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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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3-21 10:24본문
집 앞 골목길에 편의점 하나가 새로 생겼다. 조금 어둑했던 밤길에 아주 반가운 불빛이다. 매일 지나는 길, 작은 점포 불빛 하나로도 아주 조금이지만 안전한 느낌이 드는데, 그 어둑한 골목길을 더 밝게 지키는 사람이 있다.
병호아저씨. 아저씨는 ‘나눔마을’에 살고 있다. 나눔마을은 쪽방이나 고시원, 여인숙 등, 열악한 주거환경과 과도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취약계층에게 안정된 주거를 제공할 것을 목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공하는 주택인데, 나눔과 미래는 이 주택을 나눔마을로 부르고 있고 운영기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저씨는 IMF당시 고향에서 일거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오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식당일을 하시다가 연탄배달을 하셨고, 연탄회사가 망하자 여관생활을 하면서 폐지수집하는 일을 하셨지만 워낙 다리도 좋지 않으시고 벌이가 시원치 않아 결국에는 노숙생활을 하게 되셨단다.
2010년쯤 종로지역에서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을 알게 되어 주거지원을 받아 고시원에 거주하게 되었고 실천단 사람들과 거리노숙인들 지원하는 자원봉사도 하시고 홈리스야학에서 공부도 하셨다고 한다. 조건부과수급으로 자활근로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아저씨는 꽤나 저축을 열심히 하셨나보다.
나는 나눔과미래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은 성북주거복지센터에서 일한다. 성북주거복지센터는 나눔마을에 입주한 분들의 지역정착과 이웃만들기를 돕는다. 작년 5월 나눔마을 주택으로 이사한 나는 10여 세대의 주민들과 크고 작은 일들을 나누며, 함께 살고 있다. 건물에 문제가 생겨 하자보수가 필요한 큰 일부터 집집마다 발생하는 작은 일들까지, 대소사를 나누며 살고 있다.
병호아저씨는 그 계절의 시기 마다 주택 앞 골목길을 아침마다 쓸고 닦는 분이다. 가을이면 무수히 떨어진 낙엽들로 가득 쌓인 골목길을 비질하시고는, 낙엽들을 고이 모아 포대자루에 담아두시는 모습이 참 정겹다. 겨울이면 눈이 쌓이기도 전에 길목을 쓰시느라 바쁘다. 출근 길, 우리 주택 앞만 소복이 쌓인 눈이 보이지 않을 때 아저씨가 얼마나 일찍 일어나 눈을 치우셨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아저씨의 마음이 감사해 2017 나눔과미래 정기총회에 병호아저씨를 초대했다. 이웃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신 아저씨께 감사장을 전달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일을 스스로 해주신 아저씨께 정기총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나는 여전히 나눔마을에 살고 있다.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렇게 작년 5월, 봄의 끝자락에서 주민들을 만나 한 계절이 지났고, 안암동 주택에도 다시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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