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07-14 17:34본문
안산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는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한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 설립되었으며 초기에는 주로 정신과 전문의를 비롯한 정신보건 영역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상담과 치료활동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복합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정신보건 영역만이 아닌 지역사회 전반의 협력과 통합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다양한 관점의 접근의 필요성이 안산지역사회 내에서 대두되어 지난 6월부터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된 지역사회팀이 신설되었고 저 역시 그 시점에 요청을 받아 모든 일을 접어두고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모두가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피해자 가족분들은 팽목항 현장에서부터 시작된 모든 것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다가가는 것 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피해자 가족 대책위원회 활동을 돕는 것으로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정작 저희들의 고유 업무영역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활동이었지만 그렇게 정말 그 분들이 필요로 하시는 일을 도와드리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아갔고 어느 순간 외부인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그분들만의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희들은 피해자 가족대책위와 함께 정부에 요구할 사항들을 조사하고 정리하고 행정적인 부분을 함께 도와드리는 한편 천만인 서명운동에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니다. 왜 트라우마센터에서 서명운동을 하는가 궁금해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분들을 만나면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부분은 사고의 진실을 모른채로는 상담도 치료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슴속에 가장 큰 한이 풀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분들에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은 바로 그 진실이 밝혀진 이 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서명운동에 직접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욱 더 신뢰를 쌓고 서로를 이해해가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100일이 다 되어갑니다. 하지만 가족분들은 팽목항에서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십니다. 아직도 열악한 분향소 내에 있는 천막에서 하루를 보내십니다.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계시지만 쉴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직접 진실을 찾아서 뛰어다녀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당연히 정부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직접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가족들은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유가족들이 직접 거리에서 서명을 받고 있어도 반정부 집단이다, 빨갱이다, 사람들 선동한다 등의 말을 듣고 종종 누군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경찰들이 조사를 나오곤 하는데 과연 그 분들이 그 앞에서 서있지 않는다면 어찌될지....그 분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쉴 수가 없습니다. 평생 이러한 활동을 해본적 없는 분들을 그렇게 우리는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피해자 가족분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시길 원합니다. 하루 속히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살아가시길 원합니다. 그래서 트라우마센터는 서명운동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천만인 서명운동을 두고 여러 방해들이 있습니다. 카톡이나 여러 웹사이트 등을 통해 악성 유언비어가 퍼지고, 악성 댓글들도 등장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세월호라는 단순한 사고를 로또로 알고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내려 서명을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두 거짓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과 특별법은 별개입니다. 특별법안에 유가족 지원 내용을 넣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제안했지만 그걸 거부한 것도 가족분들입니다.
특별법은 오로지 성역없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만을 말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이뤄낼 수 있도록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특별법을 만들고 모든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기구를 만들고자 함입니다.
벌써부터 세월호는 잊혀져 가는지 서명을 받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천만인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아직 3백만입니다. 거리에 나가면 모두 무심히 지나쳐갑니다. 나이어린 학생들이 가장 열심히 서명을 해주는데 책임져야할 어른들은 벌써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저는 분향소가 있는 현장에서 주로 일하지만 분향소에는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 수많은 영정사진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무게가 너무나 무겁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우리 아이들을, 억울하게 죽어간 모든 분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기만 합니다.
긴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누구보다 괴롭고 힘든 분들이 앞장서시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니까. 서명운동은 그 작은 출발점이며, 참여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주시면 좋겠고 나 혼자로 끝내지 마시고 주변에 알려서 참여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이 사회의 변화를 확인하고 나면 그 때부터 비로서 저와 트라우마센터는 피해자 가족분들과 함께 아픔을 치유하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온라인 서명 및 사명자료 다운로드
정지선 회원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지역사회팀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