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커뮤니티

활동가의시선

사단법인 나눔과미래는 집 걱정없는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우리 마을 보금자리 지킴이 입니다.

내 마음 따뜻한 삶은달걀처럼(feat.주거복지센터)

페이지 정보

나눔과미래  16-10-06 18:16 

본문

561f7edeeea9fc03bc2c7b277604013c_1592800435_0875.jpg 


이른 아침, 양손 가득 바리바리 싼 짐을 들고 한 어르신이 센터를 찾았다. 양 손엔 빵과 음료, 그리고 삶은 달걀이 들려져있다. 얼마나 다급히 오셨는지 삶은 달걀의 온기가 여전히 그대로다. 고맙다는 말조차 전하기 미안해 직접 방문하셨다는 어르신, 정**(76세)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지난겨울이었다.

처음 전화를 주신 건 할아버지(김**, 76세)였다. 본인이 임대받아 살고 있는 집 앞 도로확장공사로 퇴거위기에 놓인 할아버지가 직접 도움을 요청하셨다.  2016년 2월 가구방문 당시 62m2, 약 18평(방3, 주방1, 화장실1, 베란다1) 공간에 가벽을 설치해 4명이 살고 있었다. 방 3개 중 2개 월세를 주어 정작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베란다 창문을 뜯어 출입구로 사용했고, 스티로폼으로 가벽을 설치해 베란다가 달린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임대받아 주거하는 공간을 또 다시 임대하여 정작 본인들은 화장실조차 불편하게 생활하는 사연이 뭘까.

 

1249.jpg> <!--                                                                     

                                                                           

김** 할아버지는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국유재산을 대부받아 2003년부터 월세 약 30만원의 대부료를 내고 살았다. 기초노령연금 외에 소득이 없던 할아버지는 임대료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월 10만원씩 임대료를 받아 생활했다. 그러던 중2014년 10년 계약이 끝났고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퇴거요청에도 이주할 곳이 없어 계속 남아 있던 중 도로확장공사로 인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월 17,000원(건강보험료 소득 판정기준 200%1)이하) 건강보험료도 납부하지 못해 체납 중인 할아버지와 월 50만원정도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할머니, 이들에게는 당장 이사할 돈도 집도 없었다. 우리 센터에서는 3월까지 퇴거를 요청한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선처를 구하고자 다방면의 시도를 했으나 ‘알 바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고, 두 고령노인에게 결코 따뜻할 수 없는 봄, 3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1250.jpg> <!--                                                                                                                                                                                         


퇴거위기에 놓인 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센터는 외부자원을 신청했다. 그 사이 할아버지는 이사할 집을 찾았고, 5월 말경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원의 지하1층 주택을 계약했다. 다행히 신청한 외부자원으로 보증금 300만원을 마련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기저기 돈을 빌려 마련했고 또 나머지는 센터가 지원했다.

이후 센터는 김** 할아버지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수급신청을 도왔다. 그러나 슬하에 자녀 4명이 있던 할아버지는 결국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신청 탈락했다. 수급 신청 시 필요한 서류인 ‘금융정보제공동의서’ 때문이다. 부양비는 고사하고 연락조차 잘 닿지 않는 자녀들에게 금융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올 수 있는 능력이 할아버지에겐 없었다. 그러나 구청직원은 몇 년 전 할아버지가 막내딸과 통화한 적이 있고, 부양의무자와 연락이 닿는다는 이유로 부양관계단절로 볼 수 없다 판단하여 신청 탈락시켰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247.jpg> <!-- 

<센터에 내방하신 정**어르신. '명절이 끝나고 할아버지는 몸이 안 좋아 혼자왔다'며 정** 할머니께서 센터를 방문하셨다. 간식보따리를 한아름 달고 연신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할머니> 


사실 당장의 퇴거위기만 모면했을 뿐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생활이라 받는 손이 민망했다. 여전히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생활하는 살림에 월임대료 20만원은 RIR(Rent Index Ratio)2) 28.5%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명절, 집주인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체납된 월세 때문에 미안하고 면목 없는데 밥까지 얻어먹었다며 또 다시 눈물을 글썽이신다. 임대료 체납으로 지원받은 보증금이 깎이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자신의 수급비와 할아버지의 기초노령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너무 빠듯하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생활하기 빠듯한 살림에 센터로 전달된 빵과 음료수, 그리고 달걀의 값은 얼마일까. 월임대료, 의료비, 공과금, 교통비, 통신비, 부식비 등등… 단 돈 만원이 이들 삶에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알기에, 삶은 달걀 온기만큼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이 더 따뜻이 다가온다.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빈곤율 48.6%(OECD 평균 12.4%)로, 노인빈곤율 상승 속도 또한 OECD 1위다. 그리고 그 속에 여전히 부양의무자 제도가 존재하고, 또 다른 김** 할아버지 이야기는 어느 공무원 손에서 사라질 것이다. 

다시 추운 계절이 돌아온다. 할머니 걱정에 겨울철 난방비 걱정이 또 하나 추가될 것이다. 주거복지센터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고민이 들지만… 할머니에게 전세임대주택 신청하시라는 전화로 다시, 업무를 시작해본다.

 

1) 2015년 건강보험료 소득 판정기준 : 1인가구 월소득 200%이하 1,235원

2) RIR(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 : 2014년 국토교통부 발표 전국 RIR 평균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