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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trification과 마을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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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07-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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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도시재생이 대세인 요즘 가장 핫한 이슈다. 이 현상에 대해 다수의 견해는 부정적이지만 어쩔 방법이 없다로 요약된다. 이 현상으로 주로 골목상권을 이루던 생활 서비스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곤경에 빠진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과 문제점, 극복대안을 정리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 현상이 마을만들기(도시재생)와 연관이 있기에 최소화를 해보려고 대략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한국에서 시행되는 마을만들기(도시재생)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고자 추진된다. 하나는 사는 즐거움-편안함, 쾌적성, 공동체 등-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고자 민과 관,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가버넌스를 구성하고 다양한 사업들-재정의 선투입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인프라 구축 포함-이 이루어진다. 비판적 입장의 사람들에게는 마을공동체 버전의 토목사업으로 보이겠지만, 물리적 재생은 꼭 필요하다.

마을만들기(도시재생)은 주로 쇠퇴현상으로 주택이 노후화되고 공동화되는 지역에서 추진된다. 이런 이유로 주택개량이 핵심적인 마을만들기의 과제가 된다. 허나, 주택개량에는 비용이 상당히 발생하고, 정부정책도 미흡하여 다수의 지방정부는 마을만들기의 핵심과제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한다.

아직은 사는 즐거움을 만족하기 위한 핵심 재생영역인 '주택개량(신축, 개보수 등)' 측면은 미흡하기만 하다. 잘 아는 통영 동피랑마을, 부산 감천마을은 보기 좋은 감일 뿐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먹기 좋은 감(살기 좋은, 편한,쾌적한 마을)은 아니다. 이 두 마을의 주택개량은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가? 그러나, 보는 즐거움에 무게 중심이 옮겨간 채 사는 즐거움인 주택개량은 얼마나 진척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재생의 핵심인 주택 분야를 사유재산권이 핵심 재산권으로 인정받는 한국에서 해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마을공동체의 전통이 사라졌고, 따라서 마을의 공유재산이 없는 이 척박한 토양에서 이 문제는 실험정도 해보는 상태인 것이다. 마을공동체 명의로 토지를 취득한 부산의 물만골 마을도 아직 공유재산에 기초한 공동체 주택이 활발히 건설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마을만들기의 두 번째 목적이자 부차적인 목적인 '보는 즐거움'에 치중하는 경향이 마을만들기 활동가들 사이에서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 보는 즐거운만큼 단기적인 성과로 세상에 내어보여주기가 쉬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쉽다고 이야기 했다고 진짜 보는 즐거움을 만들어 내기가 쉽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죽도록 어려운 일이니까!)

보는 즐거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마을사람들의 사는 즐거움을 훼손한다(방문객들로 인한 소음, 방문객 증가로 인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생활 서비스 가게들의 사라짐 등등). 이게 마을만들기가 만들어 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의도할 수도 있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마을만들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는 즐거움에 대한 재인식이다. 마을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니까, 마을기업 등 보는 즐거움에 치중한 지역활성화에만 전문가들과 행정이 주민들을 현혹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더구나 창조계급이라 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은 아이템과 자본을 무기로 마을에 들어와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이들은 나이들고 약간은 고리타분하여 유행에 민감하지 못한 마을주민들을 제치고 새로운 마을의 경제적 강자가 되는 현상이 마을만들기에서 자주 나타난다. 물론 이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지만...

마을만들기는 그러하기 때문에 한국적 현실에서는 ‎사는 즐거움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는 즐거움에 마을만들기가 관심을 가진다면, 전문가로 포장된 업자들은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자연 소멸 될 것이며,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예방적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이제 마을만들기는 보여주기 위한, 일부 전문나 혹은 활동가들의 먹고 살기 위한 '장'이 아닌,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인빈곤을 풀어가기 위한, 청년들의 삶의 공간이 되기 위한 장으로 다시 재인식을 해야 한다.

통영의 동피랑마을이, 부산의 감천마을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보여주기 방식의 부작용을 깊이 이해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 완주의 모델을 수많은 지자체가 보고 배웠다.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고 왔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 사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모델은 없지 않은가? 완주조차도 지자체 장이 바뀌니까 10여명의 오랜 경험을 가지 직원들이 다 계약해지 된 허약한 거버넌스였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는가!

(마을만들기의 가버넌스에 관해서는 따로 글쓰기가 필요하다. 박원순발 마을만들기(도시재생)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지만, 과연 포스트 박원순 시대에도 지금처럼 가버넌스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왜냐하면, 주민 및 공동체의 힘으로 강제해낸 가버넌스가 아니라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창출된 가버넌스이기에 여전히 가버넌스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서울형 도시재생 지역이 작년 말에 선정되었다. 지역당 100억원의 서울시민 세금이 투자되는 사업들이다.(솔직하게 서대문 신촌을 왜 지정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성동구의 경우, 예측컨대 젠트리피케이션이 조만간 발생할 지역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빠르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그래도 성동구 지정 구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막기 어려울 듯 하다.)

 

PS. 마을만들기(도시재생) 전문가들은 거의 예외없이 말로 먹고 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사람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다. 말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조차 이제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지 깊이 반성해봐야 겠다.

 

※ 예전 홈페이지에 있던 글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