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두 아들의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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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5-24 13:58본문

처음부터 가난 때문에 외롭지는 않았다. 보쌈집을 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생활비가 없어 가족과 지인들에게 한두 푼 빌렸다. 빚이 쌓이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그녀는 이혼을 했다. 그래도 부지런히 살았다. 유일하게 살을 부비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 두 아들이 있었다. 가난에 지친 오늘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아이들의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았다.
<세 가족이 현재 살고 있는 주택 외, 내부 모습>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5월의 어느 날, 사는 이유를 잃었다. 몸은 두 어시간 마다 저려왔다. 척추 협착증과 간질환으로 집 밖에 나서는 것조차 쉽지 않다. 숨이 차오를 만큼 언덕과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에 그녀의 집이 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멍하니 있거나 TV를 보는 것이 그녀의 일과가 됐다. 하지만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엄마가 나에게 해준 게 도대체 뭐가 있는데?"
어려운 환경에도 첫째 아들은 버젓한 직장에 취업했고 둘째 아들도 남부럽지 않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렇다고 가난했던 날들이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기 위한 고난이나 역경의 한 순간으로 포장되지 않았다. 더 싸고 좁은 집으로 이사를 반복했다. 친구가 없었고 외로웠다. 대학을 가고 직장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첫째 아들은 박탈감이 들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만 했지?’ 박탈감은 어느새 막막함이 됐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아들이 취업을 하니 의무가 생겼다. 자식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 그래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민·장애인이라도 직계가족 등 부양의무자가 일정한 소득·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 130만원 남짓 받자마자 아들은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 근로 능력이 없는 어머니와 이제 막 군대를 간 동생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저축은 사치다. 점점 쪼개지는 월급을 보면서 그의 앞날은 점점 지난날과 겹친다.
부양의무제로 인해 갓 사회초년생이 된 수급자의 자녀들에게 부담이 더해지자 정부에서는 예외사항을 두었다. 취업자녀규정특례를 통해 한집에 살아도 3년간은 자녀의 소득을 동일 가구원 소득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2016년 그녀의 아들은 이 예외조항을 통해 부양의 책임을 유예 받았다. 앞으로 2년, 그 시간만큼 그녀와 두 아들의 가난도 유예 받았다.
그래도 다행인 소식이 있다. SH매입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된 것이다. 하지만 보증금이 문제다. 2150만원 중 지금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보증금 400만원과 기금 융자로 1000만원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750만원이 모자란다. 성북주거복지센터에서는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도록 주거 지원을 신청했다. 비록 어제와 같은 오늘이지만, 가난으로 지친 마음과 몸을 위로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곳에서 다시 한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와 두 아들이 서로의 삶의 이유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7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의결할 ‘제1차 기초생활 급여별 기본계획 및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관련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 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와 관련,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부양의무제를 주거·의료·생계급여 순으로 단계적 폐지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빈민·장애계에서는 이 제도가 빈곤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부양의무제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는 인원이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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