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습은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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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6-14 16:31본문
드림하우스사업 현장방문차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부산하면 해운대, 광안리 와아 바다다!! 해야하는데 바다구경은 부산역사에서 밥먹으면서 쪼꼼..하고 (아쉬워라..ㅎ)
동네 골목골목을 핸드폰 지도앱에 의지해서 집수리를 신청하신 한 분 한 분의 가정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1. 지붕에 문을 달고 싶어요.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이 곳은 화장실입니다.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집의 슬레이트 지붕이 나오고,
눈 비가 오는 날이면 흐르는 물방울에 온 집안이 습기로 가득찹니다.
이 집에서 살고 계신 어르신은 류마티스관절염때문에 거동을 못하십니다.
종일 누워계시는 일상이 힘드실텐데도,
"화장솜을 물에 적셔서 20분정도 얼굴에 붙이면 피부가 정말 좋아져~ 집에 가서 한번 해봐봐" 하시네요.ㅎㅎㅎ
저도 모르게 할머니 얼굴에 눈이 가서 보니, "정말 피부가 좋으시네요. 집에 가서 꼭 해볼게요" 했는데 아직 못해봤어요..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번..^.^
2. 주택가 3층집
작은 베란다에 꽃이 피었습니다~
집의 누수때문에 방의 한쪽면은 곰팡이로 가득하지만,
베란다 한 켠에는 예쁜 꽃들이 초록초록 알록달록 제 색깔을 뽐내고 있어요.
할아버지댁 방 벽지도 곧 이쁘게 만들어드릴게요~
3. 부산항 제 8부둣가
아침 일찍 찾아간 어르신댁,
이제 막 아침을 드시고 치우셨는지 작은 밥상에는 치우다만 그릇들이 보입니다.
"작은 티비 속 크게 울리는 배우의 목소리, 아침 드라마가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말씀드리니,
"나는 아침드라마는 꼬박꼬박 다 챙겨봐~" 하십니다.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꽃과 채소들,
어르신들이 계신 집들은 어디를 가나 꽃과 채소가 그득합니다.
4. 그리고 마음이 메는 한 집
아빠와 초등학생 딸 둘, 이렇게 세 식구가 사는 집이에요.
10년 넘게 산 이 집에는 아이들의 흔적을 너무나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세 식구가 함께 생활하는 큰 방의 벽에는 빼곡히 낙서가
서랍장에는 손으로 문질러서 붙이는 스티커가
핑크색 책상과 그와 맞춘 듯한 작은 옷장에도 아이들의 낙서가 가득합니다.
찢어진 장판과 낙서로 가득한 벽은 드림하우스 사업을 통해 깨끗해질 수 있겠지요.
깨끗한 방에 더 도드라져보일 가구들은 어찌 해야할까요?
돌아오며 함께 방문한 나눔하우징 부장님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가난한 가정에 집수리를 해주면 당장은 좋으시겠지만, 사실상 집주인 좋은 일 시켜주는 거 아닌지..
이 집에는 도배 장판도 필요하지만 곧 사춘기가 되는 아이들의 가구야말로 당장 필요한 건 아닌지..
집수리사업을 진행하면서 임대료를 동결하겠다는 집주인의 동의를 받고는 있지만,
약속한 기간이 지나고나면 집주인은 깨끗한 집을 갖게 되고 세입자인 신청인들은 다른 집으로 쫓겨나는 건 아닌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집은 월세가 적어서 집주인들이 최소한의 집수리도 해주지 않는 집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림하우스사업과 같은 무료집수리사업은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 집수리가 잘되면 집주인에겐 월세를 올려받을 명분이 생기고 그로 인해 세입자는 도리어 쫓겨나지 않을까?
임대인동의서로 일부분 보완되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음에 고민이 깊어집니다.
착한 집주인이 많은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