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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의 목적은 주민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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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2-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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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과 도시재생의 큰 차이는 주민의 교체 여부이다.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란 말도 있듯 재개발 사업의 경우 최소 50% 이상의 주민이 교체된다.(길음뉴타운 원주민 정착율 17%) 여기서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목적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재개발은 거주환경을 개선하는데 목적이 있다. 누구의 거주환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거주환경개선을 개선하는데 방해된다면 교체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은 주민을 교체하지 않는다. 목적이 현재 그곳에 있는 주민들의 삶의 필요를 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주환경의 개선과 관리는 삶의 필요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런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바로 이 부분에서 현실과 목적 사이에 어긋남이 있다. 적어도 서울에선 대다수의 도시재생사업 현장의 주민 참여는 처참한 수준이다. 본인이 활동하는 정릉동 정든마을도 부끄럽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500여가구, 1100명이 넘는 인구수의 동네지만 마을회의에 모이는 인원은 10명 내외이다. 많이 모일 때도 20명이 안 되는 사람이 공동이용시설 설계와 운영계획을 세웠다. 그 안에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얼마나 담겼을까?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은 이런 어긋남에서 기인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왜곡되기 쉬운 주민 참여보다 전문가들이 잘 조사해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나은 걸까? 서둘러 결론을 내리려 하기 전에 주민 참여가 왜 안 되는지 먼저 물을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세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주민 - 생소하면서 필요성도 느껴지지 않는 사업

일단 도시재생이란게 너무 생소하다. 명칭도 생소할 뿐더러 사업방식도 기존의 공공사업 방식과 달라서 이해가 안 된다.

 

게다가 재생사업의 기준이 되는 주택 노후도는 불과 20년으로 대부분 나름대로 살만한 동네이다.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일본의 도시재생 전문가로부터 일본의 도시재생은 더이상 어떠한 기대도 할 수 없는 지역에서 주로 진행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엄밀히 말해 적어도 서울은 그렇지 않은 곳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재개발이 중단된 지역에 대안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곳이 많다. 그런데 재개발과 도시재생은 목적이 다르듯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도 다르다.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재개발을 추진하던 사람들에게 도시재생은 전혀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사업이다

 

2 행정 -조급증과 협치의 부재

행정은 조급하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제도화된게 불과 4년 전이다. 도시재생 특별법은 그보다 더 늦다. 주민들이 필요성을 공감하지 않지만 사업이 필요한 지역에서 도시재생을 하려면 먼저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위해 작은 사업을 통해 변화를 체감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모인 주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변화된 자세가 필요하다. 주차장이나 놀이터 같은 경우 요구가 있어도 예산이나 부지 매입 등의 이유로 수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면 혹은 도시재생 예산으로 어렵다면 그런 이유를 주민에게 설명하며 다른 대안을 어떻게 찾을지 함께 모색해갈 필요가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업에 주민은 관심을 안 가지게 된다.

 

3 전문가 혹은 활동가 - 전문성의 부족

기술분야 전문가들은 아쉽게도 아직 주민의 필요를 세심하게 듣기보다 멋진 계획을 세우는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 지원 분야의 경우 주민의 필요를 듣지만 채워가는 방법에서 헤매고 있는 듯 하다.

 

CCTV를 설치해 달라는 의견은 안전하게 살고싶다는 욕구의 표현이다. 모든 곳에 CCTV를 설치하지 못 한다면 안전을 확보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교과서처럼 CEPTED(범죄예방디자인)를 적용하자는 제안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CEPTED를 통해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주민들도 안전하다고 느낄 것인가까지 접근하지 못 한다면 주민의 요구와는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주민들이 필요를 느낄 시간이 필요하다. 행정이 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활동가들이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가 해소되며 주민참여가 활발한 도시재생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주민들의 요구를 다양하고 세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필요를 채워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주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 삶의 질이 향상되고, 스스로 방법을 찾는 주민들을 통해 지속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재생에서 주민은 목적 그 자체이고, 주민 참여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모든 것이다. 이렇게 봤을 떄 지금 도시재생사업에 필요한 건 느리게 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