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미래 10주년 인사, 10년의 다짐_송경용 나눔과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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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22 15:44본문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지금껏 그래왔듯이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겠습니다. 어느 누구의 눈치 볼 것도 없고 더 좋은 것을 탐할 욕심도 내려놓고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분들과 어울리며 살아가겠습니다. 나무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자리를 옮겨다니지도 않습니다. 누군가 뽑아가기 전에는 심겨진 자리에서 일생을 살아갑니다. 조금 크면 과실을 맺거나 그늘을 드리우고, 그 생을 다 하면 목재로 쓰이거나 태워지거나 스러져서 또 다른 생명의 거름이 되어줍니다. 나눔과 미래도 그렇게 살아보겠습니다.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햇살과 바람의 고마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맑은 하늘에 우리 자신을 투명하게 비추어 가며 늘 성찰하겠습니다. 하늘이 주시는 귀한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뒤틀리고 흔들릴 때 마다, 우쭐대고 싶을 때 마다 맑은 하늘에 우리 마음을 비추겠습니다. 하늘이 가르키고 이르시는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애쓰겠습니다.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지난 10년 비바람치는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너른 우산을 펼치고도 싶었고 피하고 싶은 시간도 많았지만 함께 비를 맞아온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러겠습니다. 가난한 이웃들이 맞아야 하고 감당해야 하는 비바람은 그것이 비록 약할지라도 때로는 생명을 앗아갈 만큼 큰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세심하게 살피고 함께 힘든 시간을 견디어 보겠습니다. 비를 맞아야 하면 함께 맞고 우산을 펼쳐야 할 때면 우산을 펼치겠습니다. 바람을 맞아야 하면 함께 맞고 맞서야 한다면 함께 맞서겠습니다. 그 안에서, 그 시간을 함께 지내며 함께 성장해나가겠습니다. 가난한 이웃들이 나아지는 만큼만 나아지겠습니다.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 할 줄 알듯, 나서고 물러설 때를 분별하겠습니다. 이익과 권력만을 쫒아 나아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눔과 미래에 속한 사람이라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그것이 가난한 이웃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어떤 이익을 준다해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물러날 때가 되면 소리 없이 물러서겠습니다. 많은 경우 그렇게 해왔습니다. 때로는 바보소리를 들었을지언정 물러서야 할 때 나아가지 않았고 나아가야 할 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대부분의 사건이 철을 분별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러서고 나아가야 할 때를 식별하고 분별하겠습니다.
지난 10년 거름을 주시고 햇살과 바람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일에 대해 회고하는 것보다는 또다시 다가오는 10년을 어떻게 살것인지에 대해 다짐하는 말씀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한 마디, 한 행간 마다 지난 10년을 이끌어주신 것에 대해 말 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앞으로도 지켜주시고 이끌어주시기를 빕니다. 좋은 이웃이, 튼실한 나무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