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회적주택, ‘청년마을’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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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6-10-26 16:17본문
10월 12일 나눔과미래가 LH 사회적주택 시범사업 운영기관에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습니다. 신청접수한 지 3주만에 온 연락이었습니다. 어렵게 고생하며 신청서를 작성한 활동가들에게는 너무나도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사회적주택’은 LH가 매입한 주택을 나눔과미래와 같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하고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등 청년이 입주할 수 있는 쉐어하우스입니다.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된 입장에서 몇 가지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첫번째 좋은점은 민간임대주택이 아닌 LH ‘매입임대주택’이라는 점입니다. 매입임대주택은 LH공사가 집을 매입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이며, 사회적주택은 주변시세의 50% 이하 범위 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자에게 공급하게 됩니다. LH소유주택이기 때문에 자격요건(소득 등)이 바뀌거나, 최대 거주기간이 지나지 않는 이상 입주자들은 한 주택에서 이사가지않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나눔과미래 등과 같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좀 더 입주자의 입장에서 ‘집’을 바라보면서 주택을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나눔과미래가 운영하는 신내동 ‘청년마을’은 주택 중 한 호를 커뮤니티룸으로 활용하여 ‘집’이 단순히 거주하는 주택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입주자들끼리 파티를 할 수도 있고 소모임같은 걸 꾸릴 수도 있겠죠. 물론, 성향이 맞는 사람들이 만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요.^^
그리고 세번째는 무엇보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살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한 주택에서 얼굴 마주치며 놀다보면 정도 들고 좋은 일도 있을 수 있구요~^^
그렇지만 아직 개선할 점들도 많습니다.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거칠 수 밖에 없는 과정이지만 까다로운 자격조건은 입주대상을 ‘청년’으로 설정한 것과는 반대로 흘러간다고 볼 수 밖에 없는데요, 간단하게 언급하는 정도로만 짚고 넘어가볼까 합니다.
1) 대학생은 본인과 부모의 소득을 합산하여 약 337만원 이하여야 합니다.(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70%) 본인의 소득이 없어 부모의 소득을 합산해서 봐야한다면 전년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00%로 범위를 넓혀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주택공급지역과 연접지역
대학생은 학교의 소재지, 사회초년생은 직장의 소재지가 주택공급지역 및 연접지역인 경우 신청할 수 있습니다. 취업준비생도 마찬가지 조건으로, 만약 주민등록지가 고양시인 A가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취업을 희망한다면 A는 서울의 사회적주택은 신청할 수 없게 됩니다. 서울로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는 가혹한 현실이죠.
3) 재취업준비생의 요건을 살펴보면 직장에서 퇴직한 후 1년 이내의 자 중 구직급여 수급자격을 인정받은 자입니다. 구직급여받기가 어디 쉬운가요? 구직급여 못받은 사람은 일도 그만뒀는데 구직급여도 못받고 사회적주택에 입주도 못하네요..ㅠㅠ
4) 취업합산기간 5년 이내인 사람만 해당이 되는데요, 4대보험 가입이 되는 파트타임은 취업합산기간에 포함이 되는건지 아닌 건지 조건이 애매합니다. 포함이 된다면 오히려 4대보험 안되는 아르바이트를 찾아다녀야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죠.
5) 신청자가 세대주인 경우 전세대원의 소득과 재산을 조회합니다. 신청자가 세대주인 경우는 대개 부모가 부재한 경우가 많을텐데요, 굳이 세대주 여부를 구분해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SH공사에서는 이미 도전숙, 희망하우징(대학생임대주택), 협동조합형 청년주택 등 청년세대를 위한 다양한 임대주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시범사업이기는 하지만 LH공사가 이제라도 청년세대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청신호라 할 수 있겠죠. 단순히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닌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발전하려면 행정의 가지치기식, 떨어뜨리기식 요건이 아닌 수요자의 입장에서 다시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사업 주체인 국토부, LH공사, 주거복지재단 그리고 운영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힘을 합쳐야겠지요.
사회적주택 사업은 이제 시작입니다. 시범사업을 시행하게된 운영기관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자알~ 운영해서 기댈 곳 없는 서울바닥에서 주거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는 주택사업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준비기간이 택도 없이 부족하지만 힘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