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마을]옆집 아주머니 집에 방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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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7-05 14:09본문
나는 아직 사무실에 있었는데, 먼저 퇴근하고 집에 가신 분들이 위 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에 공유하셨다.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걱정이 가득해서, 쪽지에서 지명당한 어느 호에 살고계신 분은 나에게 대신 좀 연락을 드려주면 좋겠다고 부탁해오셨다.
나까지 좀 긴장했다. 세대주가 되어 산지도 7~8년이 지났건만 여태 이웃집에서 남긴 쪽지를 단 한 번도 받아 본적이 없었다! 쪽지의 글씨체는 왠지 ‘할 말은 해야겠다‘라고 은근흐 흠즈으 믈흐는 긋 긑읕드.
그래도 피할 수는 없어서 당장 전화 해버렸다. 엄마뻘 되시는 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쪽지를 남긴 요는 이랬다. “에어컨 실외기를 놓으면서 시야 가림막을 (기존보다)올려달아서 우리 집 거실이 전부 드러나 불편하다. 조치 해 달라!” 옆집의 거실뿐만 아니라 거실을 통해 출입하는 화장실도 직선상에 위치했으며, 하필 또 따님만 두 분 있는 집이란다.
그 전화에서 약속 한 대로 며칠 후에 마당에서 이웃집 어머님을 만나 뵈었다. 처음 전화를 걸 때부터 침착하게 대응한 탓인지 어머님도 상당히 차분하셨다. 단지 이제 한여름인데 옷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집에서는 좀 편해야하지 않겠냐고 호소하셨다.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 그러나 저 집에는 여성분들만 사시고 증명 해 드릴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다. 또한 직접 가서 확인해 본 결과 눈이 무릎 아래로 가야만 보이는데 누가 그렇게 까지 하겠냐고 했다.
거주자에게 부탁해 어머님을 대동하여 해당하는 집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말로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셨는지, 완전히 차단할 것 까지는 없고(바람이 적게 통하니) 높이 한 뼘 정도만 더 가려달라고 요구를 수정하셨다. 그러고 나서 어머님은 굳이(?) 본인의 집 까지 와서 한번 보라며 앞장서셨다.
이웃집 거실에서 서 본 나의 솔직한 감상은 2층은 거의 보이지도 않고, 또 3층엔 발목과 무릎조차 드러나지 않은 채 정강이만 휘적휘적 다닐 만한 틈이었다는 것이다.(어머님, 설마 이 글을 보고 계시진 않겠지요?) 그래도 이웃집 마음속의 불편은 이웃집 소관이라는 생각에 잔뜩 맞장구를 쳐 드리고 왔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래간만이다. 친구(?) 집이야 수시로 들락날락 해봤지만, 한 가족의 삶의 모습이 가구며 잡동사니 하나하나의 위치에 베여있는 다른 가정집에 가 본 것이. 어렸을 적 시골에서 동네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여럿 남는 방은 놔두고 TV앞에 온가족이 이불을 펴고 자던 흔적이 내게 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보였던 낮게 위치한 TV와 쇼파의 먼 거리-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부모님 외에 자식들은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TV를 봤을 것 같은-도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을 것만 같다. 지금 생각 해 보니 어머님도 그 때 청년마을에 방문하시고 하셨던 첫 마디가 “젊은 사람들이 깨끗하게 잘 해놓고 사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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