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부양, 국가의 책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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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2-28 14:09본문
주거복지센터에서는 다양한 주거문제를 분들을 만난다. 그 중 임대료가 체납되어서 임대인에게 시달리거나 눈치를 보며 지내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극단적으로는 2, 3개월의 월세체납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분들을 만나는 때도 있다. 그 들은 본인의 사정을 주민센터에 말해봤지만 ‘방법이 없다’거나 ‘일을 하시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고,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좌절과 모멸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부양의무자기준’이라는 것으로 인해 국가로부터 생계나 주거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맞으며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기초생활을 국가에서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전 생활보호제도와 달리 ‘수급권자’, ‘보장기관’ 등의 용어를 사용해 1) 권리성을 강화했고 <사회보장기본법> 제9조(사회보장을 받을 권리)에는 ‘모든 국민은 사회보장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회보장급여를 받을 권리(이하 "사회보장수급권"이라 한다)를 가진다.’ 라고 규정되어 기초생활보장법에서 특정하지 않아도 이 법에 의해 국민의 수급권은 보장되고 그 책임은 국가에 있다.
종전에 비해 2) 급여수준의 향상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 수준은 생활보호제도 하에서의 보호 수준보다 크게 향상되었으나 중위소득 40%선으로 서구복지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과 주거급여항목 추가하는 등 급여의 종류를 다양화함으로써 우리나라 공공부조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제도시행이후 현재까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라는 고질(痼疾)을 갖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비수급빈곤층은 400만명(전체 인구의 7.5%)정도에 달하여 그 규모가 당시 수급빈곤층 147만명(2012년말 기준)을 두 배 이상 상회하였고, 특히 부양의무자기준에 의한 사각지대 규모가 100만명 이상이라는 사실을 보고했다. 이런한 문제 해결을 위해 빈곤정책개선기획단이 구성되었고, 개별급여 도입과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골자로 제도 개선을 추진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림 1] 비수급빈곤층의 규모 자료: 빈곤정책제도개선방안 연구(2012).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건복지부.
그러나 이명박정권 이후 기초생활보장수급자수는 종전 전국민의 3.2%까지 상승했던 수치를 2.6%로 떨어뜨렸다. 행복e음이라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 구축이라는 미명 하에 소명절차도 없이 기준을 적용해 수급탈락을 속출시켰던 것이다. 당시 수급가구의 자살 기사는 심심치 않게 다뤄졌다. 시각지대가 더 넓어졌다.
박근혜정권 역시 사각지대 해소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초점을 둔 것 같진 않다. “종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계비를 선정기준으로 하여 7개 급여를 묶어 ‘탈수급유인을 떨어뜨리고 자립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이유로 맞춤형 개별급여를 도입한다”는 것이 제도개선의 골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5년 7월 개별급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2014년 2월 “미안합니다”라는 유서와 공과금, 월세를 봉투에 담아두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송파세모녀가 더 이상 없을 것처럼 말했다.

[그림 2] 기초생활보장 급여체계 개편 계획
그렇다면 이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나아졌는가? 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개별급여 시행1년 후 성과에 대해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개별수급자격을 얻은 수급자수는 167만명이며 신규수급자로 새롭게 편입된 수는 35만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이명박정권 이전의 수급자수다. 게다가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던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 103만명에도 턱없이 모자라다. 또 복지부가 개별급여시행으로 예측한 수급자수 76만명에 절반도 안된다. 국토부가 예측한 주거급여 수급자수도 97만가구에 미치지 못하는 80만가구에 머물렀다. 요컨대, 사각지대 해소 요인을 제거하지 못한 셈이다. 정권의 빈곤정책 목표가 ‘사각 지대 해소와 가난한 사람들의 부양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 신규수급자 35만명 중 22.3만명이 교육급여수급자다. 유일하게 교육급여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양의무자기준의 폐지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시급한 일임을 알 수 있다.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면, 주거급여 수급자 수 역시 증가할 것이다. 당초 빈곤정책개선 기획단에서는 주거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었다. 애초 계획대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한다면, 주거복지센터에서 주거급여신청을 안내하면서 ‘그런데, 아드님과 며느님, 따님에게 금융정보제공동의서에 도장을 받아오시라고 할 거에요... 연락도 갈거고요...’라고 말할 때 고개를 숙이거나 ‘그만 둘게요, 내가 애들한테 해준게 뭐라고...’라며 돌아서는 분들을 더 이상 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빈곤차별철폐의 날 수급당사자인 한부모가족 어머니가 발언대에 올라 울먹이며 외치는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우리 아이는 이제 곧 사회에 나가요. 그 아이는 벌어도 벌어도, 저축을 해도 해도... 가난한 삶을 벗어날 수 없을 거에요. 그런데 그 아이에게 어떻게 나까지 부양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난 2월19일 바른정당의 유승민의원이 지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어르신 기초생활보장을 한다는 공약을 밝혔다. 그간 부양의 책임을 가족에게, 사적망에 맡기는 것이 보수측 입장이었는데, 보수당에서 그런 공약을 내걸다니 아이러니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반가왔다. 주거복지센터도 연대하고 있는 “부양의무자기준폐지공동행동”이 대선주자에게 보낸 서한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의사를 묻는 항목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폐지의 답변을 보내온 곳은 정의당 심상정의원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의 주범, 부양의무자 기준을 이제는 폐지할 때가 되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사회인식조사에서도 부모부양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데 동의하는 응답이 2002년 71%에서 2014녀 32%로 줄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양의무자기준, 이도 적폐 아니겠는가? 이제라도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 가난은 국가가 구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성북주거복지센터장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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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보장기본법> 제9조(사회보장을 받을 권리)에는 ‘모든 국민은 사회보장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회보장급여를 받을 권리(이하 "사회보장수급권"이라 한다)를 가진다.’ 라고 규정되어 기초생활보장법에서 특정하지 않아도 이 법에 의해 국민의 수급권은 보장되고 그 책임은 국가에 있다.
2)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 수준은 생활보호제도 하에서의 보호 수준보다 크게 향상되었으나 중위소득 40%선으로 서구복지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 함께 보면 좋은 기사 :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10668&thread=04r01
+ 송파 세모녀 3주기 추모제 성명 지지 : http://antipoor.jinbo.net/zbxe/index.php?document_srl=1217139#0
[성명] 송파 세모녀 3주기 추모제를 맞이하여,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제도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리자
* 위 사진의 출처는 장애인언론<비마이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