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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을 위반한 정부의 주거안정강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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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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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icbp.go.kr/open_content/withU


부평구청장 홍미영

국토교통부가 9월2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여러 가지 내용이 포함된 발표지만 이 글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부분에만 집중해보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 규제합리화 및 투명성 제고’라고 했지만 내용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다. ‘합리화’라는 단어로 포장해 재건축 관계자(조합, 정비업자, 건설사 등)의 욕심을 채워주려는 게 아닌가 싶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CEO 조합장’이다. 전문성 제고라는 명목으로 토지 등 소유자가 아닌 사람도 조합장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CEO 조합장이 될 수 있는 ‘외부의 정비사업 전문가’에는 건설사 등 관련기관 종사 경력자가 포함된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건설이 시공사인 구역에 ○○건설 퇴직자가 조합장이 되고 △△정비업체가 업무를 보는 구역에 △△정비업체 퇴직자가 조합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퇴직자가 아닐 수도 있다. 퇴직해서 조합장을 하고 사업을 마친 뒤 다시 회사에 입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기보다 건설사나 정비업체의 이익에 충실하게 될 것이다.

도시정비사업은 이미 조합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시공사(건설사)의 입맛대로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치열하게 맞섰던 공공관리제도 하의 시공사 선정 시기 문제도 시공사의 영향력 문제였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경험자가 필요하다면 의사결정권한이 없는 자문과 실무 진행에 역할을 한정해야 한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는 도시정비사업이라는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기는 꼴이다.

재건축 동의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공동주택의 경우 동별 구분소유자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을 1/2로 줄이겠다고 한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이 동의를 하지 않은 사람의 주택도 사업에 포함되는 것이다. 사업구역에 포함되면 억지로 끌려가거나(재개발) 의사와 무관하게 팔아야만(재개발·재건축) 한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토지나 주택을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유상몰수 할 수 있는 공용수용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불과 6개월 전인 올 3월 KDI는 공용수용제도에 대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컨퍼런스 초대의 글에 KDI 김준경 원장은 “현행 공용수용제도는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데 도움을 준 반면 국민의 재산권 침해라는 부작용도 야기한 것이 사실”이라고 적었다.

‘수용’은 재개발사업에 해당하고 재건축사업에는 해당되지 않는 단어이긴 하다. 재건축 사업은 ‘매도청구’라 하여 수용보상이 아닌 시가 매입을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이 둘은 사실상 같다. 법원도 매도청구는 실질적으로 강제수용과 같다고 인정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9. 9. 16.자 97헌바73, 98헌바62, 98헌바60(병합)결정,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 12453 판결 등)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그 동의율을 더 낮추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의 집을 빼앗으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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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legalinsight.co.kr/

 

문제는 이 뿐 아니다. 기반시설 기부채납을 현금납부로 대체할 수 있게 하는 것과 준주거·상업지역 내 오피스텔 공급을 허용하는 건 수익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난개발을 유발할 수 있다. 이미 서울은 너무 많은 난개발에 시달리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일고 있는 도시재생·마을만들기 바람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정체성을 세우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도시의 정체성은 소속감을 유발하며 소속감은 함께 사는 사회의 근간이 된다. 난개발 정책은 이와 같은 흐름에 반하는 시대착오 정책이다.

근본적으로 국토교통부는 도시정비사업을 건축경기 되살리기로 이용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명시된 도시정비사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도정법은 제1조에서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도정법 제1조를 어기고 있는 위법적인 정비사업 규제 풀어주기는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