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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여는집] 첫만남 그리고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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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9-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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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더웠던 여름이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졌네요. 시간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렇게 또 지나가네요.

김철수(가명) 선생님을 아침을여는집에서 처음 만난 날이 기억납니다. 어느 날, 종로에 있는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라는 분의 전화로 입소문의를 하면서 직접 쉼터 까지 모시고 오셔서 만난 김철수님. 상담을 통해 과거를 알게 되었을 때, '이분이 과연 쉼터 라는 곳에서 잘 적응하면서 지내 실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사기 등으로 구치소에서 20여년을 지내고 출소 하심) 솔직히 함께 생활 하는 아침을여는집 식구들도 각자 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살아오신 분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쉽게 뵐 수 없었던 분이어서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약간 걱정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김철수 선생님은 태어나면서 병원에서 친부모로부터 버림 받고, 다른 가정으로 입양이 되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모른채 지내오다가 사춘기 즈음에 알게 되면서 방황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사건들과 악연들로 인해서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다, 사기 및 폭행연루 등 으로 20여년을 구치소에서 생활 하시고, 2년 전쯤 출소를 하셨습니다.

 

쉼터로 오기 전 도저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앞길이 보이지 않아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 시도를 했는데, 요즘 나오는 번개탄은 불이 붙어도 연기가 잘 안난다고 하시면서 맘대로 죽지도 못했다고 하십니다. 그동안 '자신은 한번도 제도권 안에서 생활을 해 본적이 없었다,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불안한 어두운 세계는 이제는 싫어서 일반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데, 여러 여건들이 도와주지 못해서 힘들었다' 는 속얘기도 함께.

 

엎친데 덮친다고, 주민등록 번호은 말소가 된 상태고, 가족관계증명서도 발급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경찰서에서 확인과 법원에서 판결 등의 과정을 통해서 가족관계증명서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하신 김철수 선생님이 쉼터 라는 곳에서 잘 적응을 하실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일단 주민등록번호를 살려야 무엇을 하더라도 할 수 있기에, 가족관계증명서 창설 이라는 생소한 작업을 함께 하기 시작했습니다. 쉼터 입소 하시기 전 이미 어느 정도 진전이 있던 사한이라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김철수님과 가끔 쉼터 옥상에서 함께 담배 피우면서 이런 저런 자신의 지나온 즐거웠던 날들, 힘들었던 날들을 웃으며 얘기도 했습니다. 쉼터의 이런 저런 일들을 함께 의논도 하고, 참여도 하면서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 들었던 '일반적인 사회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안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이 새롭게 인생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들이 어떤 때는 더딘 것 같기도 하고, 뜻 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참고 견디고 하나씩 해 나갈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 경찰서 아무개 형사로부터 '김철수님이 아침을여는집에서 생활 하고 있냐'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김철수님 상황이 제대로 된 직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특별자활사업으로 쉼터 근처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한지 3일, 4대보험 가입에 등록한지 며칠 되지 않아 경찰서에서 고용보험에 가입이 된 것을 확인 하고 연락을 한 것입니다. 현재 김철수님이 여러 사건에 연루가 되어 있는데, 주거지가 정확하지 읺아서 수배가 되어 있었고, 영장까지 발부 된 상태라고, 이번에 확인이 되어서 체포 하러 온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출근 시간에 맞춰서 형사 2명이 관련된 여러 사건들의 자료를 보여 주면서 체포 하는데 도움을 달라며 찾왔습니다. 저는 '쉼터에서 생활 하는것에 대해서는 확인 해 드리지만 체포 하는것은 형사들의 소관이니 알아서 하시라' 고 했습니다. 그 후 형사들은 일하고 계신 곳을 수소문 해서 김철수님을 체포했습니다. 김철수님이 전화를 해서 지금 자신이 이런 상태로 **경찰서로 가니 면회를 한번 와 달라고 하시고, 갑자기 이러한 상황이 되어서 본인도 당황스럽다 하셨습니다. 예전에 알게 된 동생들과 연루되면서 오해도 있고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새롭게 시작 하려면 한번 겪어야 할 일이라면서 잘 해결 될 수 있도록 해명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찰서로 찾아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복도에서 우연히 김철수님을 마주쳤습니다. 김철수님은 저를 보더니 옆에 있는 형사들한테 '저 분한테 줄것이 있다'고 하면서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습니다. 얼마전에 돈을 빌려 드린 적이 있었는데, 이제 자기가 들어 가면 언제 만날지 모르니 부족하지만 이거라도 지금 빨리 받으라며 건네주었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무척이나 당황되고,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처음엔 잠을 잘 이룰 수가 없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또 희망을 보려고 합니다. 지나가야 할 것들은 지나가고, 새로운 포도주는 새로운 부대에 담아야 하기에, 그런 역경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수사와 재판 과정 속에서 경찰, 판사님들이 전과자라는 편견을 지우고 현명하게 재판이 이루어 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구치소에 수감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데, 재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기에 내년 봄에야 결정이 날 것 같다고 하십니다.

 

쉼터에서 생활하시면서 친하게 지낸 동료들이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미 면회를 다녀온 분들도 계십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쉼터에서 함께 먹고, 자고, 얘기 했던 동료들이기에 더 안타까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인연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만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갈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김철수님을 알고, 기억하고, 믿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며칠 후면 추석이네요. 이번 추석연휴는 무척 깁니다. 사람들은 여행이다, 놀러 간다, 이러한 계획에 들떠 있지만, 이곳은 오히려 이런 명절이 더 외롭고 쓸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추석 때 아침 식구들과 영화 보고 저녁을 먹으려고 합니다. 김철수 선생님과 지금은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다음에는 함께 하기를 기약하며, 건강하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