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여는집]음식으로 여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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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6-29 09:57본문
오전6시부터 아침을여는집은 식사 준비로 분주하다. 아침을 여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배달되는 음식 물품을 정리하는 데서 시작된다. 식구(쉼터 입소인)들은 좋아하는 것은 더 좋은 곳에 보관한다. 이런 모습에서 “내가 좋아하는 종류로 요리를 해 달라”는 무언의 요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음식을 서로 먹고 나누는 것은 소리 없는 대화기도 하다. 음식의 맛이 좋으면 충족감을 표현하는데 반해 혹여나 실수로 간을 잘 못 맞췄거나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닐 때는 항의 아닌 항의를 하는 걸 보게 된다. 라면 봉지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음식으로 대화하기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음식을 할 땐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에도 조리하는 이의 평안함과 드시는 분에 대한 섬김의 자세가 필요하다. 식구들을 향한 애정이 음식의 맛을 더하게 된다. 이러한 마음이 담긴 음식은 맛도 좋고 간도 적당히 맞다. 그리고 음식에 담긴 그릇이 빨리 동이 난다. 그런데 불편하거나 상한 마음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면 어딘지 부족하게 된다. 짜고 맵고 어설픈 맛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기에 음식을 할 때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고 조리에 집중하려고 한다.
솥과 반찬통이 비어있을 때 조리하는 이로서 뿌듯하고 재미있다. 쉼터에 처음 들어오시는 분은 비교적 식사량이 많다. 아마 길거리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음식으로 달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쉼터 식구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양질의 식사로 이분들의 마음의 평안을 찾고 삶의 질을 높여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더 나아가 스스로의 삶을 열어가는 촉진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렇게 오늘 아침도 쉼터에서는 밥 짓는 냄새가 뭉근하게 퍼져간다. 식사를 하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아침을여는집 식구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
아침을여는집 선명희 활동가
*아침을여는집에서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조리원이었던 선명희님이 쓰신 글입니다. 현재는 식구들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상담하는 활동가로 쉼터에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