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과 그룹홈 입주자의 이사를 가로막은 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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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4 17:36본문
최근 서울의 아파트에 새로 입주하려던 사람들이 주차장 입구를 막고 있는 차 때문에 이삿짐을 집으로 나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한 언론사에 의해 보도되었다.
이 아파트에 있는 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한 사람들과 아파트에 살고 있던 주민들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기존 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가로막는 바람에 새로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던 입주민들은 이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LH가 추진하고 있던 임대주택과 그룹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낸 씁쓸한 풍경이었다. LH공사는 지난해 말 미분양 상태로 있던 해당 아파트 130세대 가운데 절반가량인52세대를 사들였다. 임대주택과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였다.
그룹홈 제도는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려운 노숙자나 홈몸노인, 청소년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생활하며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인데, 지난해 초까지 서울 시내에서 171곳이 운영되고 있다. LH공사는 사들인 아파트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나머지는 그룹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신청을 통해 임대주택 입주민 19세대를 추첨했고 당첨된 주민들의 입주가 지난달부터 차례대로 시작될 예정이었다. (2014.7.13, SBS기사)
결국 LH공사가 뒤늦게 주민들과 협상을 통해 그룹홈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임대주택의 입주는 받아들이기로 해서 출입구를 막고 있는 차량을 치웠다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먼저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인 임대주택 거주자들이 큰 상처를 받았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미분양으로 상당수의 세대가 공공에 매각되고, 임대주택 뿐 아니라 일반 주민입장에서 기피대상자들이 그룹홈에 입주한다는 정보를 나중에게 접하게 된 거주자들의 거부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룹홈에 대해 평상시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어떤 곳인지 거의 사전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측면 위주로 알려지면서 집값하락이나 거주환경 왁화와 같은 걱정이 증폭되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사전에 반대에 봉착할 각오를 하고 분양받아 입주한 주민에게 설명회 등을 통해 이해를 구하지 않은 LH공사측의 안일한 대응이 아쉽게 느껴진다.
점차 임대주택이 늘어가고 있고, 기존의 대규모 임대단지 조성 방식에서 단지내 혹은 같은 건물내 분양과 임대를 혼합하는 방향으로 공급방식을 전환해가는 현 정책의 추세로 볼 때 시민을 상대로 더불어 사는 주거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홍보하고 교육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기존의 영구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국민임대나 장기전세주택 등이 많이 공급되면서 점차 임대주택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재 서울전역의 임대주택은 14만여 세대이고 3만6천여세대가 분양, 임대 혼합단지에 거주하고 있다. 이 곳의 실정을 보면 단지내 주요현안 결정에 참여가 상대적으로 배제된 임대주민들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고 일부단지는 갈등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서울시와 LH공사가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책을 감시하고 갈등을 중재해야할 민간의 행보는 어떠해야 할지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