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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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10-06 18:23본문
1945~1960 복구와 재건
1970~1990 개발과 확장
2000년대 회복과 치유(정상도시화)
2020이후는?
도시는 살아있다. 회색빛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검은 아스팔트, 녹색의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며 생태계를 구성한다. 도시의 공간생태계는 도시인들의 숨결이 닿으면서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바로 그곳이 마을이다. 대도시 서울은 마을들이 모자이크된 도시다. 서울의 변화는 마을이란 모자이크 조각들이 각자의 공간진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오늘도 서울시는 공간진화를 계속한다. 공간진화는 서울시가 당면한 시대정신과 항상 맞물려 진화했다. 한때, 서울의 공간진화를 ‘도시개발’이라고 부를 때가 있었다. 개발의 시대가 저물고 ‘도시재생’의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도 서울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서울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과 방법으로 끊임없이 진화했다. 재건의 얼굴을 할 때도 있었고, 개발의 얼굴을 할 때도 있었다. 2010년대를 접어들면서 서울은 ‘마을공동체와 도시재생의 얼굴’로 시민들에게 다가섰다.
서울은 시기별로 시대정신을 충실히 이행했다. 1945년~1960년대까지 서울의 시대정신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 복구와 산업화였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도시의 기능회복을 응급하게 복구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였다. 판자촌이 비공식적 도시빈민 주거로 묵인되기 시작한 때도 바로 이 응급복구의 시기였다.
1970년대~1990년대의 서울의 시대정신은 도시 확장, 즉 신시가지 개발이었다. 이 시기에 강남이 개발되었고, 목동, 상계동 등의 신시가지 개발이 이루어졌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도 이때 건설된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도 이 시기에 다 이루어졌다.
2000년대 서울의 시대정신은 ‘회복과 치유’다. 응급복구도시 서울에서, 정상도시 서울로의 변화를 시민들이 요구하던 시대였다. 뉴타운개발 같은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도시행정이 있었지만, 서울광장(2004), 청계천 복원(2005), 북서울 꿈의 숲(2005), 광화문광장(2009), 육교 및 고가도로의 철거 등 자동차 중심의 응급도시에서 걷고 싶은 정상도시로 전환의 시기였다.
서울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인구 천만 도시로의 급격한 도시화는 환경오염, 교통 혼잡, 부동산 투기, 주거불안, 공동체 파괴 등 수많은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저성장시대를 맞이한 서울은 도시의 외형적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도시쇠퇴의 가속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는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도시를 관리하고 가꾸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서울은 양적성장 중심의 전통적인 도시개발에서 공동체 중심의 도시재생으로 전환기에 서 있다.
2020년 서울시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Seoul Making of Citizen(시민들의 서울만들기)’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재건의 시대에도, 확장과 개발의 시대에도 심지어 치유와 회복에 시대에서 서울만들기는 행정이 계획하고 시민이 유사동원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행정주의 패러다임의 서서히 바뀌고 있다. 2020년대의 서울은 시민자산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이 직접 계획하고, 이를 행정에 제안하여 시민들이 서울만들기의 실질적 주도가 가능해지는 시대일 것이다.
이미 뉴욕 등의 서구사회는 시민들이 도시계획(행정)의 제안자이자 공유자산의 관리자로 등장하였다. 서울역고가숲의 원형인 뉴욕시의 하이라인파크도 비영리조직인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70년대 후반부터 시민제안방식으로 뉴욕시에 제안했다. 이를 뉴욕시장 블룸버그가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지금의 하이라인파크가 되었고, 하이라인의 친구들은 이 공원의 공유자산관리자가 된 것이다. 즉, 시민들이 공공재에 대한 기획-제안-추진-운영관리까지 시민에 의한 도시만들기가 정형화 되어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도 이런 큰 흐름으로 가야한다. 서울에도 수많은 공유자산들을 공공주도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행정은 선물을 주듯히 시민조직들에게 수탁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행정이 선물주듯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20세기 도시패러다임일 뿐이다. 도시의 공유재는 시민들이 지적 개입하여 활성화시킨 뒤, 운영관리까지 하는 도시행정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이 2020 서울시 시대정신이다.
이주원(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