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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택? 사회주택!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두번째) 작은집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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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미래  17-06-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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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한국에서 꽤 근사한 주상복합아파트에는 랜드마크 (landmark)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사전적으로는 역사적인 건조물이나 신성한 사람의 출생이나 매장과 연관된 장소를 의미하던 단어가 현대에 들어서는 특정 도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건축물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서울의 서울타워, 광화문,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천안문, 프랑스의 에펠 탑,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등이 대표적인 랜드마크라고 하는데 타워팰리스류의 주상복합 마천루를 랜드마크라고 하면서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다소 천박하기까지 하다.

부동산 공화국, 부동산 망국론, 기승전부동산,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입니다. 등등.. 이토록 상반된 뜻의 단어를 수식어로 거느리는 단어는 흔하지 않다. 그만큼 부동산을 둘러싼 가치의 충돌이 심하다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랜드마크라는 역사적인 장소성의 자리를 가장 새롭고 화려한 건축물에 내어주려는 엉뚱한 발상도 바로 겉으로는 비판하지만 뒤돌아서면 더 나은 투자처를 찾는 이런 부동산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서 비롯된 듯 하다.

여튼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고층의 화려한 아파트 못지않게 땅, 단독주택, 협소주택, 땅콩주택의 가치도 재조명 되고 있다. 그런 부동산은 대단지의 고층아파트가 누리는 규모의 가치에 범접할 수준이 못된다고 혹자는 주장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트랜드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같은 모양과 재료로 이루어진 거대 건축물이 갖는 몰개성, 표준화된 주거양식이 주는 권태로움과 답답함이 편리함과 가격상승으로 포장된 고층 공동주택의 가치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특히, 저소득층 주거지로서의 임대아파트는 영구임대단지가 그렇듯이 대규모 게토라는 낙인이 찍힌 채 그 곳에 입주하길 원하는 사람들 이외의 이들에게는 피해야할 곳, 우리동네에 없었으면 하는 주택단지로 인식되고 있다. 반포나 잠실벌에 펼쳐진 대규모 단지 거주민에게는 많은 세대수의 단일단지가 자랑거리가 되는데 가장 가난한 이웃들이 사는 임대아파트 단지는 규모가 클수록 회피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화적 게토라는 용어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단초를 찾아보자. 센트럴 파크 북쪽에 자리잡은 할렘 지역의 주소도 ‘뉴욕시’이다. 그러나 같은 맨해튼이라도 할렘은 다른 맨해튼 지역과는 크게 다르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주거환경에서 차이가 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이분화한다면, 할렘은 빈자들의 게토(ghetto)로 여겨져 왔다. 보통 흑인 게토가 설정된 지역은 ‘내부도시’ 또는 ‘중앙도시’ 등으로 불리는 뉴욕 등 대도시의 중앙부에 있는 흑인 밀집거주지역으로, 빈곤·실업, 열악한 주택, 그밖에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불균등이 집중적으로 나타나 슬럼가(街)와 같다. (출처 : 두산백과사전)

한국은 보통 단일민족사회?라고 여겨지지만 같은 피부색과 인종이어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가난한 사람들이 밀집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할렘과 유사하게 게토로 여겨진다. 임대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는 분양단지의 입주자 대표회의가 그들과 다른 초등학교에 배정해 달라고 강력한 민원을 제기하거나 임대단지와 접한 도로에 분리벽을 세우는 시도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곤 한다. 정서적 이질감과 차별이란 의미에서 문화적 게토이고, 물리적 분리라는 점에서는 그리스도 교도와 유대교도와의 교류를 금지하기 위해 지리적 분리를 강제한 중세유럽의 원래적 게토를 떠올리게 한다.

화려함과 부는 집적될 수도 더 강력한 가치를 창출한다. 용산과 반포, 강남, 잠실 일대에 밀집한 고층단지는 동경의 대상이고 거대하고, 높고, 넓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커진다.

반면에 가난과 소외가 거주계층의 집적과 주택과 기반시설의 노후화로 공간적으로 드러날 때 게토나 슬럼의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차별은 더 커진다. 대규모 단지에 대한 정반대의 인식이 서로 다른 공간을 두고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빈곤을 바라보는 사회인식의 결에 따라 공간을 바라보는 이런 상반된 인식의 갭은 더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실증적인 국가별 비교연구에서 다룰 과제겠지만 한국은 공간에 대한 차별적 인식의 폭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군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소 장황했지만, 사회주택이 갖는 미덕인 입지적 분산과 공간구성의 개별화, 대체로 소규모인 주거단지의 크기는 이런 점에서 정책당국이나 공급자의 의도여부와 무관하게 소외의 방지책이 된다. 실제로 사회주택은 아니지만 동(棟)단위로 단독,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활용하고 있는 매입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이 대규모 임대단지 거주자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이웃의 시선 등에서 불편함을 덜 느끼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통합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 연구도 있다. 작은 규모의 임대주택은 확실히 낙인이 적은 것이다.

신속하게 지역별 수요와 욕구에 맞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지역, 노인을 위한 주택 공급이 절실한 지역,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지역 등에 해당주택을 적기에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소규모 사회주택이 적합할 수 밖에 없다.

주택공급에 따르는 부수적 사회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가령, 소규모 사회주택 공급에 최적화된 시행, 시공, 입주자 지원 및 주택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등장이 가능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주로 공급하는 공기업 등과 비교할 때 설립 절차가 간소하고 현실적합성이 높은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추고 있다. 청년, 저소득층 등 주택소요 계층의 현실과 욕구에 민감한 조직이라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아직은 역사가 일천한 (사)한국사회주택협회의 회원사가 이미 51개사에 이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래 사회주택의 텃밭으로 주택수요가 많은 도시의 저층주거지가 유력하다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역할이 있다. 노후주택이 밀집한 주택지역에서 마을까페, 마을식당, 마을극장, 사랑방 등 공동체 거점을 보유한 사회주택이나 청년창업 공간, 보건소 분소와 같은 꼭 필요한 공공시설이 건물냉 입지한 사회주택은 도시재생이나 지역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주택소요층의 입주 외에 주택개량이나 신축시 임시주거공간으로서의 역할도 부여될 수 있다. 이런 기능 역시 소규모로 지역사회 곳곳에 입지할 수 있는 사회주택의 속성에서 비롯된다.

작지만 지역활성화의 거점으로서 긴요하고, 입주자와 커뮤니티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주택의 확산을 기대해 본다.

 

남철관 (나눔과미래 주거사업국장)