조금 더 접근한 단어이다.

 

그러나 만약 시설을 운영하는 목표가 단지 경제적 관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활시설에 대한 인식 혹은 목표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노숙인들의 삶을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접근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삶'이 아닌 '인간의 삶'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복지의, 복지시설의 목표이자 숙제가 되어야 한다.

 

 

강민휘 (아침을여는집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